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윤석열 대망론이 차기 대선에서 어떤 식으로든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윤석열 검찰총장 본인은 서울 출생이지만 정치권과 지역 일각에서는 충청권 대망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윤 총장은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윤 총장이 대선 후보로 평가받는 이유다. 특히 문재인 정권과 맞서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윤석열=야권 후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그런데 윤석열 대망론이 차기 대선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윤석열 대망론이 차기 대선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될 과제들이 수두룩하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과거 수많은 관료 출신 정치 지망생들처럼 쓴잔을 마시고 퇴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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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력’ ‘중도층지지받지만...정치인 윤석열 물음표 제기
- ‘정부 탄생 일등공신친문.반문 미운털 지지층 확장 한계

최근 윤석열 대망론의 배경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 ‘살아 있는 권력에 손을 대면서 사실상 여권의 융단폭격이 이어지고 윤 총장 스스로 식물총장이라 할 정도로 내몰렸다. 특히 윤석열 찍어내기가 한창인 가운데 법무부 감찰위 의결, 법원 결정 등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연패 하면서 여론은 윤 총장에게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배제하고 징계 절차에 들어간 것에 대해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이 50%에 달했고, ‘추미애-윤석열 갈등과 관련해 윤 총장보다는 추 장관 책임이 더 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다 문재인 대통령도 추미애-윤석열 갈등사태에 침묵하면서 지지율 40%선이 무너졌다. 반면, 윤 총장은 차기 정치 지도자 적합도 조사에서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오차범위에서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여권 등의 윤석열 찍어내기가 결국 윤석열 대망론을 띄우고 있는 셈이다.

용감한 윤석열프레임, ‘윤석열 안에 이회창 있다

특히 윤 총장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현 정권의 부당한 탄압 대상이 되는 등 이른바 정의로운 피해자용감한 윤석열프레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해 온 추 장관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윤 총장의 전투력이 인정을 받고 있다. 나아가 윤 총장은 10일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수위가 해임또는 면직으로 결론날 시 징계를 취소해달라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상으로 추 장관을 상대로 한 소송이지만 문 대통령이 징계 재가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과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배수진을 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윤 총장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보수 정당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 전 총재가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살아 있는 권력에 저항해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대권에 도전했던 이 전 총재의 길을 윤 총장도 걷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법관 시절 이 전 총재는 대쪽 이미지가 강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 전 총재를 문민정부 첫 감사원장으로 내정했다. 당시 인사검증팀에서 공직을 맡겨서는 안되는 인물이라는 평을 들은 이 전 총재는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거치며 권한을 키워나가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골머리를 앓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과 윤 총장 관계도 닮은꼴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수사 압력에 굴하지 않고, ‘대쪽 검사이미지를 얻은 윤 총장을 관심있게 본 건 문재인 대통령이다.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파격 발탁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주의자 윤석열의 칼이 권력심장부터 향하면서 문 대통령의 심정은 이 전 총재와 결별했던 김 전 대통령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중적 인기를 얻는 과정도 비슷하다. 이 전 총재는 감사원장에 취임한 후 성역은 없다며 정권을 향했고, 총리가 된 후 실세 내각론을 주장하며 총리의 권한을 적극 행사하려 했다. 윤 총장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한 것처럼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도 유사하다.

이로 인해 윤 총장은 정의로운 피해자용감한 윤석열’, ‘핍박받는 윤석열프레임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권을 향한 수사를 하다보니 윤 총장은 친문과 비문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면서도 문 대통령은 물론 추 장관과의 맞서는 과정에서 보여준 윤 총장의 전투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청.강원 등 지역적 확장성 에 실망한 반문 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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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총장을 정치인으로 가정했을 때 확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충청권 대망론이 거론되고 있다. 윤 총장의 고향은 서울이지만 범충청권 주자로 분류된다.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청남도 공주 출신이기 때문이다. 충청도에서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윤 총장을 통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충청도에서 대통령이 나온 적이 없다는 것도 윤 총장의 충청권 대망론을 띄우고 있다. 충청권에서 나온 정치인들로는 김종필 전 총리, 심대평 전 충남지사, 이완구 전 총리 등이 있으나 대부분 대선주자에 머물렀다. 대권을 향한 충청권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정치 평론가는 총선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는 중도층이다. 중도층은 지역적, 이념적으로 나눌 수가 있는데 지역적으로는 영남과 호남을 제외한 충청권이라 이 충청권을 고수하는 것이 중요하다충청권에서 윤석열 찍어내기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충청 대망론’‘까지 겹친 측면도 있다. 과도한 찍어내기에 대한 반발심에 충청지역에서도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심리까지 더해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은 윤 총장이 대선에 나오면 안 된다는 주장은 반헌법적 주장이라며 일차적으로 윤 총장 본인 의지에 달린 문제이면서,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는 국민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윤 총장 대망론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됐다.

심지어 윤 총장의 모친이 강원도 출신이라는 점도 의미를 더하는 실정이다. 강원은 아예 대선급 주자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윤 총장이 반문연대 대표주자로 대선에 나온다면 반문 정서가 강한 영남 쪽 지지에 충청과 강원 등의 표심을 기대볼 수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이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그리고 충청권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가 실제로 대선에 나선다면 이런 지역적 확장성은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여론 조사 한 전문가는 윤 총장이 대선에 나선다면 민주당에 실망한 중도표와 이 대표와 이 지사 지지표를 일정 부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에 발 들이는 순간, ‘검증의 시간이 온다

다만 윤 총장이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지지율이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잖다. 정치권에 발을 들이는 순간 단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윤 총장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검사 외길을 걸었기에 국제, 외교, 경제, 안보 문제 등에 대한 정치인으로서의 능력 검증이 필수다.

특히 다음 대선 화두가 경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윤 총장이 시대적 흐름에 맞는 인물이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부동산, 일자리 등의 문제들이 다음 대선에서 이슈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이런 분야에 윤 총장이 얼마나 전문가적 식견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를 거치지 않아 여의도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약점이다. 여의도 정치를 모른다는 것은 조직력의 한계에 부딪힌다는 말과 같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정권에 맞서는 윤석열에 대해서는 긍정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나 야권 대선 후보 윤석열에 대해서는 견제심리가 강하다. 기존 대권주자들이 윤 총장과 각을 세우며 정체성 논쟁부터 도덕성 검증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윤 총장이 현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라는 점도 약점이다.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적폐청산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흡수할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의원들이 세력화하고 이른바 윤석열계가 만들어질 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의원은 보수층 유권자들이 윤 총장을 지지하기 때문에 윤 총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윤 총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언급되는 순간 국민의힘은 사분오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윤 총장이 중도층 유권자들을 얼마나 끌고 올지 모르지만 선거의 기본은 집토끼(지지층) 관리부터 철저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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