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사람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죽음이 가장 두려운 대상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죽음을 각오하면 이 세상에서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사람의 죽음, 그것도 살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 바로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은 그 원형이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일이다. 물론 뤼팽 시리즈 같은 경우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추리소설로 유명하지만, 그 외 대부분 추리소설은 살인범과 탐정의 목숨을 건 대결로 이루어져 있다.

완전범죄를 꿈꾸는 살인범의 두뇌가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탐정의 두뇌도 이를 앞지르기 위해 발달해 왔다.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도가와 란보는 세계의 유명 추리소설을 연구한 결과 사람을 죽이고 탐정을 속이는 기술은 대단히 발달해 그 방법은 804가지나 된다고 한다.

탐정이나 수사관을 속이는 것을 전문 용어로 ‘트릭’이라고 하는데 범인이 아무리 교묘한 트릭을 써도 탐정은 모두 밝혀내는 것이 추리소설의 결말이다.
추리소설 속에는 참으로 놀라운 트릭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중에 등골이 서늘한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에도가와는 흉기나 독물을 이용해서 사람을 죽이는 방법은 96가지라고 말한다. 특히 희한한 흉기를 이용한 살인은 상상을 초월하게 한다. 얼음을 깎아 탄환을 만들어 쏘면 그 탄환은 몸속에 박힌 뒤 녹아버리기 때문에 증거를 찾지 못하게 된다.

또한, 소금으로 만든 탄환도 마찬가지로 수사관을 골탕먹인다. 기원전 로마 시대는 얼음 화살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전화기에 강력한 전류를 흐르게 한 뒤 수화기를 드는 순간 감전되어 죽게 하는 방법도 탐정들을 괴롭히는 트릭 중에 하나이다.

목욕물에 고압 전류를 흐르게 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사막을 여행하던 사람이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거은 그의 사인이 익사라는 것이다. 근방에는 물론 물 한 방울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탐정은 범인이 대접만 한 그릇에 물을 담고 피살자의 얼굴을 물그릇에 담가 익사시킨 것이었다.

이것보다 더 교묘한 살인은 아마도 술잔 살인 사건일 것이다. 파티 석상에서 상대방이 마시다가 준 언더럭스 술잔을 마시고 독물 중독으로 죽은 불가사의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같은 술잔을 둘이서 마셨는데 어떻게 한 사람만 죽는단 말인가?
그 비밀은 잔 속의 얼음에 있었다. 얼음 가운데 독약을 넣어놓았기 때문에 얼음이 덜 녹았을 때는 독이 흘러나오지 않지만, 얼음이 녹았을 때 즉 뒤에 술을 마신 사람은 독을 마시게 되는 것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등골이 오싹한 이야기는 죽이는 이야기보다 오히려 죽이 뒤 시체를 처리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에도가와는 추리소설에 나타난 시체 감추는 방법은 81가지가 있다고 했다. 나무통 속에 시체를 넣어놓는다든가, 관 하나에 시체 둘을 넣어 하나를 감춘다든가, 눈사람 속에 시체를 넣는다든가 하는 것은 고전적인 방법이다. 밀실 트릭의 왕자라는 추리작가 딕슨 카는 군대 사격장의 마네킹 표적 중에 실제 사람의 사체를 가져다 두는 방법을 사용했다.

더 끔찍한 트릭으로는 시체를 먹어치우는 방법이다. 아카데미상을 휩쓴 ‘양들의 침묵
이라는 영화나 소설에도 시체 일부를 먹어버리는 끔찍한 장면이 나온다.

그 외도 납인 형으로 변화시킨다든지 잘게 썰어 소시지를 만들기도 한다.
애드벌룬에 매달아 하늘로 날려 보내는 트릭을 만든 작가도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방면의 가장 오싹한 트릭은 시체를 여러 토막으로 자른 뒤 전 세계 여러 가정집에 소포로 부치는 방법이다. 그러나 아무리 끔찍하고 교묘한 수법으로 경찰관과 탐정을 속인다고 하더라도 범인들은 반드시 잡힌다는 것이 추리소설의 귀결이다.

추리소설은 이 지구 상에서 범죄를 추방하기 위한 소설이기 때문에 완전범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작가소개]

이상우는 추리소설과 역사 소설을 40여 년간 써 온 작가다. 40여 년간 일간신문 기자, 편집국장, 회장 등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기자의 눈으로 본 세상사를 날카롭고 비판적인 필치로 묘사해 주목을 받았다. 역사와 추리를 접목한 그의 소설은 4백여 편에 이른다. 한국추리문학 대상, 한글발전 공로 문화 포장 등 수상.

주요 작품으로, <악녀 두 번 살다>, <여섯 번째 사고(史庫)> <역사에 없는 나라>, <세종대왕 이도 전3권> <정조대왕 이산>, <해동 육룡이 나르샤>, <지구 남쪽에서 시작된 호기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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