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 수술·치료 불가능한 상태
감기약·파스도 구하기 힘들어
"의사들도 민간요법 처방하고 있다"

꽃 재배하는 평양화훼연구소 연구원 [뉴시스]
꽃 재배하는 평양화훼연구소 연구원 [뉴시스]

 

[일요서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경 봉쇄가 길어지며 북한 의료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평안북도 양강도 등에서는 항생제와 항균제 수급이 중단되며 중증환자 수술이나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본 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21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이달 초부터 중순까지 북한 접경지역의 약품 부족 현상을 조사했다"며 "병원, 약국 등도 중국에서 온 의약품이 고갈돼 구매도 어렵고 병원에서도 치료를 못 받고 있다. 수술도 못 할 정도다"고 설명했다.

이시마루 대표는 특히 아목시실린, 메트로니다졸 등 항생제와 항균제가 중국에서 유입되지 못하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병원에서도 이같은 약품을 찾기가 힘들다. 과거 병원 의사들이 병원에서 빼돌려 장마당 상인에 불법 유통하던 물량도 지금은 거의 찾을 수 없다. 

북한 의약품 공장에서도 일부 진통제와 항생제가 생산되고 있지만 가짜 약이 워낙 많아 주민들이 구매를 꺼리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그는 "결핵약이 고갈되고, 항생제·항균제도 떨어져 결핵이나 유사 중증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에서 흔한 질병인 결핵의 경우 기침이나 발열 등 코로나19와 증세가 비슷해 당국의 엄격한 자택 격리 방침을 따라야 한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적했다.

북한이 외국의 약품 지원마저 반입을 금지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지원 의약품도 떨어진 상태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인도적 지원 물품이 중국 단둥 등에서 북한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지연되고 있다며, 유엔에 지원 물품의 대북제재 면제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북 결핵과 간염 치료 지원 활동을 벌이는 미국의 민간단체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CFK)'은 이달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 내 약품 부족이 환자들 치료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염려했다.

한편 이시마루 대표는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감기약, 파스조차도 북한에서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가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민간요법 처방을 권유받는데 그치고 있어 최근엔 침술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뉴시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