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예방접종]
임신 중 태아 감염률 높은 ‘생백신’ 보다 ‘사백신’ 접종 권장

지난해 겨울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행이 계절이 바뀌어 겨울의 초입이 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매년 이쯤이면 겨울철에 유행하는 독감 예방 접종이 시행되는데 그때마다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바로 ‘임신 준비 중’ 또는 ‘임신 중’ 독감 예방 접종 여부에 대한 질문이다.  임신 전후는 평상시보다 면역력이 저하되므로 예방 접종은 필수다. 임신 중 예방 접종의 목적은 산모와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더 나아가 출산 후 신생아의 면역력을 높이는 데 있다. 이번호에서는 독감 예방 접종과 더불어 산모와 태어날 아기의 건강을 위한 예방 접종에 대해 알아보겠다.

독감 유행 시기는 보통 12월부터 시작하여 다음 해 4월까지로 본다. 매년 늦어도 11월까지는 예방 접종을 하도록 권하고 있으며 2019년부터는 생후 6개월 ~ 2세 이하 어린이와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무료 독감 예방 접종을 임산부에게도 확대 적용하고 있다. 독감의 대표적인 증상인 고열은 임신 초기에는 유산율로 이어질 확률이 높으며 태아 기형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어 임신을 준비 중이거나 임산부라면 임신 기간 중 어느 시기라도 접종할 수 있다.

임신 전 검사와 임신 초기 검사에는 A형과 B형 간염 항체 검사를 하게 되며 항체가 없으면 백신 접종을 하도록 권한다. 임신 중 면역력의 감소는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인체의 저항력을 감소시켜 임신 초기에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심한 고열, 구토, 황달 및 간 수치의 급격한 상승으로 급성 간염으로 진행되기 쉬우며 유산, 조기 진통 등의 임신과 관련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B형 간염은 임신 중, 분만 시 태아-산모 간 혈액 노출을 통해 또는 드물게는 수유를 통해 태아와 신생아에게 수직 감염이 가능하다. A형 간염은 1차 접종 후 6개월 뒤 2차 접종을 하며, B형 간염은 1차 접종 후 1개월 뒤 2차 접종을, 2차 접종 후 5개월 뒤 3차 접종으로 완료하게 된다. 

이 외에도 백일해(TadP) 백신 접종이 있다. 백일해는 발작적인 기침과 구토 및 그로 인한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호흡기 감염이다. 어린이나 성인에게 발병 시에는 심한 감기 증상으로 지나갈 수도 있으나 1세 미만의 영아에서는 치사율이 90%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백일해는 생후 신생아기에 2, 4, 6개월에 3회 접종을 하고 18개월과 4~6세 때 추가 접종을 하고 있으나 문제는 출생 후부터 기본 3차 접종 후 면역력이 충분히 생기는 생후 1년까지의 시간이 면역력이 가장 취약한 시기라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백일해의 집단 발병이 보고되어 세계보건기구(WHO) 및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백일해 예방을 위해 Tdap 백신을 접종한 적이 없는 가임 여성에게 임신 전 Tdap 백신 접종을 적극적 권장하고 있으며 임신 28주부터 36주 사이, 적어도 출산 예정일 4주 전까지는 백신을 접종하여 산모의 몸에서 형성된 면역 항체가 태아에게 전달되어 출생 시 신생아가 어느 정도의 면역력을 미리 갖고 태어나도록 하고 있다. 신생아 및 영아와 밀접한 접촉이 예상되는 사람도 접촉하기 2주 전까지 Tdap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임신 중에 피해야 할 예방 접종도 있다. 일반적으로 맞는 예방 접종은 보통 생백신과 사백신으로 나눌 수 있고 이 중 생백신은 태아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임신 중 접종을 피해야 한다. 대표적인 생백신 예방접종으로는 홍역, 풍진, 수두, 볼거리, 결핵 예방 접종이 있으며 이러한 백신은 임신 전에 미리 항체 여부를 확인하고 접종을 하도록 해야한다. 예방 접종을 한 후에는 최소 4주에서 3개월 동안 피임을 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치료가 아닌 예방 목적이라는 점에서 임신 중 예방 접종의 필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염성 질환은 가족 간의 전염 역시 가능하므로 밀착 접촉 생활 반경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항체 여부 검사 후 필요한 예방 접종을 함께 하는 것이 현명하다. 

<윤호병원 부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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