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7조 적자 늪...보험료 인상 통제에 악순환 거듭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국내 보험사들의 실손보험(보험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를 보상해 주는 보험) 영업이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가입자의 과다 이용과 일부 병원의 과잉진료가 대다수 국민의 보험료 상승을 이끌었으며, 보험사는 높은 손해율에 따른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비단 보험사만의 위기가 아니다.

의료 쇼핑으로 과실을 챙기는 일부 가입자를 제외하면 대다수 선량한 가입자에게 폐해가 누적된다. 조만간 실손보험 제도 자체가 붕괴될 것거란 위기감마저 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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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손해보험사들의 누적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7383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5921억원)보다 9.2%나 증가한 규모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이른바 ‘문케어’ 추진 이후 정부의 가격 통제 속에 실손 의료보험에서 발생한 손실액만 3년간 7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 의료이용량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절반이 넘는 56.8%를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에 해당하는 의료 이용자의 평균 수령 보험금은 354만원으로 전체 가입자 평균 보험금(62만원)보다 5배 이상 많다. 반면 무사고자를 포함한 전체 가입자의 93.2%는 평균 보험금보다 적게 보험금을 받아갔다. 이렇게 지급된 보험금은 지난해 말 기준 11조원으로 전년 말보다 17.7%나 급증했으며 1인당 지급보험금도 32만1000원을 기록했다. 1인당 지급보험금 상승은 1인당 실손 보험료 부담 증가로 이어졌다.

극히 일부의 과다한 의료서비스 이용이 대다수 국민의 보험료 부담 가중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가격통제에 보험업계 '울상'

실손보험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손실을 메우지 못한 보험사가 하나둘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면서 보험가입 수요는 남은 보험사에 몰리고 있다. 한 때 30곳에 달하던 실손보험 판매사는 이제 19곳으로 줄었다.

게다가 실손보험은 가입자들의 실제 의료이용 여부과 상관없이 보험료가 산출된다.
본인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다른 가입자들이 고가 의료서비스를 자주 많이 이용해 손해율이 올라가면 보험료 역시 높아지는 구조기 때문에, '본전을 뽑고 싶다'는 심리가 과잉 의료이용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실손보험 청구액이 급격히 늘어난 배경에는 ‘문재인 케어’가 있다.
문 케어 시행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비급여 진료가 급여로 전환돼 가격 통제를 받자 그 외 비급여 진료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작용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시행될 경우 비급여 항목의 급여 전환에 따라 손보사들이 실손보험에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정부가 예상한 실손보험의 반사이익 규모는 수 조원에 달했지만 막상 의료행위가 늘면서 적자 규모도 덩달아 확대된 셈이다.
손보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보험료율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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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조만간 할증·할인 방식의 보험료 차등제를 채택한 4세대 실손보험 제도를 내놓을 예정이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료 차등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실손보험 개편방안을 지난 9일에 내놨다. 내년 7월부터 제4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하고, 3년이 지난 시점부터 보험료 할인·할증을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실손보험 개편방안이 나오기 하루 전인 8일 4260원이었던 한화손해보험은 전일 3985원으로 6.46% 하락했다. 현대해상도 2만2900원에서 2만2600원으로 1.31%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가 1만4750원에서 1만5100원으로 2.37% 상승했을 뿐, 삼성화재나 DB손해보험도 각각 0.27%, 0.34% 오르는 데 그치며 횡보세를 나타냈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손해보험주는 회복 후 횡보하고 있지만, 중요한 분기점에 임박했다"며 "청구 간소화, 기존 실손에 대한 보험료 차등제 등 보다 구조적 해법에 진전 보이면 손해보험업종의 모멘텀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매체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전체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 현황 등을 집계하고, 모든 의료기관에 대해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 낸다. 합리적인 비급여 항목 관리를 위해 현황 파악과 진단에 필수적인 전체 통계를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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