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장덕수

"호그와트 전역에 병력을 배치하고 우리를 보호하여, 학교에 대한 그대들의 임무를 수행하라"

당대 최고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7편 '죽음의 성물'편에서 악의 화신 마법사 볼드모트가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공격하자 일전불사를 결심한 맥고나걸 교수가 학교와 기숙사에 있는 조각상들과 갑옷들을 깨워 전투지시를 한 장면이다. 볼드모트에게 호의적인 기숙사 슬리데린의 담당교수 슬러그혼이 망설이자 맥고나걸 교수는 단호하게 경고한다. 

"우리의 저항을 방해하거나 우리를 향해 무기를 겨눈다면, 우리는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결투할 것이다. 슬리데린 기숙사가 어디에 충성을 바칠지 결정해야 할 시간이 왔다"고 마지막 말을 남기고 전투를 위해 달려간다. 호쾌한 장면 중의 하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전격적으로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도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본격적인 서울시장 선거전이 시작된 것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타이밍을 놓쳤다. 2022년 대선과 밀접한 서울시장 후보 전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아집으로 '야권후보 단일화' 기선을 놓쳐버렸다. 

김 위원장은 시장후보로 '김종인 키드'를 세우려다가 '야권 후보단일화' 역풍이 거세지자 뒤늦게 '자당 후보론'을 내세웠지만 결국 안철수, 금태섭 그리고 우파NGO의 '야권후보단일화' 바람에 밀렸다. 여기서 답답한 것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자녀 음해공작과 패스트 트랙 기소 건으로 출마결심이 어려웠던 나경원 전 의원에 비해 오세훈 전 시장은 한결 가벼웠다.

오 전 시장측은 2011년 서울시장을 중도에 사퇴한 바 있어 출마는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폈지만 실제로는 2022년 대선출마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한 결과였다. 시장선거에서 패배하면 대선출마는 영원히 물 건너갈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야권 정치지도자가 생각해야 할 것은 2년 후 대선이 아니고 5개월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1959년 '로베레 장군'이란 영화의 명대사 "그대는 조국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죄다"처럼 오 전 시장이 출마 결심을 미루는 것은 야권 정치지도자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직무유기죄다.

안철수 대표는 대선불출마까지 거론하며 '2022년 야권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서울시장 선거 승리가 중요하다'는 희생적 컨셉으로 '정치초딩 안철수'를 최소한 '고딩 수준'으로까지 업그레이드시켰다. 플라톤은 '고상한 거짓말'(noble lie)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 대표가 대선출마 포기를 선언했지만 실제 안 대표가 대선을 포기했는지 안했는지 그 진실은 알 수 없다. 다만 2022년 대선이 본격화될 때 그는 윈스턴 처칠의 말대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면 된다. 오 전 시장역시 마찬가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이을 유력한 대선후보감이었던 그가 꺾어진 것은 '시장직 사퇴'가 아니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의 중도 사퇴 이유인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측의 방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정면대결을 펼쳤으면, 박근혜 라이벌로 자리매김했다면 지금처럼 김종인 위원장 눈치나 보는 신세는 아니었을 것이다.

오 전 시장은 김종인 위원장을 넘어서야 한다. 맞서야 한다. 오 전 시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절실하며 이를 위해 국민의힘은 과감하게 기득권을 포기하고 후보단일화에 나서야 한다고 선언해야 한다.

안철수 대표가 2022년 대선 승리라는 대의를 전제로 '대선포기'를 명분으로 출마했다면 오 전 시장의 명분은 '제1야당 기득권 포기'가 되어야 한다. 오 전 시장뿐만 아니다. 2022년 대선을 꿈꾸는 야권 지도자는 당당히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해야 한다. 야권이 국민과 서울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대선'급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대선후보급들의 경선운동 과정을 통해 야권 지도자들의 능력과 열정을 확인시키고 '공정' 한 경선을 통한 단일후보 결정, 그리고 헌신적인 단일 후보 지원으로 서울시민과 국민에게 감동을 준다면 서울시장 보선은 물론 2022년 대선 승리까지 나아갈 수 있다.오 전 시장은 김 위원장 등 후보단일화 반대 세력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방해한다면 그가 누구든, 어떤 세력이든 국민의 적이 될 것이며,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경고해야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심리학자 아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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