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장애]
오장육부 균형 통한 상부 화 눌러 정신적 안정 취해야⋯
근육 긴장 완화하는 한의학적 '마음챙김' 훈련 강화 요법

살다 보면 누구나 화가 나고 분노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화를 내지 않아도 되는데 쉽게 화를 내고, 분노하는 순간이 잦은 사람들도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저 사람은 화를 잘 내는 다혈질 성격이야”혹은 “저 사람은 감정 기복이 심한 정신병자 같아” 라며 기피한다. 이성으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화를 참지 못해 분노가 폭발하는 일이 잦다면 분노조절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분노의 감정은 불합리한 상황이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가져오는 사건이나 충격을 겪은 이후에 나타나는 자연적인 감정으로서 긍정적인 기능을 가진다. 하지만 제대로 분노가 해결되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부당함, 좌절감, 무력감, 좌절감과 같이 부적응적인 형태로 남아 있는 경우 격분이나 울분 등으로 심화되면 고조된 감정을 이성적으로 조절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환으로 무의식적 분노로 표출되고 습관적으로 화를 내는데 이를 분노조절장애라고 한다.

심한 분노조절장애는 지나친 분노의 표현으로 인해 재산이나 기물을 파손하고, 억울하다는 느낌 또는 부당함을 느끼며 복수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화를 참지 못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분노조절장애는 본인과 가족, 동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그저 성격 탓으로 돌리고 묵인한다면 본인과 주변 사람 삶에 큰 고통을 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하면 지난해 분노조절장애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2249명으로 2015년 1721명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 사태로 전 국민의 분노와 스트레스가 격증되면서 훨씬 더 수치가 증가되리라 예측한다.

분노조절장애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먼저 두뇌에서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물질인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 등이 적절하게 분비되지 않아서 생기는데 주로 세로토닌과 연관이 많다. 세로토닌이 과하게 분비될 경우에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에 대해 통제력이 약하기 때문에 일반적이고 평범한 스트레스에도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반면 세로토닌의 만성적인 저하 상태는 일반적으로 우울증과 함께 오는 간헐적분노조절장애로 나타난  다. 두 번째로 유년기 성장환경과 부모-자식 간의 불화, 부부간의 불화, 이별, 생명의 위협 등 정신적인 외상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장 환경에서 무의식 속에 트라우마, 스트레스, 분노의 감정이 생긴 경우 살아가면서 특정한 자극에 의해 되살아나 극도로 분노하는 감정과 행동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케이스는 평소에는 일반인과 다름이 없지만 특별한 상황에서 갑자기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본인은 분노조절장애라는 사실을 잘 인정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알코올 중독성 분노조절장애가 있다. 알코올에는 평소 감정을 조절하고 제어하는 전두엽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어 적당한 음주는 일시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겠지만 과음 시에는 감정제어기능의 상실로 평소보다 분노조절이 어렵게 되고 공격성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분노조절장애를 신경정신과에서 다루나 질병 특성상 환자들이 본인이 병에 걸렸다는 병식이 부족하고 잘 인정하지 않으며 정신과 치료가 기록에 남을까 봐 기피하는 현상이 많다. 약물치료로는 항우울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등을 투약하고 심리상담치료를 병행하는 방식을 쓴다.

한의학에서는 분노조절장애를 화(火)라 하며 이는 신체 장부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보고 있는데 주로 간(肝)과 심(心)의 문제로 보았다. 주요 변증으로는 1) 간기울결(肝氣鬱結) : 분한 감정이 오래되어 간(肝)의 기운이 소통되지 못하고 막힘, 2) 간화(肝火) : 간기울결이 심해지면 간에 화(火)가 생기는데, 주 증상은 쉽게 화를 내는 ‘이노(易怒)’, 가슴이 답답한 번조 ‘煩躁’ 3) 심간열성(心肝熱盛) : 급, 만성적 분노상태인 간화(肝火)에 이성을 담당하는 심(心)까지 열이 가득하여 이성으로 감정을 제어할 수 없는 심한 분노조절장애 상태 등으로 보았다.

한의학적으로 분노조절장애를 치료하는 방법은 오장육부의 균형을 통해 막힌 기운을 뚫고 화(火)를 다스려 정신적 여유를 가지게 만드는 것이다. 침, 뜸, 한약 등의 한방치료를 통해 간에 울체된 기운을 풀어 쌓인 분노를 제거하고 간과 심장에서 상부로 올라가는 화(火)를 누르며 장부 간 균형을 잡게 하면 똑같은 상황이라도 욱하지 않고 이성이 감정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막힌 기운이 뚫리고 화(火)가 치료되면 같은 사람, 같은 상황임에도 분노하지 않고 넘어가는 여유 있고 느긋하고 ‘예전에는 그랬었지’ 하며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한의원에서도 심리상담치료를 통한 마음챙김훈련(mindfulness), 인지-지지 상담기법, 추나요법을 통한 근육긴장이완 및 각종 이완요법(아로마테라피,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분노조절장애를 치료하고 있다.

분노라는 급작스러운 불청객에 의해 마음과 다르게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신 환자라면 본인 의지로 잘 고쳐지지 않는 경험을 수시로 해봤을 것이다. 분노조절장애는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있는 것이기에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또한 대인관계까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본인을 포함해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균열이 갈 수 있다. 나와 내 가족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보다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 안전하고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한동화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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