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통수권자인 이승만은 1950년 6월 27일 새벽 2시에 일선 부대에 철수 명령을 하달하지 않은 채 경무대를 빠져 나갔다.장면 총리는 1961년 5월 16일 새벽 내각제에서 군 통수권이 있는 총리임에도 불구, 서울 혜화동 수녀원으로 잠적했다.최규하 총리는 1989년 10월 26일 김계원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박 대통령 피살 사실을 듣고도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노재현 국방부 장관 명령에 의해 체포될 때까지 침묵했다. 몸만 있었지 총리는 잠적한 것이다.노태우 전대통령이 백담사로 옛 전우 전두환을 유배시킨 것에 대해서도 ‘야대여소 정국이었다고 구실을 달겠지만 야당의 압력에 굴복하여 자신의 은인인 전직 대통령을 유배시킨 것은 자신이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도망간 것”이라는 평도 있다.

‘직선 대통령임을 내세워 전정권과 차별을 두면서 소위 5공 청산을 수동적이나마 주도한 것은 자신의 과거에 대한 책임을 저버린 행위이며 도망간 지도자다. 또 자신이 져야 할 지도자로서의 책임으로부터 도망갔다’는 비난도 같이 존재한다.전두환 전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7년 동안 국가 원수로서 자신의 정당성과 역사적 필연성을 주장하며 국정을 수행했던 지도자가 어느 날 유배지로 떠난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로부터 도망친 것은 아닐는지, 문제는 비참한 것은 ‘도망자’가 아니라 국민 자신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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