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집권’ vs ‘정권심판’... ‘미니 대선’ 4·7 재·보궐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정치권에선 오는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을 ‘대선 전초전’, ‘미니 대선’ 등으로 부른다. 서울과 부산의 유권자를 합친 수가 전체 4400만 유권자 중 1200만 명으로 4분의 1을 웃돌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재·보궐의 승패가 내년 3월 대선의 바로미터인 것이다. 여야는 이번 재·보궐 승패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선거에 대권 주자인 잠룡들을 투입시켜서라도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일요서울은 여야의 재·보궐 승패가 내년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했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대선이나 다름없어”

투표 [뉴시스]
투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15일 20대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180석의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검찰개혁을 둘러싼 윤석열-추미애 갈등, 부동산 정책실패, 코로나19 재확산 및 백신 늑장 대응논란, 경제실정 등으로 인해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현재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리고 오는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은 궁극적으로 민주당 소속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과 오거돈 전 부상시장의 성추문 의혹으로 치러지게 됐다. 박 전 시장은 지난해 7월9일 자신의 비서가 집무실 등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박 전 시장을 고소하자 유서를 남기고 잠적한 뒤 야산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박 전 시장에 이어 오 전 시장은 지난해 4월23일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다. 이런 잘못을 안고 시장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 생각했다”고 밝히며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시장직을 사퇴했다. 

앞서 오 전 시장은 재작년 10월5일 자신에 대한 성추행 논란이 일자 SNS에 “불법 선거자금과 미투 등 황당한 이야기들이 떠돌고 있다. 소도 웃을 가짜 뉴스, 모조리 처벌하겠다”며 “가짜뉴스는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를 만들어 내는 참 무서운 것이다. 척결해야 할 사회악이자 개인에 대한 인격살인,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행위에 대해 형사상 고발에서부터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의혹에 대한 오 전 시장의 반박은 적반하장 격이 되고 말았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과 제2의 도시라 불리는 부산에 시장 자리가 공석이 되며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이 소속됐던 민주당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또한 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돼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민주당은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특히 해당 당헌을 규정한 것은 당시 당대표인 문재인 대통령이어서 민주당으로선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에서 후보를 낼 경우 여론의 질타와 야당의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재·보궐 선거 후보 추천에 관한 당헌·당규 개정 문제를 두고 전 당원 투표를 결정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해 10월29일 의원총회에서 “최고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후보 추천 길을 여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며 “당헌에는 당 소속 선출직 부정부패 등 중대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을 실시할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헌에 따르면 우리 당은 2곳 보선에 후보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그에 대해 오래 당 안팎의 의견을 들은 결과,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공천으로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순수한 의도와 달리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유권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지적도 들었다”고 밝혔다. 사실상 민주당 지도부는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10월31일과 11월1일에 걸쳐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한 결과 86.64%의 당원들이 당헌 개정과 공천에 찬성했다”며 지난해 11월2일 “내년 재·보궐 선거에 서울·부산 시장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헌 개정까지 강행하며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의 이번 재·보궐 선거가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레임덕과 2022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이낙연 이재명 윤석열 [뉴시스]
이낙연 이재명 윤석열 [뉴시스]

 

- 與, 속속 출마 선언... 코로나백신·부동산 해법이 ‘관건’

민주당에선 첫 서울시장 재·보궐 후보자로 지난해 12월 우상호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4선이며 원내대표를 지낸 우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군에 꾸준히 이름을 올려온 인물이다. 우 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당내 경선에서 경쟁한 바 있다. 우 의원은 그리고 대표적인 586인사다. 

우 의원은 지난해 12월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어떤 경우에도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하고 이번 선거에 모든 것을 걸겠다. 서울시장 출마는 정의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라며 “다음 자리를 위한 디딤돌로 삼지 않고 아무런 사심 없이 오직 서울, 오직 시민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혼란을 안정시키고,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서울시장으로 마지막 정치적 도전을 결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지금 서울은 연습과 훈련 없이 즉시 투입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준비된 서울시장이 필요하다. 저는 2016년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박근혜 탄핵 시기의 국가적 혼란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해결했다”며 “서울에서 20년, 4선 국회의원으로 서울의 대부분 현안을 잘 아는 준비된 서울시장 우상호가 서울의 위기를 극복하겠다” 강조했다. 

우 의원은 코로나 백신 무료 공급과 서울 부동산 대책도 공약했다. 우 의원은 “안전성이 확보된 백신이 나오면 원하는 서울 시민 전원에게 무료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 도시들은 예외 없이 공공주택의 비중이 25%에서 40%에 달한 데 비해 서울은 10%에도 못 미친다”며 “정부 발표와 별도로 서울 시내에 16만호 정도의 공공주택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우 의원에 이어 박주민 의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해 3위를 차지했지만 득표율로 따지면 2위를 한 김부겸 전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4선인 박 장관은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천정배, 신계륜, 추미애 후보를 이기고 민주당 후보로 최종 선정됐지만 당시 무소속인 박원순 후보와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했다. 그리고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박 전 시장에게 패한 만큼 이번에 도전하면 3번째 도전이다. 추 장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많은 논란 가운데 퇴임한 후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한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대립으로 여권의 친문 지지층 사이에선 호감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에 이어 부산도 여당으로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현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인 만큼 차기 대선을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할 지역이다. 지금까지 민주당 부산시장 재·보궐 후보자로 구체적인 출마의사를 내비친 인물은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이다. 해양수산부 장관과 3선 의원을 지낸 김 총장은 지난해 12월28일 총장직을 내려놓고 퇴임했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퇴임 보도자료를 통해 “부산에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겠다. 대한민국 정치인으로서 다음 정치적 소명을 위해 다시 뛰어야 한다”며 “전직 국회 사무총장으로서 여러분께 부끄럽지 않도록 제 소명을 따라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인 김영춘은 고향 부산으로 돌아가 새로운 정치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김 총장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부산의 재건과 발전을 위해 제게 주어진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 이제부터 부산시민과 함께한다”며 “지방분권과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노무현 대통령 이후 전승된 과업을 이뤄내기 위한 이어달리기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또 경남권 정책 이슈인 가덕신공항을 언급하며 “부산시민의 오랜 염원이자 부산 재건의 초석이 될 가덕도 신공항을 조속히 착공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게 주어진 소명을 다 하기 위해 무거운 마음으로 공직을 내려놓는다”며 “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지난달 26일 발의)을 3월 내에 처리하겠다고 확실히 약속하면 당락과 상관없이 무조건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의 글은 실질적인 출마선언문이었다.

김 총장에 이어 김해영 전 의원, 박인영 시의원(전 부산시읭회 의장) 등도 출마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겸손하고 반듯한 이미지로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내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나 금태섭 전 의원의 징계에 대해 소신발언을 하는 등 ‘할 말은 하는 정치인’으로 평가 받는다. 박인영 시의원은 부산 금정구의원을 세 차례나 지내고 부산시의회 사상 첫 여성·최연소 의장 경력을 갖춘 인물이다. 미투 의혹으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물러난 만큼 여성 후보로서 경쟁력을 갖춘 인물로 꼽힌다. 

청와대 [뉴시스]
청와대 [뉴시스]

 

- 野, 反文 빅텐트냐 분열이냐... 단일화 ‘관건’

한편, 야권에선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두고 통합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대선을 포기하고 오는 4월 서울시장 재보선에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당 안팎에서 많은 분들이 제게 서울시장 출마를 요청하셨지만, 저는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와 미래에 대한 구상을 국민들게 말씀드리고, 중도실용 정치로 합리적 변화와 개혁을 실현하자 했다”며 “지금의 암울한 현실을 바꾸려면 정권교체 외엔 그 어떤 답도 없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그 교두보라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부인하기는 어려웠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안 대표는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지금은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며 “결자해지의 각오와 서울의 진정한 발전과 혁신을 다짐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며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후보, 보수야권단일 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을 이끌고 호남을 중심으로 ‘녹색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연속으로 저조한 성적을 내며 침체에 빠져 있었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의 존재감이 갈수로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에 그가 서울시장 재보선을 정치적 반등의 계기로 삼고 자신의 기반을 다시 공공하게 다져나가겠다는 포석으로 분석됐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한 매체에 “흥미로운 전개”라는 말로 미묘한 입장을 드러냈다.  
부산은 그동안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여겨졌지만 2018년 처음으로 민주당에 빼앗겼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으로선 내년 대선을 위해선 반드시 찾아와야 할 전략적 요충지다.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는 여론이 야권에 유리한 만큼 지난해 11월9일 박민식 전 의원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이진복 전 의원, 유재중 전 의원, 이언주 전 의원,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진복 전 의원은 지난해 8월24일 ‘부산정상화 포럼’을 발족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이언주 전 의원은 보수진영의 ‘여전사’에서 민생 현장을 찾아 밑바닥부터 다지고 있다. 야권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가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받는 박 전 사무총장은 지역 인사들과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지난해 12월30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번 4월7일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는 2006년 고 노무현 대통령 4년차에 치러진 지방선거와 비슷한 양상”이라며 “당시에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이 지방선거에서 완패했고 급격하게 노 전 대통령 레임덕이 와 다음 대선을 당시 한라당에 넘겨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분위기는 야권에 유리하지만 김종인-안철수 두 사람의 고집으로 끝까지 지방선거에서 분열해 야권이 패한다”면 “야권도 정치적으로 풍비박산이 나고 결국 다음 대선은 기약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황 평론가는 “이번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는 곧 대선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를 향한 여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그 결과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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