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10만 명 투입 자랑한 소결공장 ‘청정설비’…안전은 ‘제외’했다

기업시민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운 포스코와 포스코 노조가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근로자 추락사 관련 지역 언론의 취재를 방해하고, 아울러 포스코의 환경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방영을 두고 포항시와 시민을 협박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창환 기자]
기업시민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운 포스코와 포스코 노조가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근로자 추락사 관련 지역 언론의 취재를 방해하고, 아울러 포스코의 환경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방영을 두고 포항시와 시민을 협박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둘러싼 환경 및 노동 관련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안전사고 특별대책 선언 일주일 만에 사망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와 함께 최정우 회장의 경영자 자질 논란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달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폭발사고로 3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지난 9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부식된 상판 위를 걷던 근로자 A씨가 추락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이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발 방지 논의와 현장 점검에 나섰고 같은 시간 동행하려던 지역 방송사 기자들의 취재를 막아섰다. 포스코 및 포스코 노조는 기자들의 출입을 원천 차단하고 밀쳐 넘어지는 폭력사고까지 발생했다. 아울러 ‘포스코가 포항시를 먹여살린다’는 지역 사회에 대한 포스코 소속 근로자들의 의식도 도마에 올랐다. 

적반하장 포스코, 안전사고 재발 방지 선언 ‘7일 만에’ 근로자 추락사(死)
포항 인구 50만2800여명, “포스코 직원 주소 이전” ‘구청폐지’ 시킨다고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포항시남구울릉군 지역위원회와 북구 지역위원회 등 두 곳의 위원회가 포스코와 한국노총소속 포스코 노조를 향해 “포항시와 포항시민에 대한 협박과 압력을 중단하라”고 성명을 냈다. 해당 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 노동자 사망 사고 및 환경문제 다큐멘터리, 그리고 국회의원의 현장방문에서 포스코 측이 보여준 모습에 포항시민들과 지역 시민단체는 황당함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동행했던 지역위 관계자 A씨는 “노웅래 의원이 고용부 관계자 등과 함께 방문하는 과정에 유가족의 요청으로 지역 방송사 포항 MBC가 따라 나서서 사고 현장을 취재하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포스코와 노조 측이 이를 알고 입구에서부터 기자들의 출입을 강압적으로 막아섰다”고 말했다. 

당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입구에는 포스코 및 노조 측 관계자들이 10여명이 미리 나와 대기하고 있었고, 방문객들의 해명과 요청에도 막무가내였다. 포스코 측은 유가족들의 출입은 허락하면서도 사고 현장에 진입하려는 기자들에게는 안전모를 집어 던지는 등 위협을 가하고 여자 기자를 밀치기까지 하면서 끝내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논의를 폈다. 사진에서 노웅래 의원 및 포스코 관계자 등이 추락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돌아보고 있다. [이창환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논의를 폈다. 사진에서 노웅래 의원 및 포스코 관계자 등이 추락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돌아보고 있다. [이창환 기자]

최정우, 안전관리 1조 원 투입…선언하자마자 사망 사고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는 성명서에서 “최정우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 바란다. 국회의원 현장방문에서 노동자 사망사고와 환경문제를 지적한 지역 언론사에 보여준 모습에 포항시민들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며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겠다는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대기오염을 비롯한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여전히 묵묵부답”이라며 “최정우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 바란다. 포항시도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을 신속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의 이번 사고와 관련 포스코가 안전과 환경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대비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산소공장 배관 작업 도중 폭발해 노동자 3명이 사망한 사고 후 포스코는 안전사고 재발 방지 특별 대책을 지난 2일 발표했다. 최정우 회장이 나서서 사과하고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3년간 1조원 투자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향후 1년을 ‘비상 안전 방재 예방 기간’으로 정했다.

하지만 2주 만에 포항제철소에서 하청업체 직원이 부식된 상판 파손으로 추락해 고압의 집진 배관 안으로 빨려 들어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것. 고용노동부는 노후 배관의 상판 부식에 따른 사고로 보고 포스코의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2년간 10만 명 투입했다는 소결공장, 안전은 ‘제외’

이번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 소결공장은 포스코가 대규모 청정 설비를 자랑한 곳이다. 포스코는 지난달 10일 “포항제철소소결공장에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대폭 저감하는 청정설비를 설치해 소결공장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해당 설비에 지난 2년간 연인원 10만5738명의 건설 인력이 참여해 고용 창출에도 기여했다”고 말했다. 

또 포스코는 대기오염물질 감축을 위해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1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해 예정대로 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장 근로자들은 낡고 노후화된 배관 설비가 많아 이와 같은 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말한다. 지난 11일 포항 MBC는 “배관이 썩거나 마모가 많이 돼 있는 경우는 알 수도 없다”며 “먼지도 많이 쌓이니까 사람이 밟으면 밑으로 쑥 빠지는 거다”라는 노조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2년간 대규모 인원이 투입된 공사와 1조 원의 투자계획을 진행하면서도 질소산화물 집진 설비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해당 공장에서 점검을 위해 배관 상판을 걷다 녹슬어 부식된 부분을 밟고 아래로 떨어진 안타까운 인명 사고가 이를 대변한다.

기업시민 타이틀을 앞세운 포스코와 포스코 노조가 지역 경제를 볼모로 포항시와 포항시민을 협박했다. [이창환 기자]
기업시민 타이틀을 앞세운 포스코와 포스코 노조가 지역 경제를 볼모로 포항시와 포항시민을 협박했다. [이창환 기자]

포항시민 위협한 기업시민 포스코, “포항시 인구 줄이겠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와 포스코 노조는 포항 MBC의 환경 문제 지적 다큐멘터리 방영과 관련 포항시와 포항시민 협박에 나섰다. 현재 약 50만2800여명에 이르는 포항시 인구에서 포스코 소속 직원들과 가족들의 주소지를 타 지역으로 옮겨 인구가 50만 명 미만으로 하락하도록 만들겠다고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현재 포항시는 준광역시로 시청과 2개의 구청이 운영되는데 50만 명 아래로 내려가면 구청이 폐지되고 시청의 편재 조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아울러 지역 사회에 대한 협박도 서슴치 않았다. 포스ㅋ코 포항제철소의 각 부서는 몇몇 동네와 자매결연도 하고 해당 지역에서 식사도 하는 등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책임이나 지역 협력 차원에서 소비 촉진에 동참해 왔다. 하지만 이를 폐지하고 직원들의 점심은 외부 식당을 이용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포항시민들은 “명백한 포항시와 시민들에 대한 협박으로 납득이 불가능한 상식 이하의 행동”이라며 “포스코 측이 언론의 취재나 보도에 대한 불만을 들어 시민들을 협박한 사안에 대해 숨죽이고 있는 최정우 회장의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 포항시민연대는 성명을 내고 포스코가 “진정한 자기 성찰이나 반성은 전혀 없이 취재 방해와 협박을 자행하며 지역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최정우 회장의 ‘기업시민’이 허황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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