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상속세 부담, 기업승계 포기 사례 늘어날까...해외는 지금

[뉴시스]표/ OECD 주요국 상속세·소득세 최고세율 및 GDP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 [단위:%, 한국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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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상속세와 관련한 제도 개선 문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 상속세 적용 대상이 급격이 확대되면서 더 이상 특정 부유층에만 해당하는 사안이 아니라는 인식이 높아지는 듯하다. 특히 지난 10월 이건희 삼성 회장의 타계가 불씨가 되면서 이를 둘러싼 대중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상속세 문제 등으로 경영권을 포기하거나 경영을 지속하지 못한 전례들이 회자되기도 하며, 상속세와 관련된 해외 사례에 대한 관심도 급부상하고 있다.
 

[뉴시스]표/ OECD 주요국 상속세·소득세 최고세율 및 GDP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 [단위:%, 한국경제연구원]
OECD 주요국 상속세·소득세 최고세율 및 GDP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 [단위:%, 한국경제연구원]

- 상속세율 10년째 50% 유지...“위법은 처벌, 징벌적일 필요는 없어”
- 캐나다·호주·포르투갈·스웨덴·러시아...OECD 회원국 중 13개국 폐지



국내 상속세율은 10년째 50%의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2000년 기존 대비 5%포인트 올린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일부 OECD 회원국들은 한국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캐나다·호주·포르투갈·스웨덴·러시아 등 OECD 회원국 중 13개국은 상속세를 폐지한 상황이다. 높은 상속세율로 인한 조세 회피 문제 등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10월 이건희 삼성 회장의 타계로 상속세 문제가 대중의 관심사로 급부상한 가운데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기업 승계시 적용되는 징벌적 상속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기업승계 시 징벌적인 상속세 부담으로 상속재산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불확실해져 기업가 정신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경연의 ‘기업승계시 과도한 상속세 부과의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국가들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2위이지만, 기업승계 시 주식가치에 최대주주할증평가(20% 할증)를 적용하면 최고세율 60%를 적용받아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제 상속‧증여세 부담도 높은 수준으로 2018년 기준 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은 OECD 국가들 중 3번째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기업승계 시 조세장벽을 발생시키고, 획일적인 최대주주 할증평가로 인해서 상속세율이 60%까지 적용될 수 있는 점은 더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며 “이는 상속재산의 감소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불확실하게 해서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이에 따라 상속세율 인하 및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자본이득세는 상속 시 과세하지 않고, 상속받은 자산을 추후 유상으로 처분할 때 피상속인(사망자)과 상속인 보유기간 동안의 자본이득을 합산해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이다.

최고세율 사실상 1위
“기업 사망선고”


한국은 OECD 국가들의 ‘소득세’와 ‘상속세’ 최고세율 합계를 비교할 때 일본(100%)에 이은 2위(92%)를 차지한다. 여기에 최대주주할증평가를 적용하면 102%로, 사실상 OECD 회원국 중 소득세와 상속세 부담 1위인 셈이다. 여기에 2020년 세법개정안에 따라 신설되는 10억 원 초과구간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45%(현행 42%)로 인상되는 점을 통해 소득세율 순위가 7위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상속세가 높으면 소득세가 낮든지 또는 그 반대여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높은 상속세 최고세율(2위)을 유지하면서 소득세 최고세율(14위)은 계속 올리고 있어 전체적인 세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서 한경연이 故이건희 삼성 회장의 주식가치 추산액(10/23, 종가기준) 18조2000억 원의 상장주식을 직계비속에게 상속한 경우의 실제 상속세 부담을 OECD 주요국들과 비교한 결과도 눈여겨 볼만하다. 우리나라 상속세 실효세율이 58.2%로 가장 높고, 일본(55.0%), 미국(39.9%), 독일(30.0%), 영국(20.0%) 순이다. 자본이득세 과세국가 중 캐나다는 상속 시 16.5%의 실효세율을 부담하고, 호주와 스웨덴은 상속받은 자산을 추후 처분할 때까지 과세가 이연되는 자본이득세(승계취득과세) 체계를 적용하고 있어 상속 시 과세되지 않는다. 임 부연구위원은 “위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상속세 부담이 주요국보다 46~253% 높은데, 미국 46%, 독일 94%, 영국 191%, 캐나다 253% 만큼 각각 더 높아 우리나라는 현재 징벌적인 상속세가 기업에게 사망선고처럼 과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속세 폐지, 왜?
“징벌적 세율, 필요없어”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이와 관련한 전례들도 새삼 회자되고 있다. 일례로 당시 세계1위 손톱깎이 생산업체이던 쓰리세븐은 지난 2008년 상속세로 인해 지분을 전량 매각한 후 적자기업으로 전락했다. 마찬가지로 당시 세계 1위 콘돔 생산업체 유니더스도 상속세 때문에 2017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당시 국내 1위 밀폐용기 제조업체인 락앤락도 생전 상속세 부담을 고려해 2017년말 홍콩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하는 등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기업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최근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위의 사례를 언급하며 상속세율 현행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최고위원은 당 확대간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보다 조세부담률이 훨씬 높은 스웨덴이 왜 상속세를 폐지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한때 우리만큼 상속세율이 높았던 대만이 왜 세율을 대폭 낮췄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율 조정, 분납기한 연장을 검토할 때”라며 “우리 사정에 맞게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는 방안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상속 과정의 도덕적 해이와 위법은 혹독하게 처벌하면 되지만 세율 자체가 징벌적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한편 상속세를 둘러싼 논란이 대두되자 일각에서는 상속세 과세 대상이 일부 부유층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면밀한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현행 제도 개선에 따른 부작용과 그에 따른 해결 방안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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