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의 3차 대유행으로 하루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서고 있다. 모든 국민이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미증유의 국가위기다. 발생 10개월이 넘는 코로나 19의 장기화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이지만, 중소기업들도 대부분 경영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기업 수의 90% 이상이고 고용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지난 2018년 7월부터 대기업에 시행 중인 주52시간 근로는 내년 1월부터 50인~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된다. 이는 추가 적용되는 2만7000여 기업의 존폐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

중소기업들은 현재의 계도기간을 코로나19가 해소된 뒤로 미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현재 근로시간 초과 업체의 84%가량이 주52시간 준비를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용부담과 인력부족, 경영악화 등 때문이다.

50인 이상 중소기업으로 확대되는 주52시간 근로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시급제 근로자 임금이 줄 수 있으며, 근무 시간을 고집하다가 납기 등 비상사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탄력근로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를 3개월로 할지 6개월로 할지 아직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수출첨병 역할을 해온 조선업에 주52시간 근무제 적용은 기업의 존폐가 걸린 생존의 문제다. “오늘같이 비바람이 쏟아지는 날은 야외작업이 올스톱됩니다. 그러면 밀린 작업만큼 몰아서 할 수밖에 없는데 주 52시간을 못 박아 놓으면 조선업을 더 이상 하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조선업은 야외작업이 70% 이상 되기 때문에 우천, 태풍, 혹서기, 혹한기에는 부득이하게 일하지 못하고 밀린 공정을 특근이나 잔업으로 만회해야 하는 돌발 상황이 비일비재합니다.” 한 조선업 협력업체 대표의 한 맺힌 절규다. 어디 조선업에만 이 같은 애로가 있을까. 전 산업을 통틀어보면 이런 작업 환경을 가진 업종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소득주도성장의 미명 하에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렸지만 자영업자들이나 영세 소상공인들의 인력 축소와 폐업 단행으로 정책 실패를 경험했다. 또 다시 주52시간 근로 강행이 잘못된 전철을 답습할까 두렵다.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주 52시간제 적용이 강행될 경우 일단 법망을 피하기 위해 50인 이하 기업으로 회사를 쪼개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기업은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을 적용받는 만큼 6개월 시간을 버는 미봉책에 불과하지만 당장 급한 불부터 끄자는 것이다.

지난 11월 27일 대형 조선소 협력사 임직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선업종 주52시간제도 적용 유예 및 고용위기지역 연장 청원’이란 제목의 청원을 한 바 있다. 청원 내용은 “조선업은 주문받은 제품을 약속한 납기에 반드시 인도해야 하는 주문 생산업이기 때문에 조선업종에 대해서는 주52시간 제도의 2021년 적용을 유예해 달라”는 호소다.

실제로 주52시간 제도가 확대 시행되면, 사원들 입장에서는 실질임금 감소로 이어진다. 당연히 고기량자들의 유출이 심각해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약화로 연결되어 수주 감소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대응해 중소기업을 살리는 특별조치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계가 주 52시간 확대 적용을 앞두고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보완입법이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회는 집단소송제 도입, 중대재해처벌 강화 등 중복규제 도입의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 당국과 정치권은 주52시간 근로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즉 만약 주52시간 근로를 300인 미만 모든 중소기업에 일괄적으로 동시에 적용하지 말고 시행착오와 충격을 줄이기 위해 200인, 100인, 50인 이하 등 규모에 따라 3~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적용하면 어떨까.

중소기업이 살아야 지속 가능한 일자리 문제도 해결된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 19의 시계(視界)제로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날 수 있는 백방의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 당국자들은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해 연초부터 우리 경제에 커다란 후폭풍이 닥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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