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14년 7월 경기도 성남시 자신의 신축 건물에 급수공사를 하기 위해 시에 급수공사 시행 신청서를 제출했다. 시는 '급수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이웃 B씨 소유인 도로를 경유해야 하는데, 타인의 토지에 수도관 등을 설치할 경우 시 수도급수 조례에 따라 해당 토지 소유자의 토지사용승낙서를 첨부해야 한다'고 회신했다. A씨는 B씨에게 승낙을 해달라고 했지만 B씨는 들어주지 않았다. 시는 토지사용승낙서가 제출되지 않자 A씨의 급수공사 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민법 제218조의 수도 등 시설권을 근거로 "토지 사용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승소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수도시설 공사를 하기 위하여 이웃 토지를 통과해야 할 경우 통상 관청에서 의례적으로 이웃 토지 주인의 ‘토지사용승락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웃에서 이를 안 해주는 경우에는 법적 분쟁으로 발전하게 된다.

통상 이런 일이 발생하면 수도시설 공사를 하려는 사람은 이웃을 상대로 ‘토지사용승락 의사표시를 구하는 소’를 제기한다. 하지만 이 점에 관하여 대법원은 급수 등 생활필수시설 설치를 위해서는 이웃의 승낙을 받을 필요가 없으므로 그러한 소송은 부적합하여 각하하고, 그 대신 시설권이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구해 승소판결을 받아 관할 관청에 제출하면 된다고 판결했다(2016. 12. 15. 선고 2015다247325 판결).

토지소유자는 타인의 토지를 통과하지 아니하면 필요한 수도, 소수관, 까스관, 전선 등을 시설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경우에는 타인의 토지를 통과하여 이를 시설할 수 있다(민법 제218조 1항 본문). 다만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해 시설해야 하고, 그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단서). 따라서 급수공사 시설이 있다는 사실만 증명· 확인하면 이웃의 동의 없이도 그 토지를 통과해 시설이 가능하다.

위 사례는 실제 소송 케이스인데, 이 소송에서 1,2심은 A씨의 소송이 적법하다는 전제하에 “A씨의 시설권 보장을 위해 B씨는 이 사건 도로 중 급수시설 공사에 필요한 사용부분에 대한 사용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 소송은 부적법하다”며 본안에 대해 판단한 원심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수도 등 시설권은 법정의 요건을 갖추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고, 수도 등 시설공사를 시행하기 위해 따로 수도 등이 통과하는 토지 소유자의 동의나 승낙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결국 대법원은 A씨가 자신에게 법적으로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를 상대방에게 이행 청구하는 것이므로 소의 이익이 없으므로 각하해야 된다는 취지이다.
대법원은 “급수공사 신청인이 다른 자료에 의해 해당 토지의 사용 권한이 있음을 증명하였음에도 급수공사를 승인하기 위해서는 예외 없이 토지사용승낙서의 제출이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성남시의 기존 관행에 일침을 가했다.

또 “A씨로서는 B씨가 토지사용승낙서의 작성을 거절하는 경우라도 사용 승낙 진술을 소로써 구할 것이 아니라, B씨에게 이 사건 도로 중 이 사건 사용부분에 대해 민법 제218조의 수도 등 시설권이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 등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은 다음, 자신의 사용권한을 증명하는 자료로 제출해 시에 급수공사 시행을 신청하면 될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대안을 알려주기도 했다.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A씨는 위 소송에서는 부적법 각하 당할 것이다. 하지만 A씨가 수도 등 시설권이 있다는 확인의 소를 구하면 승소할 것이고, 그 승소판결문을 성남시에 제출하면 B씨 소유인 도로를 경유해서 수도관 등을 설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B씨의 동의서를 따로 받지 않아도 된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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