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임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선 사과와 반대 의견으로 대립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 등은 사과를 주장하는 데 반해, 주호영 국민의당 원내대표, 5선의 서병수 의원,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은 반대한다.

지금은 국민의힘이 전직 두 대통령에 대해 사과할 때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전임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놓고 분열 대결하지 말고 하나로 뭉쳐야 할 때다. 국민의힘은 보수우익 정통 정당으로서 보수주의 가치를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는 참신한 정책 대안 제시에 힘을 모아야 한다. 김 위원장의 MB·朴 사과를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김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을 대표해서 사과할 자격이 못 된다. 그는 국민의힘과 반대편에 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다.

또 반재벌과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며 좌로 기운 경제논리를 내세운다. 그의 비대위원장 직은 외부에서 임시 불러들인 시한부 자리에 불과하다. 정책이념도 다르고 좌·우 양다리 걸치기 하며 당 밖에서 잠시 들어온 김 위원장은 MB·朴 사과를 주도할 위치에 있지 않다. 김 위원장은 MB·朴 사과에 관한 한 입을 다물고 국민의힘 구성원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가 사과를 고집한다면 “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둘째, 김 위원장이 MB·朴 사과를 강행하려 든다면 저의를 의심받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집권세력의 MB·朴 탄핵과 구속을 옳았던 것으로 공식 정당화해 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홍준표 의원의 지적대로 MB·朴에 대한 사과는 “더불어민주당 2중대로 가는 굴종의 길일 뿐”이란 반발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적지 않은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불법이고 정치적 탄압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러한 시기에 김 위원장이 서둘러 MB·박 사과에 앞장선다면 민주당에게만 정치적 득을 안겨 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을 위한 국민의힘 내부 적으로 의심 받게 된다.

셋째,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변했다는 모습을 보이기 원한다면 결국 진정성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며 사과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이미 지난 8월 광주 5.18 묘지를 찾아 무릎 꿇고 5.18과 야당의 망언에 대해 공식 사과한 바 있다.

그가 비대위 위원장이 아니라 무릎 꿇는 ‘사과 위원장’ 같은 인상을 금할 수 없게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죽은 권력’에 대해 ‘진정성 어린 사과’를 한다고 해서 국민의힘이 ‘변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도리어 MB·朴에 대한 사과는 두 대통령 지지 세력의 분노를 폭발시켜 보수 지지 기반을 파괴할 따름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변화는 국민의힘이 자유민주 수호 보수 정당으로서 친북좌파세력을 견제하고 법과 질서를 유지하며 다시 대한민국을 ‘한강의 기적’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정책 대안 제시에 있다.

동시에 국민의힘은 위기에서 도망치려는 비겁, 사욕 먼저 추구하는 기회주의, 투쟁의식 결여, 보수주의 이념에 대한 확고한 신념 부재 등을 극복하는 게 시급하다.

넷째, 김 위원장은 참신한 정책 대안 제시에 집중해야 한다. 집권세력의 다수 폭정,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탈법적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 내기, 아파트값 폭등, 코로나19 확산, 기업인 위축, 등에 대한 절박한 대응책이 요구된다.

김 위원장은 사과보다는 먼저 절망에 빠진 국민들에게 활기찬 희망을 안겨 줄 수 있는 정책 대안 제시에 나서야 한다. 국민이 김 위원장에게 바라는 건 무릎 꿇는 연약한 ‘사과 위원장’이 아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국난을 극복할 수 있는 믿음직한 ‘정책 대안 제시 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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