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최초 타이틀로 화려한 출발…

김현미 국토부 장관. [뉴시스]
김현미 국토부 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임명됐던 김현미 장관이 3년5개월여 만에 물러나게 됐다.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토부 장관으로 주목을 받으며, 취임했던 김 장관은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라는 타이틀도 보유하게 됐다. 김 장관은 취임 당시 부동산 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어필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재임 기간 무려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집값 폭등은 전국으로 확산됐고, 이에 전세 대란도 일어났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라는 질책 속에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김 장관에 대한 신임은 여전하다는 목소리다. 이에 퇴진 후 선거를 통해 다시 정계에 진출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김 장관이 재임 기간 남겼던 대책과 논란 등을 되짚어 본다.

24차례 땜질정책·‘김현미 어록’ 탄생까지… 부동산 민심 폭발

퇴진 후 거취에 관심… 2022 지방선거 출마 통해 재기 나서나

2017년 6월23일 첫 여성 국토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취임한 김 장관은 지금까지의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집값 급등은 공급 부족이 아닌 투기 세력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장관은 3선 의원 출신으로 지난 20대 국회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기도 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장관을 국토부 장관으로 기용할 당시 일각에서는 김 장관이 부동산 시장을 진단하고 이끄는 주택정책 수장으로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김 장관은 우려 속에서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김 장관은 국토부 장관 취임식에서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며, 돈을 위해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 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며 “국토부 장관으로서 서민 주거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집 걱정, 전·월세 걱정, 이사 걱정을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임 기간 김 장관이 내놓는 부동산 정책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7년 6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한국감정원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16% 넘게 올랐고, KB부동산 리브온 기준 상승률은 36.6%에 달했다. 김 장관은 대출 규제, 투기과열지구 지정,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등 규제 정책과 신규택지 지정 등 주택 공급을 위한 여러 대책들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 안정화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땜질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세율 옥죄기 ‘풍선효과’
전세 대란 등 혼란 초래

주요 대책 중 하나는 2017년에 발표했던 8.2 대책이다. 8.2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시와 세종시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금융규제 강화 ▲청약 1순위 자격 요건 강화 및 가점제 비율 상향 등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주택 시장 거래량은 줄었고 수도권 집값은 상승세를 계속 보였다.

이후 김 장관은 수요를 더 억제하기 위해 세율을 옥죄는 방법을 선택했고, 9.13 정책을 내놓았다. 9.13 정책은 종합부동산세율을 인상하는 것으로, 3주택자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 최고 세율은 3.2%까지 올랐다. 9.13 정책 이후 서울 아파트 값은 하락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2019년 하반기 들어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 김 장관은 이에 9억 원 초과 주택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강화하고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면서 더욱 강화된 12.16 정책을 내놓았다. 이후 김 장관은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을 규제 대상으로 묶은 6.17 대책,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세를 강화한 7.10 대책, 전세 매물 씨가 마르자 향후 2년간 공공임대 11만4000가구 공급 계획을 담은 11.19 정책 등 무려 24차례에 달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안정되기는커녕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서울과 수도권 집값뿐만 아니라 규제 지역을 벗어난 지방 도시마저 상승해 ‘풍선 효과’가 발생했다. 특히 올해 8월 시행된 새 주택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은 전세 대란으로 이어지면서 불안과 혼란만 가중됐다.

논란 자초한
“아파트가 빵이라면…”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장관의 발언들은 들끓는 부동산 민심에 기름을 부어 ‘김현미 어록’까지 탄생시켰다. 김 장관의 숱한 어록 중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이른바 ‘빵투아네트’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현안질의에서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세 대책에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이유를 묻자 “2021년과 2022년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데, 그 이유는 5년 전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대폭 줄었고 공공택지도 상당히 많이 취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아파트를 빵에 비유한 김 장관의 발언을 두고 야권에서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라고 발언했던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하며 ‘빵투아네트’라는 조롱 섞인 비난을 했다.

숱한 논란을 낳았던 김 장관이기에 퇴진 후 거취 문제 역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언론 매체 등에 “너무 오래 일했기 때문에 당분간 쉴 것”이라며 “다시 (지역구인) 경기 일산에서 출마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절한 계기를 통해 정치 활동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는 김 장관이 수도권 지역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나 2022년 지방선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김 장관의 지역구였던 경기도지사 또는 고향(전북 정읍)인 전북도지사로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초 김 장관은 지난 4.15총선 출마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총선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 3월에는 최정호 전 국토부 2차관이 후임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김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나려고 했으나, 최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재임 기간이 길어지게 됐다.

역대 최장수·첫 여성 국토부 장관이라는 화려한 등장과는 달리 김 장관은 국토부 장관의 임무 중 제일 중요한 주택 정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지 못하고 물러나게 되면서, 마지막 모습을 불명예퇴진으로 남기게 됐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