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차기 대선이 1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차기 대권 구도는 지각 변동을 준비 중인 모양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극한 갈등을 겪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기존 이낙연-이재명양강구도에 균열을 가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양강구도를 깨고 압도적 강자로 올라서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 열세인 이 지사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2의 발돋움을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 지사의 최대 약점은 친문의 이재명 비토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사의 대권 가도에서 그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무난하게 통과하기 위해 친문 지지를 어떻게 끌어올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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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윤석열정국 제자리 걸음, 확장력 위기 봉착
비문 콘크리트 지지층 갖고 친문 갈라치기시동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이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인 독주를 깨고 양강 구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이후 이렇다 할 제2의 도약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거기다 추미애-윤석열 정국까지 겹치면서 이 지사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추미애-윤석열 정국요동치는 대선 구도’, 이재명 주춤

최근 여론조사 결과 흐름을 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과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기존 대선 판도를 흔드는 모습이다. 윤 총장은 이낙연-이재명양강구도를 깨고 2위로 올라서기도 했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1위까지 기록했다. 이로 인해 이재명 지사가 3위로 주저앉았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다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1위를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낙연 대표와 윤 총장을 압도적 격차로 앞서지는 못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3일부터 닷새간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한 결과, 이낙연 대표(20.6%)1, 윤석열 총장(19.8%)2위를 기록하고 이재명 지사(19.4%)3위로 내려앉았다.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차기 정치 지도자 적합도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윤 총장이 24.5%를 얻어 1위로 올라섰다. 뒤이어 2위인 이낙연 대표는 지난 조사보다 0.9%포인트 상승한 22.5%를 기록했다. 이 지사는 10월 조사에서 1(22.8%)를 차지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3.7%포인트가 하락하면서 3(19.1%)에 그쳤다.

이재명 지사는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다시 1위로 올라섰다. 한국갤럽은 4121주차(13)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은지를 물은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재명 지사 20%, 이낙연 대표 16%, 윤석열 검찰총장 13% 순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추미애-윤석열 정국으로 대권 구도까지 혼돈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 지사가 제2의 발돋움을 하며 대세론을 구축하지 못하고, 외부 변수에 의해 흔들리면서 20%대 안팎의 지지율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이 지사의 대선 경쟁력은 호남과 민주당 지지층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낙연 대표에 비해 외연 확장성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이 꼽힌다. 갤럽 122주차 조사 결과를 보면 이 지사는 이낙연 대표에 비해 보수층 뿐만 아니라 중도층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보수층에서 이재명 지사는 14%를 얻어 이낙연 대표(10%)4%포인트 앞섰다. 중도층에서도 이 지사(19%)는 이낙연 대표(14%)에 비해 강세를 보였다.

친문 3후보 카드만지작, ‘당내 확장위기 맞아

그러나 이재명 지사의 최대 딜레마는 외연 확장성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당내 확장성에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지사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아직까지도 이낙연 대표를 앞서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려면 민주당 지지층, 특히 민주당의 최대 주주인 친문의 지지를 얻는 것이 필수다.

그러나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대선 경선과 2018년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친문과 극한 갈등을 겪었다. 이 지사가 민주당 경선을 통과하려면 친문과의 화해가 최대 과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친문은 3의 후보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3의 후보로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세균 국무총리, 이광재·김두관 의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친문은 지난 8월말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대표를 당 대표로 밀고 지원했다. 그러나 친문은 항상 친문 적통대선주자를 갈망해왔다. 최근 이 대표가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면서 친문이 대선 경쟁력을 갖춘 제3의 후보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친문이 기사회생을 기다리던 친문 적통잠룡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달 6일 불법 댓글 여론조작 혐의와 관련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친문의 3의 후보 물색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친문계 의원 56명이 참여한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연구원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홍영표 의원이 최근 제3의 후보를 언급하면서 미묘한 파장이 일기도 했다. 홍영표 의원은 지난달 24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구도(이낙연·이재명 양강구도)가 그대로 유지되어서 거기에서 결정할 거라고 볼 수는 없다상황이 변하면 제3, 4 후보가 등장해 경쟁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정세균 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재 의원에 대해 다 충분한 자격과 능력, 비전이 있는 분들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친문이 차기 대선후보로 제3의 주자를 낙점한다면 이 지사의 대권 가도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현 시점에서 이 지사가 위안을 얻는 대목은 최근 들어 이낙연 대표와 민주당 지지층에서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그동안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 대표는 이 지사를 10%포인트 이상 앞서왔다. 그러나 지난 10월과 이번 122주차 조사에서는 격차가 한 자릿수로 줄었다. 이낙연 대표가 36%, 이재명 지사가 31%로 두 사람의 격차는 5%포인트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 때문에 이재명 지사가 그동안 갈등을 겪어왔던 친문 전체의 지지를 기대할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친문 갈라치기로 일부 친문의 지지를 끌어오려고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문이 최근 분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 지사가 본선 경쟁력을 장점으로 내세워 친문을 공략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친문이 분화돼 있기 때문에 강성 친문은 이재명 지사를 반대하지만 본선 경쟁력이 높은 사람을 밀겠다고 생각하는 친문도 있다는 점을 이재명 지사는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이 지사는 친문을 갈라치기 하면서 비문과 중도가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추진력·결단력독단성으로 비춰지기도

이 지사의 최대 장점은 과감한 추진력과 결단력이 꼽힌다. ‘코로나19 정국에서도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 지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신천지에 강경 대응을 하면서 여론에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장점이 동시에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측면은 딜레마다. 그의 장점이 때로는 독단성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 지사가 경기도 지역 자치단체장들과 갈등을 겪는 것을 두고 독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남양주시가 이재명 지사로부터 표적·보복 감사를 받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논란이 됐다. 또 이 지사가 지역화폐를 비판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을 향해 적폐세력이라고 비판한 것도 야당의 공격 대상이 됐었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를 향해 지역화폐 효용성에 이의 제기한다고 조세연을 비난하고 남양주 시장에 감정적 보복을 하는 건 전혀 관용이 아니다라며 자제하지 않는 권력이 바로 잠재적 독재인 것이다. 그래서 제가 이 지사의 행태에 잠재적 독재자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지지율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이 지사는 현재 정책 행보에 치중하며 숨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추미애-윤석열 사태로 정국이 들썩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역 광역단체장 신분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제3차 재난지원금, 투기용 다주택 과세, 수술실 CCTV 의무화, 기본주택 확대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추미애-윤석열 문제는 현 정부와 윤석열 총장의 싸움이기 때문에 이 지사가 끌고 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이 지사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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