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의원, “잘못된 역사관 국가 정체성 흔들어” 토로

양향자 의원 [의원실 제공]
양향자 의원 [의원실 제공]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역사왜곡 금지법’을 발의했다. 법안의 내용은 역사를 왜곡하거나 피해자를 모욕하면 처벌하는 걸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양 의원은 5.18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과 유가족에 대한 일부 인사들의 망언 등을 언급하며 국민적·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역사적 사건에 대해 법률로서 역사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얼마 전 이런 양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재판부의 판결이 있었다. 지난달 30일 전두환 전 대통령과 고 조비오 신부간 논란이 된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사건이었다. 일요서울은 지난 3일 양 의원과 서면인터뷰를 통해 ‘역사왜곡 금지법’에 대해 알아봤다. 

-“역사왜곡 통해 사적 이익 취하는 자들 있어”

- 양 의원께선 1호 법안으로 ‘역사왜곡 금지법’을 발의했다. 그 이유와 의미를 설명해 달라.
▲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비롯하여 우리 역사에 아픔이 담긴 사건들이 인간의 도덕과 선의에만 의지해 진심 어린 사과를 기대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예를 들면 일제의 만행으로 저질러진 위안부 할머니 피해자들에 대해 ‘매춘부’라는 입에 담기도 힘든 망언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가짜뉴스를 통한 역사왜곡문제도 있다. 이런 가짜뉴스는 우리 아이들의 역사관 형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 국가의 정체성마저 흔든다. 그래서 저는 이런 문제에 대해 처벌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가장 먼저 ‘역사왜곡 금지법’을 발의했다. 

- 역사왜곡 금지법에서 규정하는 역사적 논쟁이 끝난 사건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가.
▲ 사건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고 국민적·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반론의 여지가 없는 사건들을 의미한다. 다만 역사에 대한 사실과 국민적·사회적 공감대에 관한 부분은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논의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역사적 논의도 국민적 상식이 어디에 방점이 찍혀 있는지 살핀다면 충분히 해결 할 수 있다. 

- 검찰이 역사적 사건에 대한 시비를 판단하고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 검찰은 이미 국민적·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역사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에 한정하므로 역사적 사실의 시비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 역사왜곡 금지법에서 규정하는 처벌 범위는 어떻게 규정되나.
▲ 신문, 잡지, 라디오, TV 그 밖의 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거나, 전시회, 집회 등에서 공연히 역사적 사실을 부인 또는 현저히 축소·왜곡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 역사왜곡 금지법에서 규정하는 처벌 수위는 어떻게 되나.
▲ 제가 낸 법안엔 독립유공자, 전쟁범죄 피해자,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또는 4·16세월호참사 피해자 등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모욕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엔 명예훼손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모욕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그리고 고소가 없거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도 고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특례조항을 만들어 역사 왜곡을 원천적으로 막고자 했다. 

- 법조계에선 현행법으로도 역사 왜곡 행위가 있다면 고소·고발을 통해 명예훼손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 현행법은 개인의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으로 개별적 접근을 통한 처벌은 가능하다. 그러나 제가 낸 법안은 피해자의 고소가 없거나 의사에 반해도 고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역사왜곡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국민적 차원에서 바로 세워야하기 때문이다. 

- 역사왜곡 금지법의 처벌 수위가 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 앞서 지적한 것처럼 역사왜곡은 국가의 정체성과 존립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역사관을 바탕으로 바른 가치관을 형성해야 할 우리 아이들이 잘못된 역사왜곡의 영향을 받는다면 이 문제는 무형의 내란죄에 해당하는 중범죄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역사왜곡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도적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에 처벌 수위가 결코 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일각에선 역사왜곡 금지법이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학설과 주장,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지적이 있다. 
▲ 역사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다양한 역사관 역시 존중받아야 하는 것엔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이 법안은 역사적·이념적 논란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민적·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반론의 여지가 없는 역사사건의 왜곡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다. 나치가 유대인에게 저지른 홀로코스트와 같은 전쟁범죄를 옹호하는 것을 표현과 사상의 자유라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제가 낸 법안 제3조 2항에 “오로지 학술적 연구, 예술 활동, 보도 또는 이와 유사한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범위를 분명히 했다. 

- 역사왜곡 금지법과 같은 법률이 시행되고 있는 해외 사례는 있는가.
▲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에 대한 홀로코스트 범죄를 부인하거나 왜곡하는 경우 독일, 루마니아, 룩셈부르크, 리투아니아, 리히텐슈타인, 벨기에,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체코, 프랑스, 포르투갈, 폴란드 등의 국가들이 법률을 통해 처벌을 규정한다. 이외에도 제노사이드 역사의 아픔을 가진 국가들은 역사적 사실을 부정 또는 증오하는 표현을 사용하면 처벌한다. 그리고 이런 규정을 둔 국가들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인 경우가 많다. 국제적 기준으로 보더라도 역사왜곡 금지법은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역사왜곡 금지법과 관련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 지난달 30일 광주지법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형을 선고했다. 역사왜곡에 대한 논란을 사법부가 법의 판결을 통해 바로 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런 판결에도 불구하고 5·18의 역사적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는 자들이 있다. 아직도 5·18에 대한 왜곡과 모욕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는 법의 미비로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해 생기는 문제다. 그렇게 때문에 5·18뿐만 아니라 다른 역사적 사건에 대한 왜곡도 역사왜곡 금지법과 같은 제도를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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