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제 제도는 낡은 시대 유물”… 불안은 기업에서 개인으로

[조세전문 변호사 고성춘 법률사무소 유튜브 화면>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상속세 문제를 두고 ‘과도하다’ 라는 의견이 다시 나오고 있다. 대기업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인식되던 상속세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 상승 바람이 불면서 1주택을 보유한 일반 국민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같은 문제에 전문가들도 비합리적인 대한민국 상속세를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보다 배꼽 더 큰 상속세, ‘이중 과세’ 논란까지… 공포에 떠는 기업들

상속세 바람 대기업 타고 1주택자에게… “집 팔아 세금 내는 상황”

지난 10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가 남긴 18조 원의 유산 중 유족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7조 원가량이다. 이유는 바로 상속세 때문이다. 이 문제는 비단 삼성그룹뿐만이 아니다. 지난 9월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 또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일부를 증여 받게 되면서 증여액 60%가량인 2962억 원을 증여세로 납부해야 했다. 한 세제 전문가는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각 가계 자산 파악이 쉽지 않아 높은 상속세율이 조세 정의에 부합하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재산 파악이 쉽다”며 “이미 소득세 등을 납부하고 모은 유산에 또다시 상속세를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 논란이 있는 만큼 추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상속세 납부 기한을 최장 5년에서 추가로 늘리는 등의 상속세 납부 부담 완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며 “다만 상속세 유예에 따른 이자 징수 문제 등 상속세 개편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밝혔다.

단기적 상속세율 낮추고
장기적 상속세 폐지해야

지난 9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상속세를 장기적으로 폐지하고 법인세율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업 영속성과 국제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상속세율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세율을 인하하고 기초공제액을 인상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으며, 소득세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장치로 다른 나라에 비해 제일 높은 편”이라며 “재산 형성과정에서 납부한 소득세와 비교해 이중 과세 논란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재산이 자녀에게 이전되는 점에선 일종의 소득에 물리는 세금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틀리다 할 수 없다”며 “이중 과세 논란과 부의 대물림에 따른 세대 간 소득격차 완화 등을 고려해 상속세율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기고한 중앙일보 칼럼에 따르면 정 전 의장은 20년, 40년 전보다 조세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왜 조세정책은 그대로냐고 비판했다. 20~30년 전에 만든 현행 상속세율과 단계별 과표 구간 액수를 경제 성장 누계치나 물가 상승률만큼 상향 조정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 전 의장은 상속세율을 30% 수준으로 낮추고 과표 구간의 액수도 두 배 정도는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도한 상속세율 때문에 세계적 토종 기업이 문을 닫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고의 복지인 일자리를 잃게 되고, 국가 경제도 피해를 보게 돼 세수에도 장기적으로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기업에 과한 상속세율은 결국 국민들에게도 이어지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정 전 의장은 “차제에 상속세 문제를 공론의 장에서 논의함으로써 기업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낡은 시대의 유물인 상속세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부과 대상, 중산층 확대
법 취지 어긋나

상속세 바람은 기업에서 국민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면서 1주택자에 대한 상속세도 대폭 상승했다. 상속세로 집을 팔아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는 후문이다. 주택 상속세는 공시가격이 아닌 시세가 과세표준이다. 이는 전액 현금으로 부과된다. 또한 집을 팔 경우 상속세와 별개로 매수액과 매도액 차이를 과표로 하는 양도소득세도 추가로 내야 한다. 1주택자는 집을 팔아 세금을 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라는 의견이다.

이 같은 현상에 전문가들은 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노력형이 아닌 외부 환경으로 집값 상승 영향을 받은 사람도 상속세를 내는 현상이 많아진다는 의견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상속세 부과 대상이 중산층으로 확대되는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나고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며 “특히 1주택자는 배우자 사망에 따른 상속세 때문에 강제로 주택을 팔거나 이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시세 상승을 고려해 주택 상속세 공제 한도를 높이거나, 1주택자 사망 시 배우자는 추후 자녀 세대에 물려줄 때까지 과세를 유예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온라인에서는 현재의 현실 상황에 대해 비판한 언어유희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한 네티즌은 부동산 시장의 혼란과 끝없이 오르는 집값,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속세를 두고 “살려니 보유세, 팔자니 양도세, 죽자니 상속세가 겁난다”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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