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현빈-손예진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현빈-손예진

[일요서울 | 곽영미 기자] 정치·역사 문제로 인해 얼어붙어 버렸던 일본 한류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인해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는 현빈, 손예진 주연의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한류 마니아를 넘어 혐한 발언을 일삼던 우익 인사들까지 사로잡았으며, 올해 일본 사회를 휩쓴 유행어 톱10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사랑의 불시착’은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특급 장교 리정혁(현빈)의 극비 러브스토리를 그린 드라마다. 국내에서는 21.7%(닐슨코리아)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일본 내에서 ‘사랑의 불시착’이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 때문이다. 일본 역시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집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OTT 서비스망을 통해 드라마를 접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고, ‘사랑의 불시착’은 배우들의 열연과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스토리로 일본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일본 내 혐한 인사들까지 ‘사랑의 불시착’에 빠졌음을 털어놓으며 더욱 관심을 끌었다. 한글 안내문에 ‘구역질 난다’는 혐한 망언으로 잘 알려진 일본 소설가 햐쿠타 나오키는 SNS를 통해 “친한 편집자가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다고 해서 ‘쓰레기 한류 드라마 같은 걸 볼 리가 없잖아’라고 일갈했다. 속는 셈 치고 한번 보라고 해서 넷플릭스로 봤는데 빠져버렸다. ‘사랑의 불시착’은 설정이 황당하고 심각한데도 코믹한 엉터리 드라마라 1회에는 이게 재미있나 싶었는데 어느새 빠졌다. 죄송하다. 한류를 얕잡아 보고 있었다”는 글을 올렸다.

극우 성향 정치인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 지사 역시 '사랑의 불시착' 애청자임을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한일 간 정치·역사적 문제에 우익 성향을 드러낸 온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도 최근 냉랭한 한일 관계 속에서도 “ '사랑의 불시착'을 다 봤다”고 말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한류 마니아에 이어 우익 인사들까지 사로잡은 ‘사랑의 불시착’은 지난 1일 열린 ‘유캔 신어(新言)·유행어 대상’에서 선정한 올해 일본의 10대 유행어에 까지 포함돼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1984년부터 매년 연말 발표돼 온 ‘유캔 신어(新言)·유행어 대상’은 1년간 일본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친 단어를 선정해 수상하는 상으로, 그 해의 트랜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상이다.

해당 상을 선정하는 일본 출판사인 자유국민사는 ‘사랑의 불시착’에 대해 “주연을 맡은 현빈은 여성에 대해 지배적이지 않으면서 여성의 삶의 방식을 지지하는 자연스럽고 이상적인 인간성을 체현했고, 남북 간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매력적인 배우들의 연기로 벽을 넘었다”고 호평했다.

이에 현빈은 영상을 통해 “우리 드라마에 보내준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진 의미 있는 수상인 만큼 더욱 감회가 새롭다”며 “오늘 이 상은 나뿐 아니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에 보내주신 애정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출연진, 제작진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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