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기획공연 ‘명색이 아프레걸’
삶을 상승시키는 서사성 음악 담아내⋯

“나는 하루라도 더 살고 싶다. 내가 할 일이 더 남아있는 것 같아서다. 하나 있는 딸이 건강하게 살아가는가 지켜보고 싶고, 우리나라 여성 영화인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세계로 진출하는 것도 보고 싶다.”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1955년 갓 태어난 딸을 업고 영화 ‘미망인’을 연출한 우리나라 최초 여성 감독 박남옥의 일생을 다룬 기획공연 ‘명색이 아프레걸’이 오는 12월23일부터 2021년 1월2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 무대에 오른다. 무대는 2011년 초연 이후 9년 만에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콜라보를 이루어 무대를 풍성하게 꾸밀 예정이다. 더불어 20년간 20여 편을 협연해 작품을 선보인 연출가 김광보와 작가 고연옥이 참여할 예정이다.

6.25전쟁 이후 새롭게 등장한 여성상을 일컫는 아프레걸은 당대 신조어로 봉건적 사회구조와 관습에 얽매이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찾아나서는 여성상을 말한다. 박남옥 감독은 일제 강점기부터 6.25전쟁까지 격동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전통적 여성상에 도전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 당시 영화는 여성 감독이 아니면 착안하기 어려운 앵글의 각도와 사건의 템포와 리듬으로 장면의 흐름이 명쾌하다는 평을 받았다. 2008년 서울여성영화제는 ‘박남옥 영화상’을 제정했고 첫 수상자는 임순례 감독이었다. 대다수의 영화인들이 전쟁으로 인해 영화 작업을 내려놓는 시기에 박남옥은 전쟁 그 자체를 영화로 만들고자 했다.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신념을 보여줬던 그였지만, 열악한 제작 환경과 시대적 한계에 부딪혀 두 번째 작품은 만들지 못한 채 2017년 4월, 미국에서 생을 마감했다.

주인공 박남옥 역을 맡은 배우는 이소연을 비롯해 김지숙, 이광복, 민은경, 김준수, 조유아, 유태평양 등 국립창극단 간판 배우가 총출동할 예정이다. 국립무용단 단원 장현수가 협력 안무를 맡아 진행하며 진정아, 박준명, 박수윤, 이태웅, 이도윤 6명의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이라인업을 이룬다. 국립관현악단 연주자 중 대금 장광수, 피리 김형석, 해금 장재경, 가야금 서희선, 거문고 손성용, 아쟁 정재은, 타악 이유진 7명이 이번 작품을 함께 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의 배경음악은 음악인, 발레, 오페라 등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곡가 나실인이 맡아 박감독의 진취적인 삶을 상승하는 음의 배열을 표현하는 서사성을 지닌 음악을 담아낼 예정이다. 무대 디자인은 박상봉, 안무에는 금배섭, 영상디자인은 정재진, 조명디자인에는 이동진, 의상디자인은 김지연, 소품디자인은 정윤정이 맡아 무대를 풍성하게 꾸밀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맞추어 단계별 실행방안에 맞춰 객석 띄어 앉기를 적용해 안전한 공연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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