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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테마거리에 있는 허준 마스코트 [사진=박종평 객원기자]

[일요서울ㅣ박종평 객원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가 다시 극성이다. 조선시대 명의(名醫) 중 명의, 의성(醫聖)이라고 불리는 허준(許浚, 1537∼1615)을 찾아간다. 이번 답사길은 지하철 9호선 가양역에서 시작한다. 1번 출구로 나오면, 입구 좌측에 ‘하루방’이 두 개 서 있다. 수도권에서 하루방은 대개 음식점 장식물이다. 그러나 이 하루방은 서울에 유학 온 제주 출신 학생들을 위한 ‘제주탐라영재관’을 알리는 상징물이다. 영재관 바로 앞부터 허준 동네를 알리는 ‘허준테마거리시작점’ 표지판이 보인다. 50미터 직진해 횡단보도를 건너면 테마 거리가 본격 시작된다. “윗니와 아랫니를 씹듯이 자주 마주치면 이가 튼튼해진다”, “사람의 몸은 한 나라와 같다” 등과 같은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실린 내용이 형형색색으로 늘어선 허준 마스코트 아래 기록되어 있다. 마스코트는 애니메이션 ‘개구장이 스머프’를 닮아 친근하다. 마스코트에 기록된 짧은 문장을 대략 살펴보며 걸으면 10분 정도 걸린다.

허준근린공원 내 허준 동상
허준근린공원 내 허준 동상 [사진=박종평 객원기자]
허준근린공원 내 광주바위와 연못
허준근린공원 내 광주바위와 연못 [사진=박종평 객원기자]
허가바위(공암바위)
허가바위(공암바위) [사진=박종평 객원기자]

몸과 마음을 치유해 줄 허준근린공원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 횡단보도 앞에서 강서한강공원 방향으로 가면 ‘허준근린공원(구암근린공원)’이 나온다. 공원 안내판에는 ‘허준근린공원’, 네이버 지도에서는 ‘구암근린공원’이라고 나온다. 구암(龜巖)은 허준의 호이다. 크기는 작으나 아주 예쁜 공원이다. 서울 시내에 이렇게 자연스럽고, 만든 사람들의 정성이 느껴지는 예쁜 공원은 없는 듯하다. 공원에는 누워있는 환자를 진맥하고 있는 ‘의성(醫聖) 허준 동상’, 소담한 분수가 있는 연못, 연못 안의 ‘광주 바위’가 조화를 이룬다. 그 무엇도 과하지 않다. 경복궁 경회루나, 비원 안의 연못에 비할 수는 없으나 최근에 만들어진 공원으로는 최고다. 허준 동상을 살펴보면, 허준의 얼굴은 환자를 걱정하는 마음, 치료하겠다는 마음이 읽힌다. 허준 우측 뒤편에 허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동의보감』이 놓여 있다. 까치발로 서서 보면 맨 위에 ‘동의보감’이란 글자가 보인다.

연못 안 ‘광주바위’는 옛날 어느 때 홍수로 경기도 광주에서 가양동 이곳까지 떠내려온 바위라는 전설이 있다. 만화로 된 안내판을 보면, 전설이 생뚱맞으나, 경기도 광주와 이곳이 어떤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생긴 듯하다. 예를 들면 조정에 내는 공물(貢物)과 관련해 광주와 이곳이 서로 협력했다던가 하는.

연못 주위에는 야간 조명등이 있다. ‘일어서려는 용’ 모양의 등이다. 일반적인 가로등을 설치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 연못 설계자가 마음을 다한 듯하다. ‘광주바위’를 활용한 연못은 그 자체가 자연이고 작품이다. 연못가를 가볍게 산책만 해도 병든 사람을 치유하려는 허준의 마음과 용트림 기운이 실려 몸이 가뿐해질 듯하다.

허준 초상화(허준박물관)
허준 초상화(허준박물관) [사진=박종평 객원기자]

선조의 명령으로 편찬된 『동의보감』 

공원에서 직진하면 한강 방향이다. 한강을 보고 싶거나, 한강으로 산책을 하려면 ‘가양구름다리승강기’를 이용하면 된다. 올림픽대로 위에 있는 구름다리에서는 푸른 빛이 넘실대는 한강, 이제는 난지한강공원, 대덕산, 행주대첩의 덕양산, 멀리 인왕산, 남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내친김에 한강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구름다리로 와서 근처에 있는 ‘허준박물관’으로 간다. 입구 좌측 벽에는 “옛날 뛰어난 의원은 사람의 마음을 잘 다스려서 미리 병이 나지 않도록 하였는데 지금의 의원은 사람의 병만 다스리고 사람의 마음은 다스릴 줄 모른다”라는 『동의보감』 내용과 환자를 진맥하는 허준의 모습을 담은 벽화가 있다. ‘의업(醫業)’에 대한 허준의 생각이다. 또 허준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기술자 의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허준박물관은 동절기의 경우 10시부터 17시까지 관람 가능하고, 월요일과 설날, 추석날은 쉰다. 인근에 있는 ‘겸재정선미술관’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통합관람권을 구입하면 번거롭지 않고, 비용도 저렴하다.

전시실은 3층부터 있고, 4층은 옥상정원이다. 옥상정원을 통해 다양한 약초가 자라는 ‘약초원’으로 갈 수 있다. 꽃이 핀 약초를 보려면 봄이나 가을에 찾아가는 것이 좋다. 약초 자체를 살피는데는 지금도 괜찮다.

동의보감(허준박물관)
동의보감(허준박물관) [사진=박종평 객원기자]

3층 허준기념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서문이 펼쳐진 고서(古書) 『동의보감(東醫寶鑑)』 사진이 보인다. 우리 역사상 거의 유일한 중국과 일본까지 전파되고 호평받은 최고의 베스트셀러 의서(醫書)이다. ‘동의(東醫)’는 중국의 ‘한의(漢醫)’에 대해 우리나라 의학이란 의미이다. ‘보(寶)’는 보배, ‘감(鑑)’은 거울과 같이 밝은 것을 뜻한다. 『동의보감』은 결국 “우리나라의 보배롭고 거울과 같은 의학”이란 뜻이다. 『동의보감』이 있기에 우리 전통의학이 중국의 ‘한의학(漢醫學)’이 아닌 ‘한의학(韓醫學)’이 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동의보감』의 편찬 배경은 임진왜란이다. 전쟁으로 백성들이 일본군에게 죽거나, 각종 전염병으로 인해 대규모로 죽어갔다. 1596년, 선조(宣祖)는 허준에게 편찬을 명했고, 허준은 양예수·정작·김응택·이명원 등과 함께 편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597년 정유재란이 일어나면서 중단되었다. 전쟁이 끝난 뒤 선조는 다시 허준에게 편찬을 명했고, 허준은 15년에 걸쳐 작업해 광해군 2년(1610년)에 원고를 완성했다. 1613년 목활자로 인쇄되어 배포되었다.

상상을 초월한 참혹한 임진왜란과 전염병

기획전시실에서는 「조선, 역병에 맞서다」란 주제의 국립중앙박물관 순회전이 열리고 있다. 12월 6일까지이다. 과거 선조들도 전염병으로 고통받았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는 그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전시는 선조들이 어떻게 전염병에 맞섰는지 알려준다.
 
우리 역사 자료에는 전염병 피해 데이터 기록은 거의 없다. 선조가 허준에게 『동의보감』 편찬을 명한 배경인 임진왜란 당시의 전염병 피해 사실을 가장 구체적으로 기록한 사례로는 이순신의 「군복무 기피자들이 많은 여러 장수의 죄에 대해 처벌을 임금님께 청하는 장계(請罪闕防諸將狀)」가 거의 유일할 듯하다.

“올해(1594) 1월에 처음으로 진에 여역(전염병)이 크게 사납게 번져 병으로 누운 사람이 즐비합니다. 약물을 많이 준비해 온갖 치료를 했으나 효과가 있는 사람이 아주 적고, 죽은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그들 중에서 오래 아픈 사람은 배로 실어 내보냈습니다. 1월부터 2, 3, 4월까지 삼도(경상·충청·전라)의 사망자 수는, 전라 좌도 606명이고 현재 앓아누운 사람은 1,373명입니다. 우도(전라 우도)의 사망자는 603명이고, 앓아누운 사람은 1,878명입니다. 경상 우도의 사망자는 344명이고, 앓아누운 사람은 222명입니다. 충청도의 사망자는 351명이고, 앓아누운 사람은 286명입니다. 삼도의 합친 사망자 수는 1,904명이고, 앓아누운 자는 3,759명입니다. 죄 없는 군사와 백성이 이렇게 죽기에 수군의 사부와 격군은 날마다 점점 줄어 많은 여러 배를 용감하고 빠르게 운용하기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왜적이 많이 나오기에 침범해 올 걱정거리가 당장 숨 한 번 쉬는 사이에 있어 아주 답답하고 염려됩니다(박종평 번역, 『난중일기』, 글항아리, 2018).”

이순신의 기록에 따르면, 대략 그의 군사 10퍼센트가 사망했고, 20퍼센트가 병들어 누웠다. 전염병 영화에나 있을 법한 상상을 초월하는 무시무시한 숫자이다. 이 숫자가 바로 『동의보감』 의 계기이다.

허준기념실에는 허준에 대해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는 내용들도 전시되어 있다. 특히 소설과 드라마가 만든 오류들, 예를 들면 허준이 의과시험에 합격했다거나, 스승의 시체를 해부했다거나, 출생년도 오류 등을 바로잡고 있다. 허균은 과거시험이 아닌 미암 유희춘의 추천으로 내의원에 들어갔다. 스승은 소설 속 유의태가 아니라 현직 어의(御醫, 임금과 왕족 진료 담당 의관) 양예수이다. 출생년도도 기존에는 1537년, 1539년, 1545년, 1546년, 1547년 같이 다양하나 『내의선생안』․『태의원선생안』에 따르면 1537년이 맞다고 한다.

『동의보감』과 선조, 마음 고치기와 김밥

『동의보감』은 오늘의 시각에서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어 비판받고 있다. 그러나 『동의보감』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살았다. 특히 음식이나 약초등과 관련해서는 바이블과 같다. 유명한 식당 이나 각종 건강보조식품에는 『동의보감』을 인용해 식당의 주요 음식이나 식품의 효과와 권위를 내세운다.

조선 선조(宣祖) 만큼 비겁한 왕 혹은 질투심이 많은 왕 등으로 비난과 조롱을 많이 받는 왕은 드물다. 그러나 실제 선조는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많이 다르다. 『선조실록』 역시 부분 또는 특정한 부분을 발췌해 보지 않고 전체를 보면, 선조가 탁월한 리더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의보감』은 백성을 사랑하고, 고난을 극복하려는 리더 선조의 고뇌의 결과이다.

『동의보감』 서문에 따르면, “우리 선조 대왕께서는 몸을 다스리는 법으로 사람들을 구제하려는 어진 마음을 베풀어 의학에 마음을 두시고 백성의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걱정했다. 일찍이 병신년(1596년)에 태의(太醫)인 신하 허준을 불러 ‘요즘 중국의 의서를 보면, 모두 용렬하고 자잘한 것을 모은 것이라 읽어 볼만하지 않다. 마땅히 여러 의서를 널리 모아 한 책으로 집성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사람의 질병은 모두 조리와 섭생을 잘못하기에 생기는 것이니 몸과 마음을 갈고 닦는 것이 우선이고, 약물을 쓰는 것은 그 다음이다. 그런데 여러 의서가 방대하고 번잡하니 그 요점을 뽑는 것에 힘써야 한다. 

가난한 시골과 외진 마을에는 의사와 약이 없어 요절하는 사람이 많고, 우리나라 약재가 많이 생산되어도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마땅히 분류하고 우리말 약명을 함께 써서 백성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라.’라고 가르쳐 말했다”고 한다. 또 선조는 허준에게 『동의보감』  편찬을 위한 자료로 500권의 의서를 내주었다고 한다. 선조의 문제의식과 허준의 집념이 만든 결과물이 『동의보감』 이다. 『동의보감』 전체 번역본은 너무 두꺼워 다 읽기 겁나는 책이다. 『동의보감』이 어떤 책인지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책은 한의학박사 박석준이 쓴 『동의보감, 과학을 논하다』(바오, 2015년)이다. 『동의보감』 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강력추천! 강력추천! 강력추천!

박 박사가 『동의보감』에서 찾은 가장 중요한 구절은 “네 병을 고치고자 하거든 먼저 네 마음을 고쳐야 하며, 반드시 네 마음을 바르게 하여 도(道)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이다. 허준이 추천하는 최고 보약은 경옥고이다. 경옥고를 먹어 건강해지는 것도 좋겠지만, 먼저 모든 병의 원인이 마음 고치기부터 해야 하겠다. 박 박사는 시금치, 당근, 달걀과 단무지, 흰쌀밥, 검은 김으로 만든 김밥은 “간단하나 음식의 색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위의 다섯가지 재료 김밥은 오색(五色)을 다 갖춘 오행(五行)의 조화가 이룬 음식이다. 이제는 싼 맛에 먹는, 혹은 간식으로 먹는 김밥으로 보지 말자. 완전식품으로 보자.

소악루에서 본 한강
소악루에서 본 한강 [사진=박종평 객원기자]

한강변을 따라 걷는 공원길과 궁산공원둘레길

박물관 옥상정원에서 약초원으로 가서 둘러보고, 우측 아래쪽을 보면 박물관 밖으로 나가는 후문이 있다. 후문으로 나오면 은행나무길이 마중한다. 허가바위(공암)이라는 이정표 방향을 따라 황금빛 은행잎을 밟고 30미터 정도 가면 영등포공업고등학교가 나온다. 맞은편이 허가바위 또는 공암바위라고 불리는 바위이다. 박물관 뒷산이다. 가는 길에도 허준을 알리는 기념물들이 은행나무 아래에서 손짓한다.

허가바위는 양천 허씨 시조인 허선문이 바위동굴에서 태어났다는 전설에서 생겨난 명칭이다. 바위에 동굴이 있어 한자로 ‘공암(孔巖)’이라고도 한다. 크기는 가로 6미터, 세로 2미터, 길이 5미터, 어른 1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다. 실제로 보면, 동굴이라기보다 바위 밑이 파인 것처럼 보인다. 허가바위 전설은 제주도 삼성혈(三姓穴)과 비슷하나, 삼성혈과 달리 신비한 요소는 없다. 허가바위 전설보다 허준이 이 허가바위에서 『동의보감』을 저술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허준을 떠나 올림픽대로 옆 ‘공암나루근린공원’ 길을 따라 서쪽으로 간다. 가다보면 한강공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진입 계단이 있다. 한강 길이 이번 답사의 목표가 아니기에 계속 직진했다. 15분 정도 슬슬 걸어가면 발산IC가 나온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궁산공원 둘레길이 시작된다. 종합운동장 방향 횡단보도의 경우는 커브가 심하다. 게다가 신호등이 없어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

궁산공원둘레길은 전체 1.63킬로미터 짧다. 궁산은 해발 74.4미터 밖에 되지 않은 낮은 산이다. 그러나 이 일대의 평지 기준으로는 높다. 올림픽대로 옆 공원길의 답답함을 벗어나기 위해 둘레길 코스 중 소악루-성황사-양천 고성지-금호어울림아파트 길을 택했다.

소악루 마루 위 불에 탄 나무 재
소악루 마루 위 불에 탄 나무 재 [사진=박종평 객원기자]

정상 방향 계단길을 오르다 보면, 계단 중간 쉬는 곳 왼편에는 남북 분단의 비극을 보여주는 벙커가 보인다. 5분쯤 더 가면 소악루가 나온다. 소악루(小岳樓)는 중국 동정호의 악양루에서 보는 경치에 버금간다고 해서 ‘악양루’라는 정자가 있었으나 악양루가 없어지고 그 대신 소악루를 세웠다고 한다. 악양루나 소악루(小岳樓)에서는 소중화(小中華) 냄새가 물씬 난다. 현재 위치의 소악루는 영조 때 건립된 소악루도 아니다. 1994년에 건립된 정자이다. 현대에 새로 만든 것이기에 새로운 이름으로 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이 소악루에서는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가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이 바라본 한강과 서울을 느낄 수 있다. 정선은 그 경치를 「안현석봉(鞍峴夕烽, 안현의 저녁 봉화불)」이란 그림으로 그렸다. 그 좋은 경치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있었다. 소악루 마루바닥에는 누군가가 불을 피웠던 듯 타다 남은 재가 흩어져 있었다. 저열한 시민의식도 문제지만, 문화재가 아니기 때문인지 관리도 제대로 안되는 듯하다.

몇 분 더 올라가면 마을 사람들이 모시는 여신(女神) 사당인 성황사, 통일신라의 옛 성터인 양천 고성지(古城址)가 나온다. 고성지 정상은 300평 정도의 평지이다. 동네 사람들이 골프 스윙 연습을 많이 하는지 ‘골프 스윙 금지’ 안내판이 붙어 있다. 정상을 지나 궁산공원둘레길(벽산아파트) 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양화대교와 권율 장군이 행주대첩을 했던 행주산성이 잘 보이는 곳이 나온다.

겸재정선미술관 안 겸재 조형물
겸재정선미술관 안 겸재 조형물 [사진=박종평 객원기자]

왼쪽 내리막길 늘씬한 소나무 숲을 따라 내려간다. 궁산공원둘레길(금호어울림아파트) 방향으로 가다가 102동 샛문 쪽에서 왼쪽 길을 택해 궁산다목적체육관 후문쪽으로 가다보면 ‘궁산 땅굴 역사전시관’이 나온다. 궁산 땅굴은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무기와 탄약을 저장하고, 공습을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 사람들을 강제 동원해 판 땅굴이다. 땅굴 바로 옆에 겸재정선미술관이 있다. 땅굴 옆에 있는 미술관 3층 문은 정문이 아니다. 출구이다. 옆 계단을 통해 1층 정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겸재 정선은 65세 때인 1740년 12월부터 1745년 1월까지 양천 현령(종5품)으로 재직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곳에 미술관이 생긴 듯하다. 소장된 그림 중에는 겸재의 원화로 「총석정」「청풍계」「조어」 등이 있다․ 겸재는 현령 재직시에 「양천현아」․「소악루」같은 양천을 대상으로 한 그림도 그렸다.

미술관에서 나와 3분 정도 가면 ‘양천 향교’가 나온다. 양천 향교 대성전에는 중국의 공자, 주희 등 유학자와 우리나라의 설총, 최치원, 김굉필, 조광조, 이황, 이이, 조헌, 송시열 등 18현(賢)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양천 향교에서 9호선 양천향교역 방향으로 170미터 정도 곧바로 가면 5거리 로터리에 ‘양천현아지(陽天縣衙址)’ 표석이 있다. 겸재가 근무했던 양천현청이 있던 공간이다.

현재 이 지역은 모두 강서구에 속한다. 강서구에서 양천이 나오니 혼동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양천현(陽川縣)에 속했고, 양천현청이 이 지역에 있기에 양천이라는 명칭이 곳곳에 등장한다. 답사 시간은 4~5시간이면 족하다. 한의학이 홀대받는 시대, 전염병의 시대에 이곳에서 한의학의 진면목과 선인들의 건강법을 배울 수 있는 시간으로 삼아보면 좋을 듯하다.

* 허준근린공원 : 강서구 허준로5길 42
* 허준박물관 : 강서구 가양2동 26-5
* 궁산 땅굴 역사전시관 : 강서구 양천로49길 102
* 겸재정선미술관 : 강서구 양천로47길 36
* 양천향교 : 강서구 양천로 41나길 53
* 양천현아지 : 강서구 가양동 42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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