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앞에 선 ‘촛불’ 한국전력 검침사업

권정달

검찰이 참여정부 시절 갖은 소문과 의혹이 일었던 한국전력 검침사업에 메스를 가하기 시작했다. 신호탄은 권정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지난 4일에는 출국금지조치를 취했다. 정치권은 한전 검침사업 관련 업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갑작스런 수사 발표와 압수수색, 그리고 출국금지조차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72세의 권 회장만을 옥죄기 위한 것보다는 그 이상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전 검침사업의 경우 지난 참여정부시절인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국정감사 때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핵심 인사와의 커넥션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매번 검찰 수사가 유야무야된 가운데 이번에 검찰의 구정권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정치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문무일 부장검사)는 한전 검침사업 용역업체인 한전산업개발의 대표이자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인 권정달씨의 회사 운영과정에서 횡령 등 비리 첩보를 입수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미 지난 4일 권 총재의 자택과 자유총연맹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쳤고 같은 날 출국금지 조치도 취했다.

검찰은 자유총연맹이 2003년 3월 한산개발의 지분 51%를 한전에서 사들여 대주주가 된 경위와 2006년 12월 서울 중구의 한산개발 본사 건물 및 토지를 소규모 부동산 개발회사인 T사에 매각한 과정을 수사 중이다. 특히 한국전력이 2005년 2월 서울 중구 행당동의 비업무용 토지를 한산개발에 시세의 3분의 1로 팔았다는 감사원의 발표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권정달 총재 횡령 포착 정관계 로비수사 급물살

한산개발의 대주주였던 자유총연맹은 대출로 한산개발 인수 자금을 조달한 뒤 한산개발 본사 건물과 토지를 T사에 매각해 얻은 차익(약 608억 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으며 이 돈으로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 검찰은 자유총연맹이 자기 자본을 거의 투입하지 않고, 대출과 자산 매각을 통해 한전 자회사의 대주주가 된 과정을 수상스럽게 보고 있다.

또한 검찰은 T사에 권 총재와 최현열 부총재가 이사로 재직했던 사실을 확인하고 매각하는 과정에서 대가성이 있는 금품이 오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외형상 검찰의 칼날은 권 총재가 T사로부터 부동산을 매각할 당시 특혜의혹과 리베이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한전 검침사업 관련 인사들은 권 총재의 개인비리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한전 검침사업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대한민국 상이군경회 한 인사는 “검찰은 황금알을 낳는 검침사업을 권 총재가 인수하는 과정에서 구정권의 특혜 시비와 로비 의혹 수사로 번질 공산이 높다”며 “한전 검침사업으로 수사가 확대 될 경우 구정권 인사들의 실명이 드러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상이군경회로 검침사업 수사 확대 촉각

검찰 역시 자유총연맹이 2003년 3월 한산개발의 지분 51%를 한전에서 사들여 대주주가 된 경위에 대해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본지는 지난 748호 ‘한전 검침사업 DJ.노무현 정부 고위인사 특혜의혹’이라는 제하를 통해 검침사업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제기한바 있다.

한전 검침 사업은 한산개발을 비롯해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신일종합시스템, 새서울 산업, 전우실업, 삼영건설기술공사 등 6개 업체가 위탁 경영을 하고 있다. 지난 2006년에는 6개사 총 매출액이 2천3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커 ‘황금알을 낳는’ 검침사업이라는 말이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전 검침사업 용역회사 선정과 대표 이사 자리를 두고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되곤 했다. 하지만 검찰은 제대로 수사를 못하고 변죽만 울리고 몸통은 건들지 못한 채 유야무야됐다.

가장 좋은 예가 매출액 2위인 대한민국 상이군경회의 경우다. 상이군경회의 경우 검침사업의 종사자가 1300여명에 연 매출액이 600억원에 달한다. 상이군경회의 검침 사업은 업체 인수 과정에서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에게 금품 제공 의혹이 제기돼 수사 대상으로 올랐었다.

상이군경회가 재하청을 준 J 기업의 윤모씨가 2003년말 2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구정권 인사에게 2억원을 줬다는 고발이 있어 검찰이 내사를 벌였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

윤모씨가 검찰 수사를 받아 공석 이후에는 박모씨 외 2명이 제 3자에게 검침사업을 넘기는 과정에서 구정권 인사가 또 거론됐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핵심 인사였던 B 전 비서실장과 J 전 의원의 실명이 나와 사정 당국을 긴장케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착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침사업에 매출 2위를 둘러싼 잡음이 여전히 미제로 남아있는 가운데 매출액 1000억원대의 한산개발의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한산개발 인수 업체 선정 경위가 수사 대상에 오르는 배경이다.

자유총연맹은 한전의 자회사인 한산개발을 2003년 3월 한전으로부터 비영리단체임을 내세워 매각 입찰과정에 참여해 인수했다. 대표인 권 총재의 이력 때문에 인수과정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권 총재는 정치 입문을 경북 안동·의성에서 민정당으로 1981년 11, 12대 국회의원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무소속, 신한국당,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꾸다 1998년 국민회의에 입당했다. 이후 국민회의 부총재를 거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자유총연맹 8.9.10대 총재를 역임하고 있다.


안동 권씨 권양숙 여사 권정달 친분 도마에

참여정부 시절에는 안동 권씨 종친회 연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동생’, ‘오빠’ 사이로 총재직을 연임할 수 있었다는 말도 나왔다.

또한 이런 구정권과 친분 때문에 2003년 연 매출액 1000억원대의 한산개발을 차지할 당시 구정권과 유착 의혹이 일기도 했다. 당시 경쟁 입찰업체의 한 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권 여사와 친분이 깊다는 말은 들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한전측 역시 자유총연맹에 지분 매각 당시 “정부 방침이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검찰은 일단 권 총재의 개인 횡령 혐의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한산 개발 인수 경위 수사 과정에서 불똥은 언제든지 구정권 정관계 로비 사건으로 번질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2천300억원대 매출을 누리고 있는 6개 검침 용역회사들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확대될 경우 그 후폭풍은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사정 당국자들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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