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로 분열한 나꼼수... 친문 ‘자중지란’

나꼼수 [뉴시스]
나꼼수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싸고 팟캐스트 ‘나는꼼수다(나꼼수)’ 출신 멤버들이 분열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윤 총장과의 관계를 둘러싸고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이 같은 나꼼수 멤버인 주진우 기자에게 해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친문진영에선 주 기자가 문재인 정부의 걸림돌로 여겨지는 윤 총장에 대해 호의적인 발언이나 시선을 갖는 것은 배신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나꼼수의 이 같은 분열이 친문진영 내 권력투쟁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요서울은 친문진영을 둘러싼 권력의 이해관계를 추적해봤다.   

-이종훈 “차기 대선 앞두고 친문분열 더 가속화 될 것”

팟캐스트 ‘나는꼼수다(나꼼수)’ 출신 멤버인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지난 3일 자신의 SNS 에 ‘주진우 기자의 해명을 기다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씨는 글에서 “주진우 기자가 우리 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그러나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서 그동안 주진우 기자의 행적과 발언을 살펴볼 때 그가 과연 같은 편인지 의문을 가질 일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제 의혹 제기가 틀렸으면 좋겠다”면서도 “마침내 그를 ‘윤석열 패밀리’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뼈아픈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전선이 명확할수록 피아구분은 명확해져야 한다”며 주 기자를 향해 네 가지 ‘공개질의’를 던졌다. 김 이사장은 첫째로 “강력한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윤 총장이 양정철 씨와 회동할 무렵 주진우 기자도 그 자리에서 합석했다”며 “당시 4명이 있던 이 자리에서 주진우 기자는 윤 총장을 ‘형’으로 호칭하며, 양 씨에게 반농담조의 충성맹세를 요구했다. 왜 이 자리에 참석했는가”라고 물었다. 두 번째로 그는 “지난 4월초 MBC 한동훈 검사장 검언유착 의혹 보도가 나온 직후 주 기자는 제게 한 검사장과 채널A 이동재 기자는 소통한 바 없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을 입증하는 녹취록이 세상에 공개됐다. 이렇게 말한 이유는 한 검사장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세 번째로 김 이사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수사지휘를 발동한 후 주 기자는 추 장관을 찾아가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며 “여론을 빙장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제동을 걸려 한 것은 아니었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네 번째로 그는 “윤 총장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의 회동을 취재하던 기자(이상호 기자)가, 윤 총장에게 반론 통화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 기자는 그 기자에게 전화해 ‘윤석열 라인을 흔들면 안된다’고 말했다”며 “윤 총장으로부터 그 기자에게 항의 전화를 하라는 부탁을 받았습니까”라고 물었다. 마지막으로 김 이사장은 주 기자에게 “답변을 기다립니다. 해명이 제가 공개하지 않은 객관적 정황에 배치될 경우 추가 질문을 할 수 있다”며 글을 맺었다. 

한편 주 기자는 지난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 씨가 제기한 윤 총장,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의 만남에 대해선 “그런 자리가 없었다”면서 “양정철에게 윤 총장을 소개시켜주고 (양 전 원장에게)충성맹세를 시켰다? 충성맹세와 건배, 존재하지 않은 장면, 존재하지 않은 말을 누가 들었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또 추 장관에게 수사지휘권 발동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이야기 했다는 의혹엔 “제가 뭐라고요? 추 장관을 마지막으로 만난 건 7월초로, 경기도 모처에서 법무부 장관 업무와 전혀 무관한 일로 10여명의 사람과 함께 만났다”며 “분명 그 모임은 수사지휘권 발동 이전으로 그런 말이 나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씨의 ‘공개질의’에 조목조목 반박한 주 기자는 친문진영을 향해선 “여러분이 갖는 아쉬움을 이해한다. 저는 검찰개혁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검찰이 법치주의 망치고 있지 않느냐”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용민아(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전화 받아라”라는 말로 영상을 마쳤다. 

주 기자는 또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 이사장이 제기한 이상호 기자에게 ‘윤석열 라인 흔들지 마라’고 경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대선배에게 협박하거나 기사 쓰지 말라고 하는 게 가능하냐”며 “이상호 선배의 재판 관련해 이야기하다가, 이 선배가 내게 먼저 (검찰의) 삼성 수사를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었다. 검사들이 삼성만 보면 도망갔는데 그래도 윤석열의 삼성수사는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니냐, 나는 기대하는 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주 기자는 “이상호 선배는 회의적이라고 하면서 윤석열이 홍석현을 만났다고 얘기했다. 윤 총장이 독하고, 검사들이 조폭 같아서 선배나 나처럼 소송 많은 사람들은 꼼꼼하게 잘 체크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주 기자는 김 이사장이 질의한 검언유착 논란에 관해선 “용민이가 검찰 반응을 물어와서 ‘검사 애들은 통화한적 없다던데’라고 말했다”며 “기자는 생각이 다른 사람도 만나는 사람이다. 오랜 기간 전광훈도 만났고, 김태촌, 조양은도 만났다. 내가 조양은을 만났다고 양은이파인가”라고 반문했다. 

주 기자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 이사장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주 기자에게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며 최근 통화내역을 공개했다. 그는 “주진우 기자가 저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한 모양인데, 지난번 공개 질의 올리고 지금까지 통화한 내역(에 없다)”을 밝혔다. 이어 김 이사장은 “저는 이번 답변으로도 아직 그가 윤석열 집단과 절연했다는 믿음을 갖지 못했다”며 “진실을 향한 주진우 기자의 진정성을 다시 확인하는 그날을 앙망해 본다”고 말했다.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주 기자의 해명에 대해 “해명보다는 변명으로 들린다”고 비판했다. 손 전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아무 대응 않고 그냥 넘어가시는 게 나을 걸 그랬다”며 “진심보다 연기가 먼저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 기자는 이 사태 이전에도 검찰을 둘러싸고 친문진영에서 한 차례 논란을 일으킨바 있다. 

- 김용민 “A에게 심각한 배신당해... 분도 치밀어”

주진우 기자는 앞서 검찰을 둘러싸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26일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추 장관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소개해 친문진영 내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방송에서 “참여연대나 진보적 단체들, 그리고 정의당에서도 ‘추미애 장관이 너무한 것 아니냐’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후 다음날(27일)에도 주 기자는 소위 검찰의 ‘법관 사찰 문건’에 대해 “검사들이 만든 사찰 정보라고 하는 문건 수준이 조악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 기자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김용민 이사장은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A를 한때 가족같이 여기고, 그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시도에는 모든 것을 걸고 싸우리라 다짐했던 제게 이제 매우 혹독한 결심의 시간이 다가온 것 같다”며 “A에게 심각한 배신을 당해 지금도 생각만하면 분도가 치민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김 이사장이 실명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주 기자를 A로 지칭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지난 3일 이 사태에 대해 자신의 SNS에 “단 하나의 이견도 허락하지 않는 전체주의 문화”라며 “소위 강경파가 조직 전체를 장악하는 집단적 사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인 목소리만 득세하는 불관용의 비민주주의, 친문 진영에서 합리적이고 온건한 내부 주장은 배신자로 변절자로 내쫓긴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금태섭이 뽑혀나간 이유다. 이제는 나꼼수끼리도 물어뜯는 걸 보니 참 가관이다. 조국 사수대, 친문 친위대 끼리 떨어져라 물어 뜯어대니 점입가경이다. 그럴 줄 알았다”며 “그래서 진보좌파를 박멸하는 쉬운 방법이 농담처럼 회자되곤 한다. ‘그들을 다 모아서 무인도에 데려다 놓으면 자기들끼리 싸우고 싸우다 한명만 남게 된다’는 거다”라고 비꼬았다. 

김 교수는 지난 5일에도 SNS에 “친구 모함하려다 자기들 비리가 폭로된 자승자박”이라며 “나꼼수 3인방이 서로 물어뜯고 권력투쟁하는 건 저한테 놀랍지 않고 관심도 없다. 그들의 이전투구에서 그들도 모르게 국정농단의 단초가 드러난 건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과 주 기자의 분열 이전에도 나꼼수 멤버였던 방송인 김어준씨와 정봉주 전 의원은 범여권 비례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을 두고 갈등했다.

추미애, 윤석열 [뉴시스]
추미애, 윤석열 [뉴시스]

 

- 진중권 “정봉주, 김어준 얘기하며 그 XX는 돈 때문에 망할 것”

방송인 김어준씨는 4.15 총선을 앞둔 지난 3월28일 “더불어시민당이 민주당인 셈인데, 핵심 지지자들이 딴 일을 하고 있다”며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더불어시민당’이라고 물어보면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데, 그 단어를 빼면 10%포인트 가라앉는다. 핵심 지지층만 안다. 그런데 핵심 지지층이 뚝 나뉘어져 있다”고 말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4월5일 SNS에 “김어준 총수의 열린민주당 까는 정도가 도를 넘고 있다”며 “민주당 관계자와 더불어시민당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김총수 입장에선 더불어시민당 지지율이 눈에 띠게 떨어지고 있으니 초조한 마음이 있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열린민주당 비난은 ‘마이너스 섬’ 공식을 작동시키게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월16일 정 전 의원의 말을 빌려 김 씨가 2012년 대선 개표 부정 의혹 주장을 담은 영화 ‘더 플랜’을 거론하며 자신의 SNS에 “김씨가 20억원을 모았지만 제작비 20억원과 영화의 품질 사이에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당연히 착복한 것”이라며 “이건 내 얘기가 아니라 정봉주가 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그 돈으로 외국으로 놀러 다니고 온갖 사치를 다 했다”며 “(정 전 의원이 김어준씨에 대해)‘그 XX, 언젠가 돈 때문에 망할 거야’라고 했다”고 전했다. 

진 전 교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꼼수의 분열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금전문제와도 무관하다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결국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인 모양새다. 그리고 앞서 김용민 이사장과 주진우 기자와의 갈등에 양정철 전 원장이 등장한 부분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양 전 원장이 친문실세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양 전 원장과 손혜원 전 의원간 갈등도 나꼼수 분열의 연장선상에서 다시 주목된다. 

검찰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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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혜원 “양정철이 아직도 문 대통령 복심일까”

지난 3월18일 손혜원 전 의원은 양정철 전 원장을 향해 자신의 SNS에 “양정철이 아직도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지, 그의 행보가 과연 문재인정부를 위한 것인지”라며 비판했다. 손 전 의원의 발언은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의 비례연합정당 출범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양 전 원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었다. 

손 전 의원은 지난 4월12일에도 양 전 원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범여권 180석 가능”발언을 비판한 것에 대해 자신의 SNS에 관련 기사와 함께 “이제 유시민 이사장까지? 많이 컸다 양정철”이라는 글을 올렸다. 익명을 요청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9일 일요서울과의 만남에서 “나꼼수의 분열은 멤버 간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한 현 정권 실세라 불리는 분들과도 연계돼있다. 양정철 전 원장이나 손혜원 전 의원 등은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것처럼 현 정권에서 실세라 불린다”며 “양 전 원장과 손 전 의원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나꼼수의 분열을 보면 이 사태가 더 쉽게 이해간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나꼼수의 분열은 정권 실세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와도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앞서 김 이사장이 언급한 윤석열 총장과 양 전 원장의 충성맹세가 사실이라면 차기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윤 총장에 대한 시각이 범보수진영에서 애매해질 수 있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는 지난 9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윤 총장에 대해 야권은 김칫국부터 마시면 안 된다”며 “야권의 입장에선 우리 사람일지 아닐지 검증도 안 된 상황에서 보수진영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보기엔 섣부른 판단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나꼼수와 친문진영에 대해 “내후년 차기 대선을 앞두고 분열이 더 가속화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나꼼수의 분열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이 사태의 결말이 어떤 모습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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