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관계자 “새 비대위 구성 및 조기전대 가능성 있어”

김종인 [뉴시스]
김종인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지난 15일 대국민 사과를 두고 야당 내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자당 출신 전직 대통령의 구속 등에 대해 사죄하며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을 통해 당을 쇄신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해 당 안팎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야당이 여당의 입법독주에 무력하게 밀려버리고 무엇을 사과할지도 논란이 있는 상황에 독단적으로 사과를 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비판이다. 또 정치권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한 당 안팎의 반발이 그의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요서울은 김 위원장의 사과를 둘러싼 논란과 그에 따른 파장에 대해 알아봤다. 

-하태경 “김 위원장 사과 막는 건 당 혁신 막는 것”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대국민 사과에 나서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왔다. 다만 구체적 일정과 방법에 대해선 말을 아껴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청년국민의힘 창당 행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에 처음 올 때부터 예고 했던 사항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를 참작하느라고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대국민 사과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운을 띄웠다. 

김 위원장은 다음날인 7일 당 회의에서 4년 전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날인 9일을 겨냥해 국민 앞에 사과 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하지만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 사과하는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여당이 공수처법을 일방 통과시키려 하는 상황에서 당내 단합에 장애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김 위장은 “먼저 사과하고 비대위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내부 반발로 지금까지 미뤄왔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계획대로 사과할 것이고 그게 안 된다면 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지지를 얻으려면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관해 반드시 사과하는 것이 당이 변화했다는 걸 가장 확실히 보여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그동안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사실상 같이 탄핵된 것이다. 그런데 당이 국민에게 정중한 사과한 적이 있냐”는 말을 해왔다. 최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도 김 위원장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국민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다소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다 같이 협력해 달라”고 했다. 

수도권과 의원과 초선 의원들 그리고 국민의힘 사무처노동조합도 김 위원장의 사과를 지지하고 나섰다. 박진 의원(4선·서울 강남을)은 “잘못에 대한 반성은 보수의 참모습”이라며 “우리는 지금 달라지고 있는 야당에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잘못에 대한 사과 없이 어떻게 지지를 다시 받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3선·부산 해운대갑)은 지난 8일 “김 위원장의 사과를 막는 것은 당의 혁신을 막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허물을 성찰해야 국민의 신뢰 얻는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뜻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황보승희 의원(초선·부산 중영도)은 “당내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정치논쟁하고 있을 한가로운 시기가 아니다”라며 “내년 보궐선거는 국민이 우리 당에 주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부디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당에 돌을 던지는 발언은 뒤로 물리고 국민과 함께 무도한 권력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도록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사무처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우리 당의 과오에 대한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에 깊은 감사와 지지를 표한다”며 “국민의힘이 사과드릴 대상은 국민이다. 국민의 일꾼이자 대표로서 사소한 잘못에도 국민께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은 지극히 당연하며 이는 계파와 개인의 신념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사무처노조도 권력을 감시하지 못한 죄, 정권을 빼앗긴 죄, 국민께 실망을 드린 죄, 깊이 통감한다”며 “잘못을 위선으로 부정하고 거짓으로 덮기보다, 사과하고 반성하는 이들에게 미래가 있다고 굳게 믿기에, 잘못의 수치보다 사과의 용기를 택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수도권 지역 30·40대 당원협의회 위원장들도 김 위원장의 사과 입장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김병민(광진구갑), 깁재섭(도봉구갑), 손영택(양천구을), 오신환(관악구을), 이준석(노원구병), 이재영(강동구을) 당협위원장은 지난 11일 공동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이 같은 뜻을 밝혔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폭정이 날로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국민의 고통은 정권의 폭주에 비례해 커져만 가고 있다”며 “제1야당 국민의힘이 바로 서야 한다. 국민의 무너진 신뢰를 신속하게 회복하고 새로운 희망으로 우뚝 일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수정치의 가장 큰 미덕은 책임정치에 있다. 지난날 우리의 과오가 오늘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 국민이 받아주실 때까지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머리를 숙이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민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국민 앞에 머리 숙여야 한다”며 “낡은 과거를 부여잡고 오늘을 흔드는 것은 당의 전진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문재인 정권의 책임을 묻기 위해 우리 자신의 낡은 과거와 단호히 결별하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차기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김 위원장의 사과에 동조를 드러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4년 전 오늘이다.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했다”며 “그 뒤 4년 동안 우리 당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 온몸을 던져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었다는 뜻이다. 사과드린다. 용서를 구한다. 다시는 권력이 권한을 남용하고 헌법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국민을 절망에 빠뜨리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최악의 정권을 탄생시킨 가장 큰 잘못에 대해서도 함께 국민께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4년 전 탄핵에 찬성했든 반대했든, 모두 괴로운 선택을 했었다. 4년이 지나고서도 서로의 양심과 소신을 비난하면 싸움과 분열은 끝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화해할 때가 되지 않았나. 또다시 탄핵을 두고 분열을 조장한다면, 이는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을 돕게 될 뿐이다. 다시 한 번 호소한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 2016년 이후 우리 당을 떠났던 국민들의 마음부터 되찾아오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한 지지에 맞선 비판의 목소리도 당 안팎에서 팽팽히 맞섰다. 무소속인 홍준표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여당 2중대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 이·박 전 대통령 사과라고 보이는데, 그것을 강행하는 것은 5공 정권하에 민정당 2중대로 들어가자는 이민우 구상과 흡사해 보인다”며 “이민우 구상으로 양김(김영삼·김대중)이 반발하고 이민우 신민당 총재 체제는 무너지면서 야당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진다”고 회고하며 김 위원장의 거취를 전망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박 전 대통령의 역사적 공과를 안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사과는 전 정권들을 모두 부정하고 일부 탄핵파들의 입장만 두둔하는 꼴이고, 민주당 2중대로 가는 굴종의 길일뿐이다. 옳은 길이 아니다”라고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장제원 의원(3선·부산 사상구)도 같은 날 SNS에 “절차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며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의 사당이 아니다. 의원들과 당원들이 김 위원장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이어 그는 “정통성 없는 임시 기구의 장이, 당의 역사까지 독단적으로 재단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단 한 번의 의원총회도 거치지 않은 사과가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 사과일수는 없다. 민주당의 폭주를 막는 데 당력을 집중시켜야 할 시기에, 비대위원장이 나서서 당의 분열만 조장하는 섣부른 사과 논란만 벌이고 있으니 참담한 심정으로 일주일을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배현진 의원(초선·서울 송파구을)은 지난 6일 SNS에 “잠시 인지부조화(가 왔다). 아찔하다”며 “이미 옥에 갇혀 죽을 때까지 나올까 말까 한 기억이 가물한 두 전직 대통령보다, 굳이 ‘뜬금포’ 사과를 하겠다면 문재인 정권 탄생부터 사과해줘야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 헌정사를 뒤엎고 국민 삶을 뒤엎는 문 정권을 탄생시킨 스승으로서 ‘내가 이러라고 대통령 만들어준 줄 아느냐’는 한마디만 해줘도 족할 것”이라며 “지난 시정연설 당시 당당한 척 국회를 방문한 문 대통령을 한껏 꾸중해주실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 (주호영) 원내대표가, 그것도 국회에서 청와대 경호원에게 수모를 겪은 바로 그날”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배 의원은 “우리가 어느 지점에 분노하고 있는지 비상시를 맡은 위원장에게 현실 인식의 용기와 지혜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서병수 의원(5선·부산진구갑)도 지난 6일 “과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에 이르게 된 데 사과를 하지 않아 대한민국 우파가 제자지를 찾아가지 못하는 것인가”라며 “사과만이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아니다. 저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덮어씌운 온갖 억지와 모함을 걷어내고 정상적인 법·원칙에 따른 재평가 후에 공과를 논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야권 내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여곡절을 거쳐 그는 지난 15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의 뜻을 표했다.  

- 김종인 대국민 사과문... 핵심은 ‘사죄·반성’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국민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국가를 잘 이끌어가라는 공동경영의 책임과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유임 받게 된다”며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기도 한데 저희당은 당시 집권여당으로서 그러한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을 잘 보필하려는 지지자들의 열망에도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 오히려 야합했고 역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하나 되지 못하고 분열을 했었다”며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받아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국민을 하늘처럼 두려워하며 공구수성의 자세로 자숙해야 마땅했으나 반성과 성찰의 마음가짐 또한 부족했다. 그러한 구태의연함에 국민여러분께서 느끼셨을 커다란 실망감에 대해서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성숙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했는데 민주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한 작금의 정치상황에 대해서 책임을 느끼며 깊이 사과를 드린다”며 “(이명박·박근혜)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특정한 기업과 결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과정의 편의를 봐준 것들이 있는데 공직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것도 있었다”고 반성했다. 

김 위원장은 “쌓여온 과거의 잘못과 허물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며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쇄신을 통해 거듭나겠다.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됐고, 국가적으로도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다”라며 “이런 모든 역사적 과정에 대해서도 오늘 이 기회를 빌어 반성하고 사죄하며 우리 정치의 근본적 혁신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제에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4주년인 지난 9일 대국민 사과를 계획했지만, 여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야당이 필리버스터로 맞서고 있는 국면임을 감안해 시기를 늦췄다. 

- 홍준표 “실컷 두들겨 맞은 놈이 팬 놈에게 사과?”

김종인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직후 이재오 상임고문은 자신의 SNS에 “사과는 김 위원장의 개인적 정치욕망을 위장한 속임수에 불과하다”며 “적어도 야당에 몸담은 정치인이라면, 국민통합을 위해 이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SNS에 “실컷 두들겨 맞고, 맞은 놈이 팬 놈에게 사과를 한다. 참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세모정국이다. 25년 정치를 했지만, 이런 배알도 없는 야당은 처음 본다”며 “집단으로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져서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요서울과 지난 17일 여의도 모처에서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해 “김 위원장의 사과가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 안팎의 지지를 이끌어 낸 것처럼 보이지만 영남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은 사과의 취지에 공감을 못하고 있다”며 “특히 주 원내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경북·대구 지역에서의 반발이 심한만큼 주 원내대표도 보수진영의 여론에 밀려 김 위원장을 못마땅해 하는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거나 조기전대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가 자충수가 될지 승부수가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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