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권은 文님에 있고 모든 권력은 문빠로부터"
"의원인지 청와대 지시 받아 움직이는 머슴인지 의문"
"정세균, 국회의장 역임하고 총리 되신 데 커다란 유감"
"靑 울산시장 선거 개입 후 母 돌아가셔…깊은 상처"

동료의원들 격려받는 김기현 의원 [뉴시스]
동료의원들 격려받는 김기현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순간 대한민국 헌법 1조를 이렇게 읊는다. 대한민국은 문(文)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문 님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문빠'로부터 나온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헌법이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이라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 상정 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개시하고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설레고 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조문이지만, 요즘 정국 상황을 비춰보면 깊은 회의에 빠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민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나"라며 "(민주당) 여러분이 국민의 국회의원인지 청와대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머슴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정말 야당이 궤멸의 대상이고 박멸시켜야 할 적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국회는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가 되어선 안 된다. 저희 여당 때도 많은 고충이 있었지만 대통령이 시킨다고 그대로 다 하지 않았다"며 "국회는 용광로가 돼야 한다. 갑론을박을 통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다양한 의견이 녹아 완성된 작품이 나오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정세균 국무총리를 겨냥해 "저는 직전에 국회의장을 역임했던 분이 국무총리가 되신 데 커다란 유감을 갖는다. 어떻게 국회 수장이 직을 마치자마자 대통령 수하 직책을 받아가나. 국회의 위상을 그렇게 망가뜨려도 되나. 국회의원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나"라고 따지기도 했다.

그는 중간에 잠시 "물 좀 달라"고 요청해 목을 축인 후, "저는 청와대 울산시장 개입 사건의 피해 당사자"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30년지기 송철호(현 울산시장) 당선이 소원이라고 직접 말씀하셨다. 그 후 일이 벌어졌다. 청와대가 진두지휘한 불법 선거로 저는 서슬 퍼런 공작의 피해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제 개인적인 모든 삶이 망가졌고 어머니는 제가 낙선하자 한 달 후 세상을 떠나셨다. 저는 불효자가 됐고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권력의 횡포 행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섭다.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저를 도와준 분에게서도 원망이 돌아왔고 제 밑에서 일하던 공무원들이 불려가 수사를 받았다"며 "없던 일도 만들어낸다고 수사기관이 작심하면 창조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오늘 공수처법 반대 토론을 제안 받고 처음에 거절했다. 아픈 과거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누구보다 현장에서 직접 불법 행태를 겪었고 다시는 되풀이되면 안된다는 책임을 느꼈다. 권력에 의해 좌우되는 공수처의 폐단이 어떤 것인지 역사에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이 우선이고 권력이 우선이 안되는 현실을 교묘한 방법으로 우회하는 게 공수처다. 처음부터 검사를 하나 하나 내 사람으로 밀어서 10년 20년 기다릴 수 없으니 공수처를 만드는 거다. 민변 출신 같은 사람들을 절차 없이 특채로 밀어넣어 제2의 검찰청을 만들겠다는 거다. 내 사람 만들 가장 좋은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수처 검사 자격 요건에서 변호사 자격을 10년에서 7년으로 내렸다. 그냥 로스쿨을 졸업하고 민변 가입하고 7년 있으면 공수처 검사 되는 거냐. 장롱에 넣은 자격 7년이면 되냐"며 "원동기 자동차 면허만 갖고 덤프트럭 운전하면 되냐"고 비꼬았다.

또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말을 인용하며 "세상이 바뀐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는 말에서 오만함을 넘어 살기가 느껴진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신처럼 숭배하는 집단의 이성 상실로 대한민국이 파괴되고 있다. 감염병이 있다지만 법률 근거도 미약한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나"라고 했다.

김 의원은 "요즘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다행이라고 생각 안 한다. 대통령이 잘해서 인기 좋은 게 바람직하지 않겠나"라며 "그런에 이렇게 욕을 먹고 민심과 거꾸로 가는 모습이 비춰져 독선으로 가득 찼다고 지지율이 떨어진다면 다시 한번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서는 "대통령이 조국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국민에 안 미안하냐. 조국 한 사람을 지키느라고 대한민국과 국민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줬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권과 반칙이 횡행하고 조장하는 세력이 있는 게 아니냐. 이 국회에서는 소수 야당을 깔아뭉개고 말살시킨다. 이제 종식시킬 때가 됐다"며 "공수처에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겠다면 간단한 방법이 있다. 복잡하지도 않고 밤새울 것도 없다. 야권에서 추천한 객관적 후보를 여권이 받아들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우리 당 대표 아니지만 확실히 말씀 드린다. 우리 당은 결코 편향적 인물을 추천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공수처장(을 한다는) 주장이 진실되다면 합의를 시작하면 된다. 그런데 왜 군화발로 짓밟듯 하고 합의가 이뤄진 시점에서 법안소위 날치기를 하냐"고 물었다.

김 의원이 "내년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가 있다. 대통령이 공수처를 서두르는 이유는 거기 있다고 본다. 빨리 발족시켜서 연초에 영향 미칠 야권 인사를 흔들어야 하지 않겠나. 아니면 그만이니까"라고 말하자 여당에서는 이에 반발하며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김 의원은 "계속 말씀하라. 말씀했으면 들으라"며 "공수처는 장기집권을 위한 포석일 뿐,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국정원법 통해 청와대와 여당은 문재인 판 독재 정치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고 해 민주당이 또 거세게 항의했다.

자정이 되자 박병석 국회의장은 "자정이 됐다. 마쳐달라"고 했고 김 의원은 "마무리하겠다.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며 서로 가진 고민을 나눌 수 있게 이해관계가 원만하게 돌아갔으면 한다. 경청해준 의원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고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박 의장은 산회를 선포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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