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김재경 정치평론가] 고대 높은 지위의 사람이 사망하면 산 사람을 함께 무덤에 가둬서 죽게 하는 순장(殉葬)이라는 풍습이 있었다. 신분제도의 슬픈 이야기이지만 당시를 살던 이들에게는 죽음 이후에도 현세의 삶이 계속 이어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기에 일종의 신성한 의식으로 받아들였다. 5년 단임의 대통령제가 적용되는 한국 정치에도 임기 말 순장조라는 말이 있다. 즉 대통령 곁에서 참모로서 또는 내각의 일원으로서 임기말까지 함께 한다는 의미다. 단순하게 임기를 같이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개인적인 사익을 추구하기보다 정권의 성과를 최종적으로 도출해야 한다는 정치 사회적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회자되고 있다. 즉 국회의원 선거나 재보궐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에 나서지 않고 대통령 곁을 지킨다는 의미다. 물론 일반 기업이나 공기업의 어떤 직책도 맡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뉴시스
국무회의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5년 단임제 문 대통령 임기말 순장조 내각과 참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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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균-우윤근-홍남기-유은혜-박영선 순장조 거론되는 까닭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에도 이 말은 적용되지 싶다. 최근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국면으로 이른바 임기말 레임덕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제 그 상황도 마무리로 치닫고 있다. 관련해 대대적인 개각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미 문 대통령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임으로 변창흠 후보자를 지명했고, 행안부는 전해철, 보건복지부는 권덕철, 여성가족부는 정영애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이번 주부터 줄줄이 이어진다.

여기에 사의를 표명한 추미애 법무장관의 후임을 포함해, 정세균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교체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교체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포함해 일부 청와대 참모도 바뀐다는 이야기가 정가 안팎에서 들린다.

정세균 총리 교체 가능성 낮아...순장조 1?

우선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옥죄고 있는 만큼 당장 정세균 총리 교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내치를 관장하는 총리라는 자리를 지금 시점에서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평가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 총리가 대권의 꿈을 꾸고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해석인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년 초나 상반기 백신과 치료제가 나와 코로나 상황이 조금 진정되면 자리를 물러나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시기는 4월 재보궐선거 직후가 유력해 보인다.

이어 홍남기 부총리의 경우 최근 경제 정책 몇 건을 두고 당과 대립각을 세웠던 점이 교체의 이유로 설명된다. 실제 지난 11월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강화 논란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적이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저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현행 (대주주 기준) 10억원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최근 2개월간 이 문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던 상황에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당시 대통령의 재신임으로 사의는 반려됐지만 당시 홍 부총리 사의 표명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있었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극적인 경기 반등의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차원에서 홍 부총리 교체설은 꽤 신빙성 있게 들린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은혜 부총리는 연쇄 이동의 이유로 이름이 나온다. 즉 정 총리나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자리를 떠날 경우 유 부총리가 그 자리를 맡을 것이라는 말이다. 유 부총리의 거취는 다른 이들의 인사와 연계돼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은혜, 박영선, ‘자리이동’ ‘경선떨떠름...순장 2, 3?

이들 중에서도 박영선 장관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높다.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꼽히기 때문이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사건으로 인해 여성 단체장의 호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여권 입장에서는 박영선 서울시장 카드를 버리기 쉽지 않다. 나경원으로 야권이 벽을 세운다고 가정하면 박영선 카드는 맞불 작전으로 최고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후보로서 지지율도 높다는 점도 무시하지 못할 상수가 되어 가고 있다.

다만 여권 내에서의 교통정리는 필요하다. 우상호 의원이 출마선언을 했고, 박주민 의원도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박 장관이 나서면 최소 3명의 후보가 경선을 치러야 하는데, 경선을 거쳐 가야 하는 서울시장 길이라면 박 장관 입장에서는 고민되는 대목일 것이다.

민주당이 내년 4월 재보선 후보를 설 연휴인 211일과 13일을 지나 2월말에 확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선 시기와 내용 방법을 놓고 민주당 재보선기획단이 지난 17일 회의를 열고 일정과 규칙을 논의했는데 대략 가닥은 잡혀가는 분위기다. 2월말의 시기는 코로나 방역 문제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즉 가급적 컨벤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사람이 모이는 형태의 경선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 정도 시기에 이르면 백신이나 치료제 접종이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탓이다. 일단 당헌 당규를 바꿔 후보를 내는 상황에서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일종의 정치적 쇼잉이 있어야 하고 흥미를 끌 만한 대결 구도와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냥 물 흐르듯 가는 방식으로는 야권의 공세 즉 문제를 일으켜 단체장이 물러나면 해당 선거구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여당의 약속 파기가 이슈로 크게 드러날 수 있어서다. 어떻게든 선거판을 흔들어 구도를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지금 여당으로서는 컨벤션 효과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강경화 장관은 남편의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이 교체가 현실화 될 경우 주된 이유로 지목될 전망이다. 물론 현 정부 최장수 장관이라는 점도 변수다. 특히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1월 출범한다는 점도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지금까지의 트럼프와 달리 미 민주당 정부의 대북 정책과 아시아 전략의 궤도 수정이 분명한 탓이다.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민간에서의 교류로부터 북한을 끌어내야 한다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비춰 볼 때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다는 차원의 인사가 유력하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기도 하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도 청와대를 떠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노 실장은 다음달 8일이면 청와대 참모들의 통상적 임기인 2년을 채운다. 대통령이 연말께 앞서 거론한 이들을 포함해 대략 5명 안팎의 장관을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을 도모하면 자연스럽게 참모진 개편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후임자를 물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가닥이 잡혀가는 모양새다.

바로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가 비서실장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주 우 전 대사를 러시아에 특사로 파견했는데, 사실 이전부터 우윤근 카드가 유력하게 거론돼 왔던 것은 사실이다. 전남 광양에서 3선을 지낸 경험에서부터 2012년 대선 때 선대위 공동본부장을 맡았고, 여권 인사들과의 관계도 원만한 편이다.

또 우 전 대사의 부인은 김정숙 여사와 노 실장의 부인 등과 함께 가톨릭 모임 등으로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의 복심으로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이다.

여권에서 주장하는 검찰개혁과 개혁입법 과정, 야권의 시각에서는 불통 입법독재 정권의 논란 속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즉 개각과 청와대 개편이 국면 돌파용과 함께 성과 도출용으로도 해석되는 이유다.

물론 대통령이 이들을 한꺼번에 교체할 수도 있지만 순차적 개각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먼저 인사 수요가 확실히 발생한 법무장관을 포함해 일부 부처를 먼저 바꾸고, 정 총리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이후 자연스럽게 자리를 옮기는 식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때 유 부총리의 연쇄 이동이 이뤄지고 나머지 부처는 새 총리의 제청을 받아 바꾸는 식이다.

어찌됐건 이미 후보자를 지명한 4개 부처를 포함해 국무총리 등 최대 10개 부처가 새로운 수장을 맞을 수 있다. 대략 8~10개 부처의 장관이 사실상 교체된다는 의미는 이들이 순장조로서 포스트 코로나 정치 경제 사회의 기본을 다져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순장조 내각.참모들 문 정치적 궤 같이할 동지로

교체되는 이들은 내년 서울과 부산 등 재보궐 선거와 그 후년 대통령 선거 등에 나서지 못함을 물론이고, 내년 말이면 정치권이 대선 국면에 돌입할 것이 분명한 만큼 겨우 몇달을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2021년 경제정책방향 발표 자리에서 내년에 경기 반등과 내수 진작을 위해 상반기에 예산의 70% 정도를 푸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수석보좌관회의나 국무회의 등 대통령 주재 자리에서 매번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자는 말이다. 순장조의 내각과 참모들은 문 정권의 체감적 성과를 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갖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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