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서울시장 출마 선언... ‘산 넘어 산’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4월 서울시장 재보선 출마를 선언했다. 안 대표는 최근까지 언론을 통해 서울시장 재보선 불출마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에 그의 출마 선언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던졌다. 여권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안 대표의 재보선 출마가 말 바꾸기와 대선 출마를 위한 포석에 불과하다며 비판했다. 한편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환영과 경계가 교차했다. 안 대표가 중도층의 표심을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다른 측면에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보수야권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요서울은 안 대표의 정치운명을 내건 내년 재보선 출마 승부수가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과 그 의도를 알아봤다. 

-황태순 “야권 분열하면 서울시장 탈환 어려워”

안철수 [뉴시스]
안철수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후년 차기 대선을 포기하고 내년 4월 서울시장 재보선으로 자신의 정치일정을 급선회했다. 안 대표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당 안팎에서 많은 분들이 제게 서울시장 출마를 요청하셨지만, 저는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와 미래에 대한 구상을 국민들게 말씀드리고, 중도실용 정치로 합리적 변화와 개혁을 실현하자 했다”며 “지금의 암울한 현실을 바꾸려면 정권교체 외엔 그 어떤 답도 없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그 교두보라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부인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안 대표는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지금은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며 “결자해지의 각오와 서울의 진정한 발전과 혁신을 다짐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며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후보, 보수야권단일 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직은 전체 국민의 절반이 거주하는 대한민국 수도의 시정을 총괄하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지자체 단체장 중 유일하게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도 예외적으로 참석해 ‘소통령’으로서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안 대표는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을 이끌고 호남을 중심으로 ‘녹색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연속으로 저조한 성적을 내며 침체에 빠져 있었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의 존재감이 갈수로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에 그가 서울시장 재보선을 정치적 반등의 계기로 삼고 자신의 기반을 다시 공공하게 다져나가겠다는 포석으로 분석됐다. 

여권과 진보진영에선 안 대표의 출마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주를 이루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보선 기획단장인 김민석 의원은 “끊임없이 말을 바꾸고 선거마다 출마하는 정치인으로 변모한 안철수 대표가 과정과 결과가 어떠하든 다음 대선에도 또 나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 20일 SNS에 “체급을 가지리 않는 ‘묻지마 출전’을 한다고 승률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패전의 기록만 쌓여간다. 패배도 습관이 된다”며 “완주를 못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안민석 의원도 “2022년 대권 가망이 없자 전략상 후퇴를 한 듯하다”며 “한때는 새 정치의 아이콘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안 대표의 ‘야권 단일후보’ 발언을 지적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0일 논평에서 “안 대표가 보수 야당 단일후보를 하든 말든 정의당과는 무관하다”며 “착각은 자유라지만 대체 누가 자신을 야권 단일후보로 만들어줬다는 건지 안쓰럽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보수야권인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출마에 기대와 경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는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환영한다.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 시민과 국민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는 이야기에 강하게 공감한다”며 “야권은 뭉쳐야만 한다.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거짓에도 무기력했던 야권의 승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저도 힘을 보태겠다”고 안 대표의 출마를 지지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SNS에 “안 대표의 보선 참여가 야권 단결의 시발점이 되어 정권 탈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무능과 독재의 문재인정권에 대한 심판은 시대의 엄중한 요청”이라며 “통합된 야권의 서울시장 보선 필승이 나라를 되살리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안철수는) 여러 후보들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별다른 반응을 보일 것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보수야권 예비후보들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은 SNS에 “정치 입문 10년 동안 한 번도 경선하지 않고 꽃가마 탄 특권의식이나 이번에도 경선 없이 쉽게 가고 싶은 ‘꽃 철수’는 안 된다”며 “서울시장 자리는 개인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거쳐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다. 서울시정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지금만이 아니라 차기든, 차차기든 대선 도전의 꿈은 완전히 버린다고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야권에서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한 매체에 “흥미로운 전개”라는 말로 미묘한 입장을 밝혔다.  

안 대표는 최근까지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제3지대 플랫폼을 내세워 야권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김 위원장을 비롯한 야권 일각에선 부정적인 의견이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자리매김 하긴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다. 

국민의힘 [뉴시스]
국민의힘 [뉴시스]

 

- 밀당하는 김종인-안철수... 접점 찾을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1월6일 국민의힘, 국민의당 의원이 함께 참여하는 연구단체인 국민미래포럼에서 “(내년 재보선에서)지지 기반을 넓히고 (야권에 대한) 비호감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 방법은 새로운 정당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연대 형식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재보선 출마 의지를 드러내기 전이었지만 그의 주장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이 아닌, 중도진영을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제3지대 신당 또는 정치플랫폼을 만들어 내년 서울시장 재보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직후 “일부 의원들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얘기에 동조하느냐 안 하느냐에 대해서는 관심없다”고 일축했다. 

안 대표가 보수야권에 던진 ‘제3지대 통합론’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갈등의 불씨가 됐다. 국민의힘에서 잠재적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조경태 의원은 지난달 1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제안한 혁신 플랫폼을 우리가 검토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각종 선거를 치르게 되면 상당히 불리하다”며 “느슨한 연대든 좀 더 강도 높은 연대 혹은 통합이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갖고 풀어나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도 같은 날 “국민의힘, 국민의당, 무소속 모두가 힘을 합쳐 집권하는 것만이 정권을 상납한 우리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창당과 합당 등을 반복한 안 대표에 대한 비판엔 “우리들의 일그러진 정치 이력들을 들춰내기 시작하면 야권 인사 중 정치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나”라며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미래통합당 등도 몇 번을 창당했느냐”고 했다. 앞서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이 안 대표에 대해 “정치입문 9년 만에 5번 창당? 무조건 야권이라고 모두 통합해야 혁신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에대한 반박이었다. 

하지만 성일종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헤쳐 모이면 성공 가능성이 있나. 정말로 산화할 각오가 돼 있다면 어디든 두려움 없이 뛰쳐 들어가 스스로 개척하는 게 맞다”라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든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늘 주장해 오던 바고, 다만 지금 시점에서 안 대표가 주장하는 그런 새로운 창당이라든지 혁신형 플랫폼이 가능한지 회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제3지대 플랫폼을 통한 서울시장 출마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 내 반김종인 세력의 지지를 얻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앞서 안 대표가 출마선언에서 언급한 야권단일후보가 아닌 야권 분열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또 정치권 일각에선 안 대표와 김 위원장간의 껄끄러운 관계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가 앞으로 그의 정치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한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의 관계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년 멘토’로 활동하며 대중적 인기를 끌던 안 대표는 정치에 입문하여 김 위원장에게 정치적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015년 안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김 위원장이 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으며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더 심해졌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을 탈당한 안 대표가 불리하니 나간 것이라며 비난했고, 안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차르, 모두까기 라고 응수했다. 2017년 대선에서도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제안한 개혁 공동정부 준비위원장직을 수락했지만, 안 대표가 대선에서 3위로 패배하며 그의 정치적 역량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최근에도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24일 참석한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왜 통합해야 하느냐를 물어봐야 한다. 국민의힘이 국민의당과 통합해서 무엇을 달성할 수 있나? 내가 보기에는 별로 큰 효과를 거둘 수가 없다”며 “우리나라의 정당들이 서로 통합하고 합당하고 해봤지만 제대로 성공한 예가 별로 없다. 안철수 대표가 자꾸 언론에 부각되기 때문에 (통합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내가 안철수 대표가 어떤 분인지 너무 잘 안다”라며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국민의당 그 자체로는 통합을 하고, 합당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안철수 대표 이야기는 국민의힘이 아직까지 제대로 변화를 못했으니까 관심이 없다고 얘기하잖아?”라고 반문하며 “그런데 그런 사람들한테 우리가 굳이 관심을 갖고 합당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재차 합당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안 대표의 정치적 역량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만나) 처음에 ‘정치하고 싶으면 국회에 들어가서 제대로 배워서 정치해야 한다’라고 했더니, 나를 보고 ‘국회의원은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인데 왜 국회의원이 되느냐’라고 하더라”며 “‘도대체 이 양반이 정치를 제대로 아느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을 이어가지 않고 자리에서 떠나 버린 적이 있다. 그런 정도로 그 분이 정치적인 생각을 어떻게 하는지 이해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안 대표에 대해 혹평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안 대표가 주장하는 야권통합을 위한 제3지대 플랫폼은 김 위원장과 어떻게 접점을 찾느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상황이다. 

청와대 [뉴시스]
청와대 [뉴시스]

 

- 安,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 포석?

만약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재보선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수야권 단일후보로 당선될 경우 자신의 정치적 입지도 다짐과 동시에 향후 대선 주자로 떠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지난 23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안철수 대표가 대선을 포기했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안 대표가 자신의 조직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다”며 “안 대표는 2027년 대선을 목표로 서울시장으로서 경륜과 보수진영 내 세력을 구축할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장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한 징검다리”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안 대표는 2011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박영선 장관이 통합했던 모델로 제3지대 플랫폼을 통해 국민의힘과 통합하기 바란다”며 “국민의힘과 분열하는 상황에선 서울시장에 당선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황 평론가는 “안 대표는 파부침주(破釜沈舟)라는 말처럼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심정으로 배수진을 정치적 배수진을 치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라며 “안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낙선한다면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요서울과 지난 23일 여의도 모처에서 만난 전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결단이 차기 대권에 대한 포석일수도 있다”며 “야권에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안 대표가 야권통합을 이루고 내년 서울시장 재보선에 당선된다면 오히려 추대방식으로 통합후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서울시장 재보선 출마라는 정치적 승부수가 향후 어떻게 야권에 작용할지 정치권에선 그의 행보가 가장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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