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휩쓸고 간 해였다. 코로나19가 온 국민의 삶을 괴롭혔고 이에 따라 정치권의 이슈도 장악했다. 코로나19는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 백신 등 여러 가지 파생되는 이슈를 만들어냈다. 코로나194·15총선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정치권 인사들은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코로나19 대응에서 능력을 보여준 정치인은 상승세를 탔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쓴 맛을 봤다. 코로나192020년을 관통하고 2021년에도 정치권을 흔드는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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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수혜자는 문재인 대통령, 그러나 이젠 방역·백신 확보 실패론위기
- 코로나19, 주요 대선 주자 등락도 좌지우지 명암 갈려

코로나19는 양날의 검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코로나19는 특정 정치인들에게 유리한 정국을 형성해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위기 상황으로 내몰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 민주당의 총선 승리로 이어져

이에 대한 대표적 사례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코로나19로 인해 최대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정부의 부실 대응 논란과 정부여당 인사들의 잇따른 설화(舌禍)로 민주당은 총선 패배 위기감이 팽배했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패배하고 야당이 승리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해외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모범 사례로 꼽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자 민심의 기류가 달라졌다. 결국 민주당은 총선에서 단독으로 국회 전체의석(300)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을 획득하는 대승을 거뒀다.

민주당의 총선 승리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코로나19를 꼽았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 능력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이와 맞물려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코로나19는 현재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재확산 되면서 야당은 정부의 방역 실패론을 제기하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또 코로나19 백신 확보 실패론까지 제기되며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코로나19추미애-윤석열 갈등’ ‘부동산 정책 후폭풍까지 겹치면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정세균 코로나 총리 위상’ UP, 정은경도 정치인 반열에

지난 114일 헌정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 국무총리로 취임한 정세균 총리도 코로나 총리라는 닉네임이 따라붙을 정도로 코로나19 정국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 사태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을 맡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고, 올해 초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며 사태가 악화되자 대구에 상주해 범정부 대응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까지 정치인 반열로 끌어올렸다. 정 청장은 코로나19 상황을 시시각각 국민들에게 브리핑하며 코로나19와 고군분투하는 여전사 이미지를 구축했다. 정 청장은 지난 9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하는 ‘2020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에 이름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정 청장에 대해 “(코로나19)방역의 최전방에서 K-방역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한때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은경 청장에 대해 서울시장 후보설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청장은 지난 10전혀 아는 바 없고, 할 계획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재명 코로나 정국서 결단력·추진력 자랑

대선주자 가운데 코로나19 정국에서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인 정치인을 꼽자면 단연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들수 있다. 이 지사는 코로나19로 파생되는 대부분의 이슈를 선점하며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신천지에 강경 대응하고 재난지원금 지급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대선주자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이 지사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될 때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주장하며 존재감을 과시했고, 12월 초부터 경기도만이라도 3단계 격상을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최근 코로나19 병상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민간시설에 대한 긴급동원 조치에 착수했고, 지난 14일에는 첫 대상 시설인 경기대학교를 방문해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코로나19 민생 대책으로 임대료 제한필요성을 언급한 상황에서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임차인의 경제 손실은 임대인에게 전가할 게 아니라 국가재정으로 부담해야 한다면서 차별적 행보를 보였다.

의사 안철수도 존재감 과시...국민의힘·황교안의 추락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코로나19 정국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안 대표는 정계에 복귀한 이후 201620대 총선을 앞두고 만들었던 국민의당과 같은 이름의 당을 만들고 21대 총선에 도전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는 지난 3월초 계명대학교 대구 동산병원에서 코로나19 진료 자원봉사를 하며 자기 희생적행보를 보였다. 안 대표가 방호복을 입은 모습과 옷이 땀에 흠뻑 젖고 지친 표정으로 병원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정치권에서는 총선 결과 국민의당이 그나마 비례대표 3석이라도 건진 것은 안 대표의 이 같은 행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코로나19 사태로 정치권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미래통합당이라는 당명으로 치른 지난 4·15총선에서 참패했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배한 것은 공천 갈등과 혁신 노력 부족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코로나19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국민들이 정부에 힘을 실어주면서 국민의힘이 선거 기간 내내 줄기차게 외친 정권심판론은 무용지물이었다. 또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도 총선에서 민심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재난지원금 지급에 적극성을 보인 반면 국민의힘 내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 등을 중심으로 악성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코로나19 사태 발발은 한때 대권주자 1위에까지 올라서며 존재감을 과시하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추락으로 이어졌다. 황 전 대표 리더십의 한계까지 더해지면서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참패했고 황 전 대표 자신도 서울 종로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게 패했다. 이후 황 전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코로나19로 수세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최근 들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정부의 방역 실패와 백신 확보 늦장 대응 등을 주장하며 대여 공세를 퍼붓고 있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를 틈타 민심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비대위 회의에서 선진국과 격차가 벌어지며 백신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하고 있다면서 지난 일을 변명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백신을 어떤 방법으로 언제 도입해서, 국민에게 맞게 할 시간이 언제쯤 될 것인지를 정확하게 밝혀줄 의무가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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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좌)과 황교안(우), 뉴시스


권영진, 리더십에 상처위암 수술 알려지며 동정론

권영진 대구시장은 올해 초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수습 과정에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권 시장은 방역 최일선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였지만 초기 신천지 내 감염 위험성을 심각하게 보지 않아 늑장·뒷북 대응했으며 신천지에 대한 대처가 단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권 시장이 위암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코로나19 방역에 힘쓰다 건강에까지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동정론이 일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권 시장이 지난해 건강검진에서는 이상이 없었는데, 올해 코로나19 등 산적한 현안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극우 인사들을 국민 밉상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지난 815일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단체가 강행한 광복절 집회는 코로나19 확산의 또다른 진원지로 지목됐다. 이런 상황에서 극우 성향 보수 진영 인사들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전해졌다. 차명진 전 의원과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황교안 전 대표와 밀착 행보를 보였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자가격리 대상임을 알고도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받았다. 전 목사가 지난 8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보건소 차량에 탑승하는 과정에서도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턱에 걸친 상태에서 통화하는 모습이 포착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지난 8월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경찰이 동행을 요구하자 반말을 섞어가며 항의하고 실랑이를 벌인 사실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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