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의 위정자 중에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그가 대선주자든 정당의 지도자든 마찬가지다. 해묵은 ‘검찰개혁’ 권력 싸움으로 진흙탕 속 정쟁(政爭)이 계속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중앙정치 현주소가 안타깝다.

한 국가가 흥기(興起)하기 위해서는 국가지도자가 미래지향적인 통찰력과 치도(治道)를 가져야 한다. 더구나 중국과 일본의 샌드위치 입장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의 미래학자 T. 프레이(T. Frey)는 향후 10년이 ‘인류의 삶을 바꿀 신기술의 혁명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에듀테크(edutech : education(교육)+technology(기술))가 더 확대될 앞으로의 10년을 이렇게 예언했다.

△ 현재 대학의 절반이 없어질 것이다. △ 오늘 태어난 아기는 평생 8~10개의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 연구직과 교수직은 사라지고, 현대의 거대한 대학은 소규모 대학(micro college)으로 대체될 것이다. △ 수업은 인간 교수와 AI 교수의 협력으로 하게 될 것이다. △ 수업으로 얻은 지식의 양은 현재의 10배를 넘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대학소멸의 위기’ 보다 더 위중한 위기가 대한민국을 엄습하고 있다. 바로 ‘지방소멸의 위기’다. 만약 지방소멸이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면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다. 그 언젠가는 대한민국도 소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39퍼센트인 89곳이 소멸위험지역이다. 전국 3463개 읍면동 가운데 43.4퍼센트인 1503개가 소멸위험지역이다. 소멸 가능성이 높은 위기 지역 가운데 96퍼센트는 수도권 밖에 있는 지방 도시들이다.

대한민국은 수도권 공화국이다. 인구의 과반수가 국토면적의 12퍼센트 밖에 안 되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사례다. 의료기관의 51퍼센트가 수도권에 있으며, 전국 20대 대학의 80퍼센트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인 것은 100대 기업 중 80개 이상이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다. 또한 청년들이 주로 종사하는 스타트업도 90퍼센트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인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수도권 집값 폭등 현상 하나만으로도 이를 설명할 수 있다.

인구가 적은 지역일수록 주민 1인당 투입예산은 늘어난다. 2027년 주민 1인당 투입예산은 대도시 270만 원, 군지역 1170만 원으로 다섯 배가량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30퍼센트의 지자체가 파산 위기에 직면할 2040년에는 예산의 액수가 훨씬 커질 것이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부모·자식이 함께 살고 집 근처에 직장이 있는 도시가 필요하다. 정주형(定住形) 인간형 도시, ‘의직주(醫職住)’가 해결될 수 있는 도시가 요구된다.

노인과 여성, 아이들이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고(醫), 젊은이들이 일터를 가질 수 있고(職), 가족이 한곳에 모여 정착할 집이 있으면(住)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에서는 정쟁(政爭)으로 날이 새고 있지만, 지방에서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몸부림이 처절하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유치에 성공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경북 행정구역 통합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전국의 광역 및 기초 지자체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이 지사는 취임 후 ‘변화, 소통, 청렴’을 도정의 핵심 아젠다로 삼아 2017년 청렴도 전국 꼴찌(5등급)에서 올해 전국 최상위권(2등급)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도시민 귀농·귀촌(전국 20%)은 전국 1위,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 확장 부문에서도 서울·경기를 제외하고 전국 최고를 차지해서 지방소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국가의 권력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주택, 환경 등 삶의 조건이 좋은 지방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력이 동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도시민들이 지방으로 돌아오고 지방의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지 않는 핵심 조건은 바로 ‘분권’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고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명종 소리 대신 새소리로 아침을 맞이하고 만원 지하철과 버스 대신 자전거와 도보로 IT벤처기업, 스마트팜 농장에 출근할 수 있는 지방의 밝은 미래를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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