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규제지역 된 격… 국민 10명 중 7명 ‘규제 지역 거주’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지난 17일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위해 새로운 조정대상 지역 37곳을 발표했다. 추가로 지정된 곳들은 지방의 중소도시들도 포함돼 있어 무더기로 지정했다는 지적이다. 문 정부가 들어서고 부동산 정책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가운데 규제지역 설정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해당 지역이 규제가 되면서 옆 동네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집중됐던 규제지역은 현재 전국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핀셋 규제를 내세웠지만 이번 지정으로 인해 조정대상지역은 76곳에서 111곳으로 늘어났다. 특히 조정대상 지역으로 지정된 곳도 있지만, 반면 조정대상 지역에서 해제가 된 곳도 있어 들쭉날쭉한 규제지역 판도도 문제라는 비판이다.

송언석 의원 “평온한 삶 규제지옥으로 몰아넣어… 안정화시켜야”

전문가들 “현 정부 주택정책, 박정희·전두환 패러다임으로 이뤄져”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조정대상지역은 부산 9곳(서·동·영도·부산진·금정·북·강서·사상·사하구), 대구 7곳(중·동·서·남·북·달서구, 달성군), 광주 5곳(동·서·남·북·광산구), 울산 2곳(중·남구), 파주, 천안 2곳(동남‧서북구), 논산, 공주, 전주 2곳(완산‧덕진구), 창원 성산구, 포항 남구, 경산, 여수, 광양, 순천 등이 지정됐다. 특히 창원 의창구의 경우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되기도 했다. 반면 인천 중구 을왕·남북·덕교·무의동, 양주시 백석읍과 남·광적·은현면, 안성시 미양·대덕·양성·고삼·보개·서운·금광·죽산·삼죽면 등은 조정대상 지역에서 해제됐다.

규제지역 76곳→111곳 확대
수도권서 전국 확산

이번 지정으로 조정대상지역은 76곳에서 111곳으로 확대됐다. 이 같은 결과는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됐던 규제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달 19일 정부가 전세 대책을 발표한 후 부산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와 대구 수성구, 경기 김포시(통진읍·월곶면·하성면·대곶면 제외)를 신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후 약 한 달 만에 추가 규제다. 정부는 신규 지정된 지역에 대해 ▲초저금리 및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전세가율 상승 등으로 인해 최근 주택매수심리가 상승세로 전환 ▲외지인들의 주택 매수 및 다주택자의 추가 매수 등 투기성 이상의 거래 비중이 증가 등으로 인해 규제 지역으로 진단했다는 방침이다.

조정대상으로 지정되면 여러 규제들이 발목을 잡기 때문에 선택의 폭은 좁아지고 제한은 많아진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 원 이하는 50%, 9억 원 초과분은 30%로 제한되고 자금조달계획서도 제출해야 한다. 또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인해 세금도 더 걷는다. 문 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부동산 규제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부동산 규제 지역에 거주한다며 전국이 규제지역이 됐다는 주장도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산 대책과 정부 통계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은 국토의 8.8%인 8800.58㎢(26억6218만평)으로 이는 국민의 70.1%에 해당하는 3632만7710명이 규제지역에 거주한다고 전했다. 문 정부 출범 전까지는 규제지역의 총 면적은 국토의 2.2%인 2226.06㎢(6억7338만평)으로 인구의 50.9%인 3097만 명이 해당 지역에 거주했으나 현재는 면적은 4배, 인구수로는 536만 명이 늘어났다. 송 의원은 “정부는 25번의 부동산 시장 파탄 정책으로 국민의 평온한 삶을 규제 지옥으로 몰아넣었다”며 “국민에게 고통만 가중시키는 부동산 정책을 환원하고, 공급 확대와 거래 활성화로 시장을 안정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잡지 못한 집값
‘투기’ 정의 성립되지 않아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스무 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을 잡지 못한 것은 정부가 진단 자제를 잘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23일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황세진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주택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하여’라는 글을 통해 “현행 주택정책의 기조는 ‘박정희 패러다임’과 ‘전두환 패러다임’ 두 축으로 이뤄졌다”고 밝히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수정을 촉구했다.

여기서 박정희 패러다임은 투기 억제를 통해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뜻하며 전두환 패러다임은 대단위 택지개발을 통해 주택 대량 생산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박정희 패러다임의 문제의식은 투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너무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예외적인 시기와 지역을 제외하고는 가격 거품의 징후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택가격은 대체로 주택의 가치를 반영해왔고 시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한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50년 넘게 이어진 투기 억제 정책의 목표가 달성되지 않은 가장 중요한 원인은 억제해야 할 투기가 무엇인지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자본 이득을 겨냥한 부동산의 취득, 보유, 처분을 투기라고 한다면 모든 국민의 부동산 활동이 투기”라고 비판했다. 특히 투기 억제 대책들은 하나같이 조세 측면의 제재를 포함했으나 시중 유동성이나 이자율, 지역별 수급, 소비자 선호의 변화 같은 요인들은 그대로 두면서 세금만으로 주택가격을 잡는 것은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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