무인시스템 도입, 어떻게 하는 건가요?

서울 중구 한 카페의 무인 결제 기계 [사진=김혜진 기자]
서울 중구 한 카페의 무인 결제 기계 [사진=김혜진 기자]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매출 부진 해결을 위해 자영업자 절반가량은 배달 및 무인점포 등 비대면(언택트) 서비스를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업체의 정기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영업 매장 2곳 중 1곳꼴로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해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44%가량을 차지했다. 이들은 ‘도입 방법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 장기화로 비대면 서비스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만큼 고연령 디지털 소외계층, 저소득 영세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서비스 도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일요서울은 서울 중구 인근지역 상인들로부터 이와 관련한 의견을 들어봤다.

- 고연령 자영업자, 무인시스템 유용성 모르는 경우 많아
- 영세 자영업자, 무인시스템 필요성 절감하지만 비용 부담돼

최근 비대면 서비스 업체 ‘알밤’과 ‘알바콜’이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매장 내 비대면 서비스 도입 현황’ 설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자영업 매장 2곳 중 1곳(55.1%)이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해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33.1%는 ‘코로나19 때문에 처음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한 한편 22%는 ‘원래도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 중이었으나 코로나 이후 추가 도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한 배경은 대표적으로 ▲매장 방문 손님이 줄어서(28.1%)였다. 이 외 ▲인건비 및 관리비 경감차원(25.2%) ▲배달 수요가 급증해서(24.9%) ▲주변에서 많이들 하는 추세라(19.2%) 등의 이유가 추가로 확인됐다.

몇 달 전 수제버거가게 문을 연 A씨는 “가게를 열면서 배달 앱 서비스를 신청하고 비대면 결제 시스템인 키오스크 기계도 함께 들이게 됐다”면서 “요즘은 어딜 가나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는 곳이 많아졌다. 코로나로 경기가 안 좋아지는데 인건비 절약에도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도 “손님들이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카드를 하나 건네주는 것도 불편해 하시고 핸드폰 페이로 결제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라면서 “아직 비대면 결제 기계를 들이진 않았지만 들이면 좋겠다고는 생각한다. 바쁠 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나머지 44.9%의 자영업자들은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중 42.9%는 ‘도입하고 싶어도 무엇을 어떻게 도입해야 할지 몰라서’라고 입을 모았다. 이는 도입 의사가 있음에도 방법을 몰라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 한 수제버거가게의 무인 결제 기계 [사진=김혜진 기자]
서울 중구 한 수제버거가게의 무인 결제 기계 [사진=김혜진 기자]

실제 일요서울이 서울시 중구 인근 가게 10여 곳을 둘러본 결과, 고연령 자영업자가 운영하고 있는 상점은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음식점 주인 C씨는 “주변 상인들 중에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은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유용성을 잘 모른다”면서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키오스크 업체 씨아이테크 관계자는 “비대면 결제 시스템에 아예 접근을 안 하는 상인들은 관심이 없다. 실제 점주분들 중에 나이가 있는 분들은 운영을 잘 안 한다”며 “신청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인터넷 포털 창에 검색해서 전화 문의를 하면 바로 설치가 가능하고, 설치하는데도 1시간 안팎으로 걸리지만 시도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포스기 업체와 연결된 대리점에서 수수료를 받고 무인 시스템을 영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들 중에는 비대면 서비스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음식점 주인 D씨는 “손님들이 많을 때는 밖에 줄이 길게 서 있어 도입을 하려고 가격을 알아봤다”면서 “생각보다 비용 부담이 있다. 주변 지인들도 손님이 많거나 가게가 크면 부담 없이 들여놓지만 영세한 사업장인 경우는 무인 기계를 들여놓은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여러 가지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D씨는 “지난달 음식업협회에서 키오스크 기계를 무료로 대여 지원해 준다고 신청서가 와서 바로 신청을 했다”면서 “서비스를 지원 받겠다고 신청한 지는 한 달 가까이 돼가지만 아직 담당자가 방문을 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 문을 연 카페 주인 E씨는 “무인기계를 들여놓을 계획은 있지만 앞으로 손님이 많을지도 모르겠고 좀 더 바빠진다면 들여놓을 의향이 있다”면서 “아무래도 비용 측면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근처 또 다른 카페 주인 F씨도 “장사가 잘되는 곳은 한 대 두 대 점차 늘려가면서 들여놓기도 한다”면서 “우선 비용이 100만 원은 기본적으로 넘어서 소상공인의 경우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다. 도움 될 줄 알고 들여놨다가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재 무인 결제시스템 기계를 이용 중인 A씨도 “작은 사이즈를 들여왔는데 기계 대여 비용으로만 월 200~300만 원 정도 된다”면서 “손님이 없는 달에는 부담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키오스크 업체 씨아이테크 관계자는 “무인 결제 기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면서 “대형 프렌차이즈의 경우는 1000만 원짜리 기계도 있고, 대부분 소상공인들은 200만 원대 중반을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해 자금을 집행하고 있지만 정작 자금지원이 절실한 상인들에게까지 지원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3차 긴급재난지원금을 ‘3조 원+α’ 규모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 국민 보편 지급이나 중위소득 기준 차등 지급은 막대한 예산 및 행정력이 소요되는 만큼 피해가 집중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지원’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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