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지 원자탄보다 위대해”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접경지역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행위,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여당은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을 비롯한 북한인권단체는 ‘김여정 하명법’이라며 비판했다. 일요서울은 지난 16일 ‘삐라의 원조’인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대표를 경기도 포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대북전단금지법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文-김정은 판문점 선언으로 '대북전단금지법' 빌미 제공

이민복 [뉴시스]
이민복 [뉴시스]

 

- 최근 ‘대북전단금지법’이 통과됐다. 이 법안에 대한 입장은.
▲ 정부와 여당은 남북 합의와 접경지역 주민 안전을 위해 대북전단을 금지한다고 한다. 그런데 대북전단금지법은 크게 2가지 모순점이 있다. 첫째, 대한민국은 정보통신 강국이다. 이걸 이용해 북한은 온라인을 통해 대남 공작을 한다. 그리고 은행 해킹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돈까지 갈취한다. 남한은 이런 불균형 상황에 잘못된 합의를 한 것이다. 둘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인데 대북전단을 비공개로 하는 건 아무 상관없지 않나. 어디서 날리는지도 모르는데 접경지역 어디라고 어떻게 특정하나. 

- 대북전단금지법이 통과되기 이전엔 제약이 없었나.
▲ 최근까지 경찰에 사기 및 자금유용 등 혐의로 조사받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찰에 의뢰한 것이다. 그리고 경기도는 대북전단에 대해 사회재난이라 선포했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무시한 것이다. 대북풍선은 사회재난에 속하지도 않는다. 국회에서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도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이에 대해 행정심판 청구 소송을 냈지만 오늘(16일) 각하 판결을 받았다. 

- 탈북계기는 무엇인가.
▲ 결론부터 말하면 남한에서 북으로 보낸 삐라를 보고 탈북을 결심했다. 1990년 중국으로 탈북 했다가 북한에 잡혔다. 북한에 끌려가 왜 탈북 했냐고 물어 북한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익점처럼 중국의 농업 기술을 훔치기 위해 탈북 했다고 말해 무혐의로 석방됐다. 내가 농업분야 과학자다 보니 믿어준 것이다. 그리고 1991년 다시 탈북해 1995년 한국에 왔다. 남한에 와서 삐라는 원자탄보다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이 제일 싫어하는 게 외부정보다. 

- 그럼 이 대표의 탈북계기로 북한에 전단지를 날리게 된 것인가. 
▲ 그렇다. 통일은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 미워해선 절대 안 된다. 오해를 풀고 서로 사랑해야 한다. 내가 북한에 거주할 때 남한, 미국은 굉장히 나쁜 국가라고 생각했다. 6.25전쟁으로 북한을 침략하고 남한을 미국이 강점했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한에서 보낸 삐라를 통해 정보를 접하니 내가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탈북까지 결심해 남한에 와서 자유를 누리는데 우리 북한 동포들에게도 내가 경험한 정보를 알려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03년부터 대북풍선전단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 북한에 계실 때 농업 관련된 일을 하셨다고 했는데 정확히 어떤 일이었나. 
▲ 옥수수 연구소에 있었다. 북한의 주식이 옥수수다 대량생산을 위한 연구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그런데 농사의 실패가 계속됐다. 그래서 연구해 보니 농사 실패의 원인은 공산주의 시스템 문제였다. 김일성에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편지를 보냈다. 중국도 모택동과 등소평 때를 비교하니 생산량이 2배나 차이 났다. 그러나 이색 사상분자로 문제가 돼서 당의 지적을 받았다. 그래도 반동으로 몰리진 않아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 2003년부터 대북전단지를 날렸다고 했는데 전단지를 날리는 방법은. 
▲ 북한 동포에게 북의 실상을 알리고자 2003년부터 대북 전단을 보냈다. 근데 막상 보내보니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 번에 많이 보내기 위한 연구를 시작해 2008년 기계식 타이머를 도입해 완성했다. 풍선을 날리는데 중요한 부분이 풍향, 풍선, 타이머다. 이 조건이 갖춰져야 북한에 정확히 들어간다. 이런 연구를 통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날리기 시작했다. 

- 대북전단지를 날리면 어디까지 가나.
▲ 남한에 온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양강도까지 간다고 한다. 여러 탈북자들이 내가 보낸 삐라를 봤다고 한다. 

- 지금까지 날린 삐라양은 얼마정도 되나.
▲ 10년 동안 3억장 정도 된다. 

- 대북전단지 문구작성은 누가하나.
▲ 내가 직접 한다. 그게 제일 힘든 일이다. 북한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게 글을 쓰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야 삐라를 보는 사람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 대북전단지를 보내는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나. 
▲ 교회 간증이나 세미나를 다니며 자연스럽게 후원자가 나타났다. 그 분들 명의로 대북전단지를 날리고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런 신용과 신뢰가 쌓여 많은 분들이 대북전단지 풍선에 후원했다. 

- 대북전단지풍선에 싣는 게 무엇인가. 
▲ 기본은 전단지이고 후원자들이 요청하면 쌀, 구급약, USB등을 싣는다. 

-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나.
▲ 앞서 이야기한 교회 간증이나 세미나 강연 등을 통해 강연비를 받고 열심히 저금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사명이 없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 마지막으로 정부·여당에 하고 싶은 말씀은. 
▲ 정부·여당은 자기네가 하고 싶은걸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그걸 창피한 줄도 모른다. 오죽하면 같은 진영에 있던 사람들도 돌아서겠나. 이런 방식으론 결국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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