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려 ‘홈카페’ 만들었는데”...2만여 소비자 ‘혼란’

공식 판매 홈페이지 큐리그숍의 머신이 품절된 모습 [쿠첸 큐리그]
공식 판매 홈페이지 큐리그숍의 머신이 품절된 모습 [쿠첸 큐리그]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캡슐 커피를 향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도 다양한 상품들을 출시‧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커피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이에 따른 크고 작은 분쟁이 발생하는 듯 보인다. 최근 커피 머신과 캡슐을 미국 큐리그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쿠첸이 수입사로부터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지속적인 공급을 위해 사측과 협상에 나서고 있다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해당 머신을 구매해 사용해 온 소비자들도 더 이상 캡슐을 구매할 수 없어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 전량 수입 의존하는 ‘커피 공화국’...수입사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
- 쿠첸 “지속적 공급 요청...협상 지연시 1월부터 여의치 않을 수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이들이 많아지자 집에서 ‘홈택트(홈+언택트)’를 즐기는 홈족이 증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집 인테리어를 흡사 카페처럼 꾸미는 ‘홈카페’ 관련 제품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물론 홈카페 상품 수요는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점차 확대돼 왔다. 다만 일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홀빈을 갈아 드립 또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방식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와 더불어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캡슐커피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고 있다. 캡슐커피와 머신 등은 간편한 조작으로 수준 높은 커피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커피 수요 고공행진
업계도 캡슐 도전장


유통업계에서도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다양한 종류의 캡슐커피 출시에 한창이다. 이마트는 돌체구스토 판매에 이어 스타벅스 캡슐커피, 라바짜, 벨미오 등의 캡슐커피 종류를 확대해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24도 스타벅스, 카피탈리 캡슐커피 11종을 직영점 및 가맹점 50곳으로 확대해 판매 중이다. SPC그룹도 커피앳웍스 캡슐커피를 출시했고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할리스 커피 등도 캡슐커피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이로써 소비자들은 마트와 온라인 등에서 쉽고 빠르게 구매해 홈카페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관련 제품 매출은 덩달아 고공행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캡슐커피 시장이 최근 5년간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2018년 캡슐커피와 원두커피 매출 비중은 49:51로 원두커피 매출이 캡슐커피를 앞섰으나 2019년 60:40으로 캡슐이 원두를 추월해 지난해 상반기에는 67:33으로 캡슐커피 매출이 원두커피 매출의 2배를 넘어섰다.

이와 함께 커피머신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캡슐커피 및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등) 매출은 2019년 동기보다 31.6% 늘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머신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택배 업계도 머신 배송에 한창인 모양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배송 품목 4억8000여만 건의 택배송장 정보를 분석한 결과 커피 머신 판매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한 뒤 급격히 늘었다. 특히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지난해 3월~4월 두 달 동안만 하더라도 2019년 동기간보다 165%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커피 전문점은 5만여 곳. 이 외에도 커피를 판매하는 일반 음식점이나 편의점, 간이매점 등을 더하면 국민들의 커피 소비는 막강한 수준이다. 하지만 ‘커피 공화국’이라는 명성과 달리 커피 원두를 생산할 수 없는 환경인만큼 상품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은 취약점이기도 하다. 머신마저 국내 브랜드보다는 해외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와 소비가 활발하다. 문제는 국내 소비자들이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최근에는 한 업체가 미국 캡슐커피 업체의 공급 중단으로 전용 캡슐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서 기존에 구매한 커피 머신도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놓였다.
 

[쿠첸 큐리그]
[쿠첸 큐리그]

“일방적 계약 해지”
커피 한 잔, 고민 한 스푼


쿠첸은 2015년 미국 캡슐커피 브랜드 큐리그와 손잡고 국내 독점 수입 계약 및 판매권을 확보했다. 이후 지난 5년 간 약 2만 대의 큐리그 커피머신을 판매해 왔다. 하지만 최근 쿠첸은 큐리그로부터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를 받게 됐다. 큐리그 사의 캡슐 등은 국내 코스트코에서도 판매가 될 만큼 꾸준한 수요가 이뤄져 왔다. 하지만 최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더이상 캡슐을 구매할 수 없게 됐다는 내용과 함께 캡슐 구매 방법을 문의하는 글들이 줄지어 게시되고 있다. 소비자 A씨는 “코스트코에서 늘 구매해 먹었는데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고 있다”며 캡슐 구매방법을 의뢰했고, 또다른 소비자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한 구매도 쉽지 않다며 머신을 처분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쿠첸은 남아있는 재고 캡슐로 판매를 지속해가고 있지만, 이마저도 빠른 시일 내 소진될 것이라는 게 여론의 관측이다.

현재 쿠첸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큐리그와 원만한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의 요청을 한 상황이다. 쿠첸 측은 “느닷없는 계약종료 통보를 받고 본사에 캡슐의 지속적인 공급방안을 요청해 둔 상태”라며 “일부 제한적인 측면이 있으며, 협상이 지연될 시에는 1월부터는 공급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큐리그와 최대한 협상할 예정이라는 점을 말씀 드린다”며 소비자를 향한 양해를 구하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사실상 유통사의 책임을 묻기에는 제한적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철수 사실을 알고도 감추는 등의 소비자 기망 행위가 아닌 이상 법적 제재 근거가 충분하지만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번 사례를 계기로 관련 업체와 소비자를 위한 체계적인 보호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전례 없는 상황인 만큼,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보호방안과 해결책 등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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