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부부 나가 달라” vs “거주·이전의 자유 있어”

조두순의 거주지 주변을 경찰이 막고 있다. [사진=김혜진 기자]
조두순의 거주지 주변을 경찰이 막고 있다. [사진=김혜진 기자]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지난 12일 만기 출소한 아동성범죄자 조두순(68)은 12년간의 복역 생활을 마치고 아내가 있는 경기도 안산으로 돌아갔다. 그의 아내를 세입자로 들인 집주인은 조 씨가 함께 거주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나가 달라”고 요구했지만 그들 부부는 “갈 곳이 없어 이사 할 수 없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주민들의 불안 섞인 우려가 나오지만 법적 근거에 따르면 이들이 현재 거주지를 옮기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다세대 주택 집주인은 지난달 중순 조두순의 아내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집주인은 당시 조 씨의 아내인 줄은 새까맣게 모르다 출소일이 다가오면서 거주지가 화제가 되자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집주인은 “조두순인 줄 몰라 계약을 했다”며 나가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인근 주민들도 “한 사람 때문에 피해를 봐야하나” “다른 곳으로 이사 가라” 등 조두순 가족의 거주를 둘러싸고 강한 여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성범죄자 알림e’로 신상정보가 알려진 조두순 가족이 임대차 계약을 자발적으로 포기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집주인이 이들 부부를 내보낼 법적 근거도 마땅치 않았다. 

민경철 변호사(법무법인 동광 24시 성범죄 케어센터)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조두순의 아내가 집을 계약할 때 만약 집주인이 (조 씨도) 함께 산다는 걸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족이 임대차 계약을 할 때 범죄자도 함께 온다는 것을 미리 고지해 불이익이 생길 경우 그 가족들의 ‘거주·이전의 자유(헌법 제14조)’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 변호사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에 국한해서 보면 미리 고지를 해주는 게 맞지만, 일반론으로 봤을 때 모든 범죄자 가족의 거주·이전 자유를 제한할 만큼 중대한 범죄 기준이 명확하게 무엇이냐는 물음도 생긴다”며 “모든 범죄자를 일반화하는 것은 극히 신중해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두순의 집 앞에 설치된 안전지키미 초소 [사진=김혜진 기자]
조두순의 집 바로 앞에 설치된 안전지키미 초소 [사진=김혜진 기자]

‘성범죄자 알림e’ 신상정보 관리·감독 부실 우려

앞으로 조두순의 신상정보는 5년간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공개된다. 그러나 조두순의 정확한 실거주지를 확인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성범죄자 거주지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2014년 감사원이 알림e 서비스에 등록된 성범죄자 3835명 중 신상정보공개명령과 보호관찰명령을 함께 받은 1068명의 거주지를 분석했는데, 이들 중 148명은 경찰이 파악한 실거주지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공개대상 성범죄자들은 거주지를 옮길 경우 20일 이내에 변경사항을 경찰에 알려야 한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500만 원 이하’에 처해진다. 신상정보를 제대로 등록하지 않는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선진국에 비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미국에서는 성범죄자가 이사를 갔을 때 변경사항을 알리지 않을 경우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해진다. 

이와 관련 민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에선 이 부분을 성범죄자 관련 법안이 아닌 행정 법규를 어긴 것으로 보고 있어 처벌이 비교적 약한 것”이라며 “성범죄가 재범일 경우 가중처벌이 되는 것은 맞지만 행정 법규를 강하게 하는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징역 1년이라고 하지만 이 경우는 사실상 징역이 아닌 벌금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법원에서 징역을 제대로 선고하지 않으면서 이후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법정형만 높여 형사 처벌로 일관하면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같이 고려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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