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항의에 퍼피 워커에게 안내하는 과정에서 '고성'...롯데 "고개 숙여

[일요서울] 롯데마트 전 지점에 '안내견은 어디든지 갈 수 있어요! 식품 매장, 식당가도 출입이 가능합니다'라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당연한 내용이지만 롯데마트는 최근 불거진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이 포스터를 배포했다. 과연 롯데마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비장애인이 안내견과 다닌다' 항의 받아 // 안내견 출입 거부 '사과'… 싸늘한 여론

이번 논란은 지난달 29일 현장 상황을 목격했다는 네티즌 A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과 글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네티즌 A씨는 "(직원이) 다짜고자 '장애인도 아니면서 강아지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하냐'고 언성을 높였다"며 "강아지를 데리고 온 아주머니는 우시고 강아지는 불안해서 리드줄을 물더라. 함께 온 딸도 뒷걸음질 치며 울었다"고 당시 상황을 적었다. 

이어 “중간에 문제가 생겼다면 정중하게 안내해 드려야 하는 부분인데, 아무리 화가 나도 어떻게 저런 눈빛과 말투로 고객을 대할 수 있느냐”고 분노했다. A씨가 함께 올린 사진 속에는 ‘안내견 공부 중입니다’라고 적힌 주황색 조끼를 입은 강아지의 모습이 담겼다. 소란스러운 상황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꼬리를 내린 채 기죽은 모습으로 웅크려 앉아 있다.

A씨가 남긴 댓글에는 당시의 상황이 좀 더 구체적으로 적혀있었다. A씨는 “나중에 온 (퍼피워커) 가족분이 영상 찍어야겠다고 말하니까 직원이 찍으시라고, 어디 한번 찍어보시라고 하더라”며 “언성 높이면서 버럭버럭하는 건 어떠한 이유가 있다고 한들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기가 막힌 건 옆에 일하는 다른 직원들도 ‘어디 개를 데리고 오냐’면서 퍼피워커를 욕하더라”며 “이 사태를 보고도 ‘뻑하면 대표 찾는다’고 말하던 다른 직원들이나 주변 모든 상황이 암담하고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비장애인이 데려와서…"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당초 알려진 것과 사건의 전말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청에 따르면 롯데마트 측은 당초 퍼피워커와 퍼피(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훈련받고 있는 강아지)의 출입을 허용했지만, 고객들의 항의를 받고 퍼피 워커에게 안내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간 것으로 드러났다.

최초 민원인이 "비장애인이 안내견을 데리고 다닌다"며 마트 측에 항의를 했고 이에 매니저 B씨가 "데리고 나가 달라"며 고함을 쳤다는 것이다. 마트측도 논란 직후 "비장애인이 데려와 오해가 있었다. 본사 차원에서 입장이 있을 것 같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롯데의 불매운동까지 벌이자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에 롯데마트는 본사 차원에서 서둘러 사과문을 게재했다. 

롯데마트 측은 지난달 30일 공식 SNS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퍼피워커와 동반고객 응대 과정에서 견주님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롯데마트는 장애인 안내견뿐만 아니라 퍼피워커에 대한 지침 및 현장에서의 인식을 명확히 하고 긴급 전사 공유를 통해 동일사례가 발생치 않도록 적극 대처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금번 사례를 교훈 삼아 더욱 고객을 생각하는 롯데마트로 거듭나겠다”고 알렸다. 

한편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 거부 사태는 롯데마트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장애인 사회에서는 유사한 경험담이 공유되며 공분을 사기도 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출입을 거부해 과태료가 부과됐다. 시각장애인 2명은 일행 2명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C 음식점을 찾았다. 그 자리에는 안내견 두 마리도 함께였다. 

C 음식점 측은 "안내견을 옥상에 묶어두고 사람만 들어와 식사를 하라"면서 "한 테이블만 받고 저녁 식사를 접으라는 거냐. 신고할 테면 해봐라"고 화를 내고 안내견의 동반 입장을 막았다. 이에 이들의 일행은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조사에 나선 인권위는 "피진정인은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을 거부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다"며 "당시 음식점 내 다른 손님도 없었다. 안내견이 식당에 입장하면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준다는 막연한 편견으로 동반 입장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 음식점의 행태를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장애인 단체 등에선 이번을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전반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지난 1일 '안내견 차별로 상처주고 소금뿌리는 롯데마트, 각성하라'는 성명서를 내고 "롯데마트가 예비 안내견 출입을 거부한 행위는 장애인 인권에 대한 후진적 인식을 만천하에 보여준 만행이자, 평소에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소수자를 어떤 시선으로 봐왔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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