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민심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심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선거 승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와 부동산 정책 후폭풍,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고민이 깊다. 야당은 야당대로 여당의 연이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지지율을 세게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여야의 정국 타개 해법은 무엇일까.

김종인 위원장과 이낙연 대표, 뉴시스
김종인 위원장과 이낙연 대표, 뉴시스

- 요동치는 민심여권 지지율 하락에 초조, 야당 지지율 제자리 걸음고민 
- 집토끼 결집 후 산토끼 잡기전략, 집토끼산토끼사이서 갈팡질팡

굵직굵직한 정치 일정을 향한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면서 여야 모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내년 4월에는 재보궐 선거가 예정돼 있고, 1년 뒤인 20223월에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대선 3개월 후에는 지방선거까지 치러진다. 여당은 정권재창출에 명운을 걸고 있고, 야당은 정권재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도의 전략으로 민심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입법 독주끝내고 방민경 진력으로 전환

여권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 개혁과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지지층이 회초리를 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 같은 상황 인식 속에 꺼내든 것은 집토끼를 다독이기 위한 정면 돌파였다. 공수처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공정경제 3등을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같은 입법 독주는 중도층 이탈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은 입법 질주를 마무리한 이후 중도층을 겨냥한 민생 행보로 방향을 전환했다. 특히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인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코로나19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민주당의 운영 기조도 방민경'(방역·민생·경제)’으로 잡았다. 이낙연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심상치 않다. 국민들은 불안을 넘어 공포를 느끼고 계신다. 이런 때에 우리 정치권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우리당은 당의 모든 인력과 자원을 모아 코로나 방역, 민생 안정, 경제 회복에 진력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광역단체장 화상점검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낙연 대표는 신속진단키트를 통한 자가진단으로 기존 방역체계를 보완하는 방안을 당 정책위가 정부 및 전문가들과 협의해주시기 바란다라며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여권은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 공정 임대료공론화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자영업자들이)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지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게 들린다약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고통의 무게를 함께 나눌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언급하자, 민주당이 곧바로 입법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은 임대인의 자발적인 임대료 인하를 이끌어내기 위해 세제·금융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권의 민생 주력행보가 잡음을 일으키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민생 행보로 방문한 경기 화성시 동탄 임대주택을 꾸미는 비용으로만 4290만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당에서는 정부가 대통령이 방문하는 임대주택을 쇼룸처럼 꾸며 보여주기식으로 홍보를 벌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대통령 방문 사진을 위해 거의 10년치 임대료를 쏟아부어 수리한 집을 현재 상황이라며 내보인 것은 국민을 속이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낸 기획된 거짓’”이라며 임대주택의 현황을 조작해 정책실패를 숨기고 책임을 피하겠다는 것이 그 본질인만큼 매우 치밀하게 설계된 대국민 거짓말이며, 이 정부 도덕성의 수준을 폭로하는 사건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국민의힘 투톱엇갈린 행보, 중도층 공략에 걸림돌?

국민의힘은 투톱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산토끼인 중도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집토끼끌어안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중도로의 외연확장 행보가 힘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최근 출범한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에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비상시국연대에는 국민통합연대 이재오 집행위원장, 자유연대 이희범 대표,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김태훈 회장, 신문명정책연구원 장기표 원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도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반문 연대를 모색하고 조기 정권 퇴진을 위해 대동단결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비상시국연대에 극우, 강경보수 성향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4·15총선 참패 이후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면서 태극기 세력으로 지칭되는 극우, 강경 보수세력과는 거리를 둬왔다. 전임 지도부인 황교안 대표 시절 극우, 강경 보수세력과 손잡아 총선에서 참패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태경 의원은 18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참 안타까운 건 주호영 원내대표가 올드 보수 연대회의에 가서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면서 이런 게 지지율 갉아먹는 것이다. 저는 주 대표가 좀 결단을 해서 공동대표 사퇴해야 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그런 것을 보고 저 당은 안 변하는 구나(고 한다)”우리 당이 좀 새롭게 변하기를 원하는데 자꾸 올드 보수하고 손잡고 같이 하게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호영 원내대표는 비상시국연대와 손을 계속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주 원내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힘을 합치자는데 합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코로나19 방역상황에 문제가 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국민의 분노를 전달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과 달리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중도층을 잡기 위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김 위원장은 당 내에서 대국민 사과 추진에 대해 상대방의 낙인찍기에 빌미만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등 반대 목소리가 표출됐지만 결국 결행을 선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61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구속 상태에 있다저희가 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에 국민의힘 전체가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결여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 유기홍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진정한 반성 없는 이런 억지 사과, 미안한데 필요 없다본인이 아무리 대선을 꿈꿔도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굴러들어온 돌이다. 길어야 보궐선거 후엔 쫓겨날 운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짜 몸통은 지금도 배짱 부리고 반발하는데 입만 사과해서 뭐하나라며 언론은 이걸 국민의힘의 사과라고 포장하지 말아야 하겠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집토끼와 산토끼 모두를 거머쥐려고 하고 있고, 야당은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혼돈을 겪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장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4월 재보궐 선거에서 민심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흐름을 보면 중도층 민심은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도층에서 민주당(32%)이 국민의힘(18%)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416일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에서는 중도층에서 국민의힘(31.4%)이 민주당(30.5%)을 앞질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금까지 나타난 재보선의 특성상 내년 재보선도 투표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보수와 진보 양진영에서 절대적 지지층이 각각 20% 정도가 투표에 참여한다면 승패는 5% 내외의 중도층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이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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