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두고 갈등 첨예···전문가 “먹는 낙태약, 심도 있는 논의 필요”

일명 ‘먹는 낙태약’인 미프진(Mifegyne). [뉴시스]
일명 ‘먹는 낙태약’인 미프진(Mifegyne).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정부가 수술뿐 아니라 약물을 통한 임신 중단도 합법화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갑작스레 약물 하나가 화두에 오른 모양새다. 바로 유산 유도약인 ‘미프진(Mifegyne)’이다. 미프진은 일명 낙태약으로 불리는 임신중단 약물이다. 그러나 현재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일요서울은 미프진에 대해 집중 추적해 봤다.

낙태약 음성화지속···자의적 복용 위험···전문의 판단 중요

현행법상 ‘수술’만 가능토록 했던 인공임신중절시술, 일명 ‘낙태’ 방법의 범위가 확대됐다. 약물을 통한 자연 유산 유도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가 수술뿐 아니라 약물을 통한 임신 중단도 합법화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다.

보건복지부는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한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지난달 1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힌 바 있다. 개정안은 국회로 넘어갔고, 심의‧의결을 거치면 공포와 함께 시행된다.

이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해 4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이후 법무부 등 관계 부처 논의 등을 거친 뒤 마련된 것이다. 법무부는 최근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불구, 낙태죄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임신 14주까지만 전면 허용한 뒤 최대 24주까지 산모의 경제‧사회적 상황 등을 포함해 예외적인 사유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동안 임신 중단 방법으로 수술만 허용하던 현행 정의 규정을 약물 투여나 수술 등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구체화한다. 이에 따라 자연 유산을 유도하는 ‘미프진’ 등 유산 유도약이 의사 처방 등 합법적 절차로 국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미프진, 어떤 약물?

미프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2005년)하는 등 이미 해외에서는 자연유산 유도제로 사용되는 실정이다.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사용 중이다.

약학정보원에 따르면 낙태 약물요법으로는 임신 초기 자궁 내막의 발달을 돕는 황체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 자궁 내막을 파괴하고 태아를 자궁에서 떨어져 나가게 하는 미페프리스톤(미프진)과 자궁을 수축시키고 자궁경부를 개방시켜 임신 산물을 배출시키는 미소프로스톨을 사용한다.

약물요법 시 미페프리스톤을 단독으로 사용하면 낙태 실패율이 20~40% 정도이나, 미소프로스톨과 함께 사용하면 성공률이 90~98%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내에서는 미소프로스톨만 위, 십이지장궤양 등 치료에 사용되는 실정이다. 경구 낙태약이 합법화되면 미페프리스톤의 사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미프진은 ▲남용 우려 ▲생명 경시 풍조 조장 ▲부작용 등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거셌다. 의료계에서는 처방 조제의 주체를 놓고 의사-약사 갈등이 빚어졌고, 종교계는 생명 경시 풍조를 우려해 격렬히 반대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해외 직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구매 등으로 음성화됐다. 국내 유통이 금지된 탓이다.

지난 2017년 말, 포털 사이트에서 미프진을 검색하면 약 정보, 이용 후기, 복용 방법, 판매 사이트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가격은 임신 기간에 따라 35~57만 원선으로 나타났다. 이용 후기가 많았던 만큼 암암리에 거래됐던 것으로 진단된다. 최근에도 SNS 등에서 미프진을 판매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의약품 온라인 판매광고 적발 현황’에 따르면 낙태유도제의 적발 건수는 지난 2015년 12건에서 2019년 2365건으로 200배가량 폭증했다.

낙태에 대한 찬반 입장이 팽팽한 만큼, 아직도 미프진 합법화에 대한 입장이 극명히 갈린다. 낙태를 허용하자는 측에서는 이미 미프진 도입 주장을 여러 차례 해 왔다. 반면 낙태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미프진이 출혈, 구토 등의 부작용이 있다며 도입을 반대해 온 상황.

전문가들은 과다 출혈, 자궁 내 잔여물로 인한 감염 위험성 등이 있어 개인이 복용하는 것은 위험해 진료가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문가의 견해는

오인석 대한약사회 학술이사는 미프진이 낙태시술에 못지않게 여성의 몸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약물이라며 전문의의 의학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그가 밝힌 경구 낙태약에 대한 설명이다.

-국내에 도입 가능한 먹는 낙태약은 미프진이 유일한 것인가.

▲국내에 도입할 수 있는 약이 현재로서는 미프진류밖에 없다. 소위 말하는 사후 피임약은 (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복용하는 것으로 착상을 방지하는 약이지 낙태약은 아니다. 낙태는 시술 아니면 미페프리스톤, 미소프로스톨 등 약물로 하는 방법밖에 없다.

-미프진은 해외에서도 의사의 진료와 처방이 필요하다. 국내 도입 시 산부인과 전문의의 의학적 판단이 중요한 것인가.

▲ 산부인과 전문의 소견이 굉장히 중요하다. 미프진은 낙태시술 못지않게 여성의 몸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약물이다. ‘나, 임신 5주라는데 낙태약 먹을래’라고 해서 자의적 판단으로 복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미프진을 해외직구 등을 통해 구입해서 먹는다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되는 약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사용되고 있는 약이며, WHO에서도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한 만큼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할까.

▲ 임신 초기 즉, 임신 8주 이전에 복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안전성이 있다고 본다. 판단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해야 할 문제다.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의심할 것은 없지만 복용하는 사람이 느끼는 것은 천차만별이다. 과다출혈이 있을 수도 있고, 자궁 외 임신인데 미프진을 복용했을 경우 올 수 있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고 복용해야 한다.

-국내에서 먹는 낙태약을 처음 허용하는 만큼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 중요해 보이는데.

▲국내에서는 (합법적으로) 한 번도 쓰인 적이 없는 약물이기 때문에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미프진이 그동안 해외 국가에서 사용돼 왔으나 외국인들과는 유전적 형태도 다르고 체형, 체력도 다르다. 약물 대사 능력도 다르기 때문에 약사, 의사, 제약회사 등이 모여 많은 논의를 해야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