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포스코플랜텍 주가 가치 판단 위해 회계법인 ‘공증’ 필요성 인정
소액주주, “어디에서 ‘정의’를 말하나. 포스코는 ‘정의’ 말할 자격이 없다”

포스코플랜텍을 유암코에 넘기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이 포스코플랜텍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진행한 첫 재판에서 유상증자로 주당 500원 가격을 측정한 포스코플랜텍 주가가치에 대한 공증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이창환 기자]
포스코플랜텍을 유암코에 넘기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이 포스코플랜텍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진행한 첫 재판에서 유상증자로 주당 500원 가격을 측정한 포스코플랜텍 주가가치에 대한 공증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재판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법원을 방문한 소액주주들이 '공정재판'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이 대주주로 있던 포스코플랜텍을 유암코로 넘기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이 포스코플랜텍을 상대로 제기한 첫 재판이 열렸다. 앞서 자산관리회사인 유암코에 넘기기 위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포스코플랜텍이 자사의 주가 가치를 단 500원으로 설정하면서 소액주주들이 크게 반발했다. 소액주주들은 주가 가치가 4000원을 넘는다고 주장한 반면  포스코플랜텍은 스스로의 주가가치를 0원이라고 맞서면서 법적다툼으로 치닫게 됐다. 아울러 첫 재판에서 포스코플랜텍 측의 소송 대리인이 ‘정의’를 언급하자 소액주주들이 “포스코 측은 정의를 언급할 자격이 없다”고 항의하다 법정에서 퇴정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문제는 포스코가 부채율 1600%의 부실기업 성진지오텍을 의문 속에 인수하고 확대되는 손실규모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가장 건실한 계열사 가운데 하나였던 포스코플랜텍에 합병시키면서 시작됐다. 합병 후 대규모 영업 손실을 막고자 포스코로부터 수천억 원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지만 포스코플랜텍마저 무너지면서 상황은 되돌릴 수 없었고 결국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포스코플랜텍 유상증자 과정서 주당 가격 500원으로 측정

이후 포스코와 산업은행은 포스코플랜텍의 적자 정리에 나서면서 30%의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과 울산2공장(성진지오텍)을 재매각하는 등 천신만고 끝에 흑자로 전환하면서 경영정상화를 코앞에 두게 됐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포스코는 무슨 이유에선지 포스코플랜텍의 워크아웃 졸업 수개월을 앞두고 매각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6분의1 무상감자가 단행됐고, 23% 이르는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지분이 단 4% 수준으로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무상감자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을 제외하는 관례를 어기면서까지 강행했다. 이후 유암코가 유상증자를 통한 지분 취득을 위해 600억 원을 투입하면서 총 1억2000만 주를 취득해 71.3%의 최대주주가 됐다. 

소액주주들은 여기서 문제를 제기했다. 소액주주들은 “유암코에 넘기는 과정에서 주당 가치가 500원으로 설정됐지만 이는 흑자로 전환된 포스코플랜텍의 매출, 영업이익 및 기업 여력 등을 모두 무시한 금액으로 인정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회계법인을 통한 기업가치 재평가로 포스코플랜텍의 주식 가치를 다시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 측 주장 힘 실려 ‘회계법인’ 통한 공증 절차 돌입 예고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민사8부(부장판사 임영철)는 “원고의 주장대로 주식 가치 산정을 위한 공증의 필요성이 요구된다”며 “원고(소액주주)가 세 곳의 회계법인을 추천하고 피고(포스코플랜텍)가 그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플랜텍의 소송 대리인이 국내 최대 규모의 회계법인을 통한 주식 가치 산정을 요구했으나, 소액주주 대표  A씨가 “모두 한통속이다. 대형 회계법인이나 포스코가 모두 한통속인데 누구에게 공증을 받겠다는 것인가”라며 외쳤고, 재판장은 A씨를 퇴정시켰다.

앞서 A씨는 포스코플랜텍의 소송 대리인이 재판 초두에 ‘정의’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포스코가 어디에서 ‘정의’를 말하는가. 포스코는 ‘정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외치다 재판부로부터 한 차례 경고를 받은바 있어 2차 경고로 퇴정당했다. 

한편 포스코플랜텍 무상감자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은 당일 재판에 10여명이 방청석에 앉아 ‘약자보호’와 ‘공정재판’이라고 적힌 노트를 펼친 채 포스코플래텍을 향한 침묵 시위를 이었다. 

소액주주들이 포스코플랜텍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민사8부는 소액주주들의 입장을 들어 포스코플랜텍의 주가가치 재 측정을 위한 공증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창환 기자]
소액주주들이 포스코플랜텍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민사8부는 소액주주들의 입장을 들어 포스코플랜텍의 주가가치 재 측정을 위한 공증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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