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휴의 재계 원로 탐험<16>

이종환 삼영그룹 회장

지난 해 사재 3천억원을 출연하여 국내 최대규모의 장학재단을 발족시킨 삼영그룹 이종환 회장(李鍾煥)이 재단을 세계최대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03년 10월 대한민국 금탑산업훈장을 받고 이에 보답하기 위해 재단규모를 6천억원, 5억 달러 규모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규모의 장학재단은 세계최대규모로 비교될 수 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방침을 발표하면서 ‘돈 버는 데는 천사처럼 못했어도 돈 쓰는 데는 천사처럼 하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종환 회장은 7개의 기업을 거느리는 삼영그룹 회장으로 차근차근 내실위주로 경영해 온 기업인으로 오랫동안 ‘구두쇠’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회장 자신도 주위로부터 이 같은 지적을 받아 왔었다고 시인한다. 그러나 돈을 벌자면 구두쇠라야 한다는 오랜 경영철학을 실천해 왔다고 해명한다. 이 회장은 배고픈 시절을 살아왔고 나라 잃은 식민 생활의 서러움도 겪었다. 그래서 기업을 설립해 경영할 때 이 같은 성장 배경이 작용해 근검절약해 왔음은 물론이다.

이 회장이 지난 2002년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설립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표시했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이 남긴 아산사회복지재단, 고 이병철 삼성회장이 남긴 삼성문화재단에 이어 세 번째 규모에 해당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해외 유학생에게 5만달러 지원

삼영그룹이 내실있는 기업군이라 하지만 세칭 재벌 그룹의 반열에는 끼지 못하는 중견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순수 장학재단으로 보면 국내 최대규모였기에 새삼 이종환 회장이 어떤 분이냐고 궁금하게 어겼었다.

이때 이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람들의 가슴에 와 닿는 명언을 남겼었다. 한마디로 ‘구두쇠로 번 돈 천사처럼 쓴다’는 말이었다.

이 회장이 올 들어 다시 장학재단 규모를 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한 것은 대한민국 기술대전에서의 금탐산업훈장 수상에 대해 보답하려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 이 회장은 80 평생 한없이 일하며 번 돈을 천사처럼 쓸 방도를 생각해 왔기에 금탑 수훈을 계기로 장학재단 규모의 배가를 금방 약속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회장의 결단으로 국내 장학재단의 기록을 경신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로 발돋움하게 됐다.

재단법인 관정(冠廷) 이종환 교육재단은 기본 재산 3000억원에 연간 150억원의 장학금 지금을 약속하며 2002년 발족했다.

국내 대학생과 대학원생에게 연간 30억원, 해외 유학생에게 70억원, 그리고 영재교육과 사회복지부문에 40~50억원을 지원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지난 2002년 상반기 국내 대학 장학생 263명을 선발, 최고 1000만원까지 장학금을 지급했다.

그리고 같은 해 8월에는 하반기 국내 대학생 286명에게 최고 1000만원까지 지급하고 외국 유학생 99명에게 최고 5만달러까지 장학금을 지급했다.

또 대학지원 사업으로 경남대 북한 대학원의 통일관건립비 3억원을 지원하고 우리나라 과학계 선구인 장영실 동상건립비 8500만원,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의 한반도 평화연구비로 1만달러를 지원했다. 그리고 마산 고등학교 영재교육과정 시설비 2억3000만원, 운영비 월100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초박막 필름 세계 3대 메이커

관정 이종환 회장은 1924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일본 메이지대 경상학과 2년을 수료했다. 1959년 삼영화학을 설립해 기업경영에 뛰어들어 70년대 고려애자, 극동도기, 1990년대 뉴크라운관광호텔, 제주크라운골프장 인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모기업인 삼영화학은 최첨단 석유합성수지 가공 및 전자제품용 초박막 필름을 생산하는 세계 3대 메이커을 자랑되며 중국 대련에도 초박막 필름을 생산하는 대련삼영화학 유한공사를 준공했다.

또 석유화학 산업시설 제작과 콘덴서 필름 제조설비를 생산하는 ㈜일광가공도 세계 3대 메이커로 자부한다. 이외에 고려애자는
초고압 애자 생산 전문이며 삼영산업은 국내 최대의 타일 전문회사다.

크라운컨트리클럽은 제주의 전천후 골프장 명문이며 뉴크라운 호텔은 제주의 특급호텔이다. 삼영그룹 각사의 경영에는 이 회장의 체취가 듬뿍 풍긴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평소 자랑할 것 없이 조용하게 내실위주로 경영해 오는 것이 삼영화학 그룹의 기본색깔이다.

중국 대련 삼영화학의 석유종합 합성수지 공장은 착공 1년 6개월만인 지난 2003년 준공, 가동됐다.

이 공장은 6000만달러,720억원 전액을 삼영의 단독 투자로 완공돼 전자제품용 초박막 절연필름과 포장용 합성수지필름 연간 4만t을 생산할 수 있다. 중국 내에서 최대 규모인 이 공장 건설에는 대련시 당국이 2만3000평의 부지를 제공하고 각종 행정 지원으로 착공 18개월만에 완공할 수 있었다.


중국 최대 대련 공장 준공

삼영화학 대련공장 착공과 준공과정이 바로 중국정부의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의 경쟁력을 잘 말해준다.

중국의 연간 합성수지 수요는 초박막 필름 기준으로 60만t에 달하며 이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앞으로 투자규모의 확대가 기대된다. 이 회장은 관정교육재단을 통해 국내 우수학생들의 중국 유학을 지원하고 중국 학생들의 한국유학도 지원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03년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후 세계 최대규모의 장학재단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세계 1등 가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소신을 말했다. 나라 살림이나 기업살림이나 재산을 늘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살림 재산이란 돈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아무리 큰 재산을 물려줘도 후계자가 잘못하면 재산은 날라갈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인재를 키우는 것이 기본이라는 뜻이다.

특히 지금은 세계화 시대이니 세계 일류, 세계 1등인재가 아니면 기업발전이나 나라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된다.

이 때문에 관정교육재단은 재산의 사회환원 방식을 인재양성으로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인재를 키워내면 장학금 규모보다 몇 배나 많은 미래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장의 확신이다.

이보다 앞서 이 회장은 2003년 4월 장영실(張英實) 과학문화상 본상을 받고 인재양성에 관한 특이한 안목을 밝혔다.

이 때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이 회장은 지금은 온고지신을 엄어 ‘new, new 인식‘을 쫓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등 인재가 미래가치 창조

옛것을 생각하며 새로운 것을 추구하자는 온고지신은 이미 올드 패러다임이므로 오늘의 것을 익혀 내일의 것을 안다는 뉴 패러다임을 넘어 내일의 것을 미리 알고 오늘의 것을 안다는 뉴뉴 패러다임을 쫓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미래형 인재양성을 뜻하는 말이다. 이 회장이 구두쇠 인생의 사재를 관정교육재단에 던져 세계 1등 인재 양성에 몰두하는 심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관정교육재단을 능가하는 새로운 재단이 발족돼 기록이 계속 깨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은?
“출연재산 5000억원 국내최대”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삼영화학그룹 이종환 회장의 사재출연으로 2000년6월23일 설립됐다.

처음에는 출연재산이 10억원이었으나 현재 5000억원으로 증가함으로써 국내 최대 장학재단이 됐다. 2년 가까운 준비 과정을 거쳤으며 2002년 4월 30일 관정장학사업계획 발표와 장학금 수여식을 계기로 새로 출범했다. 재단의 연간 장학 사업비는 출연 재산에서 나오는 과실금 150억원으로 충당된다.

인문, 사회, 과학, 문화 등의 전 분야에 걸쳐 세계 1등 인재를 육성해 일류국가를 만들고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장학재단의 기본 원칙은 국외 유명 대학 및 대학원에 입학하려고 하는 대한민국 국적의 학생 중 매년 100명씩 선발한다.

선발된 장학생에게 연간 최고 5만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기간은 학부 4년, 석사과정 2년 박사과정 3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국내 대학생 및 대학원생 150명을 매년 선발해 연간 1000만원의 졸업 때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각 대학 및 유명 연구소의 연구시설과 연구활동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외국연구기관의 한국에 관한 연구 지원사업도 벌이고 있다.

지난 2002년 12월에는 마산고등학교 관정 영재관 건립을 위해 2억5000만원을 지원했고 2006년 12월에는 서울대학교 관정 국제
교육관 건립을 위해 2년에 걸쳐 50억원을 지원키로 협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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