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 위해 국가재정법 제34조 명시된 ‘예타’···속 빈 강정 ‘전락’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입법권 만능주의’ 세태가 심각하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토교통부가 추진해 온 ‘김해 신공항’을 백지화하면서까지 강행하는 ‘가덕도 신공항’은 정작 경제성 평가를 가늠할 척도조차 ‘실종’되는 모양새다. 바로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을 ‘면제해 주겠다’는 ‘특별법’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이번 호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법적 조항의 ‘임의 배제 가능성’ 문제의 심각성을 고발한다.
 

김두관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동남권 신공항 추진단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 제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26.[뉴시스]
김두관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동남권 신공항 추진단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 제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26.[뉴시스]

 

-국회 예결위 ‘2021 보고서’ 경고 이어 한국판 뉴딜 사업까지 ‘줄비판’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은 정치인의 입을 통해 선심껏 ‘면제’가 가능한 것처럼 매도된다. 국가 재정 기능의 보완과 진단 및 대응을 위해 만든 주춧돌인 셈인데, 그것이 면제되어야 하는 ‘독소조항’인 것 마냥 취급된다. 일부 정치인들은 지역 행사에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라는 현수막을 걸고 지역 발전을 위한 한걸음이라면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신공항’ 논란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한국교통연구원을 통해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검토 연구 보고서’까지 내놓았는데, 김해신공항이 ‘더욱 경제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국무총리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를 통해 지난달 17일 “김해신공항의 근본적 재검토”라는 의견을 밝히면서 ‘가덕도 신공항’을 전격 띄우기 시작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 등 138명은 지난달 26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의안번호 2105759)’을 발의하면서 ‘예타 면제의 여지’를 남겨뒀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국가재정법에 근거하지만,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특별법’으로 인해 ‘배꼽이 배보다 커지는’ 형국에 처했다. 일요서울이 ‘예타’에 대해 직접 파헤쳐 봤다.
 

김해 신공항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 되면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뉴시스]
김해 신공항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 되면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뉴시스]

 

도대체 예타가 뭐길래?

‘예비타당성 조사’는 대규모 국가 기간시설 건설 사업에서 재정 건전성을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해 사전 시행하는 재원 투자 배분 타당성 검토 행위다. 국가재정법 제38조가 근거다. 동법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장관은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신규 사업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대규모사업에 대한 예산을 편성하기 위하여 미리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요약하여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국가재정법에 엄연히 명시된 법적 조항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서 ‘예타 면제’를 거론한다. 해당 특별법 제7조(사전절차 단축이행 등)에서는 ‘국가는 신속한 신공항 건설을 위해 신공항 건설사업에 필요한 사전절차를 단축하여 이행할 수 있다’, ‘국가는 사업목표, 사업규모, 수요추정, 추진체계, 소요예산, 운영주체 및 운영계획 등이 구체화된 경우에는 사전용역 등을 간소화할 수 있다’면서 “국가는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국가재정법’ 제38조에도 불구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고 밝힌다. 결국 특별법으로 기존 규정인 ‘예타’를 무력화한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
가덕도 신공항

 

‘예타 면제’ 조항 선심성 남발···‘혹평’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항목을 입법과정에서 ‘남발(濫發)’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도 제기됐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조항은 국회의원들이 입법과정에서 ‘선심성 조항’으로 집어넣는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9월 ‘2021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를 발행했는데, 올해 9월까지 30개 사업 중 17개 사업이 ‘국가 정책적 추진 필요에 따른 면제’라고 밝혔다. 총사업비는 29조8692억 원이다. 2015년 면제 사업 수가 13건이었고, 당시 1조4003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사업 수는 2배 이상 늘었고 총사업비는 28배가량 폭증한 셈이다.

올해 9월 기준으로 전체 면제 30개 사업 중 국가정책적 추진 필요에 따른 면제 사업 수는 17개로 56.7%다. 총사업비 비중은 83.4%에 달한다. 2015년에는 사업 수 비중 7.7%, 사업비 비중 10.8%에 불과했지만, 각각 8배가량 비대해진 셈이다.

예결위 보고서는 ‘예비타당성조사’에 대해 ‘예산낭비를 방지하고 국가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고 정의하면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제도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피력한다.

‘예타 면제’ 내역 및 사유의 ‘구체화 필요성’도 거론된다. 해당 보고서엔 “정부는 ‘국가재정법’ 제34조에 따라 예산안 첨부서류로 제출하고 있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 관련 내용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해당 법조항은 예산안 첨부 서류로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의 ‘내역 및 사유’를 명시하고 있는데 정부는 그 내역 및 사유로서 각각 ‘사업명’과 ‘면제 근거조항’만을 기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회 예결위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명시한 국가재정법 제34조에 대해 “해당 조항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의 내역 및 사유를 예산안과 함께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해당 예산안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보다 심도 있게 심의할 수 있도록 함으로 이해된다”고 밝힌다. 이어 “면제사업의 ‘내역’으로서는 단순한 사업명 외에도 최소한 총사업비 및 연차별 사업비 규모 등과 같은 기초 자료가, 면제 ‘사유’로서는 단순히 근거규정 뿐 아니라 정부가 이 사업이 해당 면제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근거 등의 정보가 제공되어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의 타당성을 심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가재정법 제34조의 규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의 ‘내역 및 사유’를 보다 상세하게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예타 면제 항목의 남발’은 국가재정 건전성을 탁하게 만든다는 방향으로 이어지는데, 그 흔적은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사업’에서도 나타난다.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한국판 뉴딜, 면밀한 점검 필요”

문재인 정부는 ‘확고한 사람중심 포용국가’라는 기반 위에 디지털(digital) 뉴딜과 그린(green) 뉴딜 두 개의 축으로 2025년까지 총160조원(국비 114조1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한국판 뉴딜 사업’을 최근 발표했다. 그런데, 국회 예결위의 ‘2021 예산안 분석 보고서’는 이에 대해 “2020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이후 편성된 사업으로 2021년 예산안에 편성된 한국판 뉴딜 사업 중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았거나 면제받아 편성된 사업은 총 17개”라며 “한국판 뉴딜 사업의 타당성 확보를 위하여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대규모 사업의 사업계획과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판 뉴딜 사업에 신규 편성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 중에는 시범 사업의 성과가 부족하였거나, 예산의 집행가능성이 부족한 사업들이 있으므로 사업계획에 대한 면밀한 점검과 보완을 통한 타당성 제고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결국 “사업계획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거나 집행실적이 부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증액된 사업들이 있으므로 사업의 추진계획 및 추진방식 등을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혹평까지 나온 것이다.

한편, 국회의원들의 ‘예타 면제’ 입법권 남용 문제는 집권여당 수뇌부가 호언장담한 ‘한국판 뉴딜 사업’에도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쏟아진다. 국민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등 정책금융기관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를 비롯해 민간금융 대표들이 참석했다. 2020.09.03.[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등 정책금융기관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를 비롯해 민간금융 대표들이 참석했다. 2020.09.0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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