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A씨 “제2의 n번방 급...수차례 신고해도 방치해”

[얼음땡온라인 공식 온라인 카페]본지가 가입 후 접속하자 공개 채팅창에는 욕설과 음란성 글들이 꾸준히 노출되고 있었다.
[얼음땡 온라인 공식 온라인 카페]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전체 이용가 등급의 모바일 아케이드 게임 ‘얼음땡 온라인’이 과다한 욕설과 비방, 성적 대화 등에 노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게임 유저인 제보자 A씨는 해당 게임 내 공개 채팅시스템이 ‘n번방 사태’와 다를 바 없다고 운을 뗐다. 이와 함께 게임 제작‧배급사인 EOAG(이오에이지)측이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게임은 지난해 3월 구글플레이 피처드로 선정된 한편 지난해 7월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상반기 이달의 우수게임’에 선정되는 등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 전체 이용가 등급인데...아동‧청소년 대상 성희롱‧유인 사례 수두룩
- 수 십 차례 신고해도 무용지물...“악용한 성인들 상당수 있어 보여”


얼음땡 온라인은 최대 40명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실시간 모바일 게임이다. 전체 이용가 등급으로 20종류 이상의 게임 모드를 무료로 플레이(부분 유료화)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측은 얼음땡 온라인이 게임의 슬로건인 ‘실시간으로 뛰어놀자!’를 바탕으로, 온라인 유저들과 함께 소통하고 발전해나가는 게임이라고 소개했다.

게임은 2018년 2월 출시돼 현재까지 꾸준한 유저를 확보하고 있다. 이미 구글플레이 기준 다운로드 수는 10억 건을 넘어섰으며, 별점 평균 4.3개의 리뷰가 1만2000만여 개에 달한다. 이와 함께 온라인(네이버) 공식카페 회원수는 5만4000여 명 정도다. 이 같은 인기만큼이나 수상 내역도 화려하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구글플레이 피처드로 선정,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이달의 우수게임’에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당시 안정기 이오에이지 대표는 “앞으로도 이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해 유저들의 관심에 보답하며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얼음땡온라인 공식 온라인 카페]본지가 가입 후 접속하자 공개 채팅창에는 욕설과 음란성 글들이 꾸준히 노출되고 있었다.
구글플레이 평점 및 리뷰 내용 일부 갈무리

“욕설 충격, 우울증까지”
위태로운 아동‧청소년
“신고해도 조치 없어”


출시 이후 호평이 주를 이었지만, 최근 얼음땡 온라인 공식카페에는 불만 섞인 글들이 상당수 오르내리고 있다. 일례로 출시 초창기만 하더라도 ‘잘하건 못하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욕설과 싸움이 난무한 게임 공간이 됐다는 의견이다. 이와 함께 또다른 게시글 작성자는 “욕설을 많이 쓰는 유저들이 많은데, 이를 통해 우울증까지 겪고 있다”며 제작사 측에서 이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물론 욕설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한편 이는 다른 게임도 다를 바 없이 보편적이라는 반응도 따랐다.

하지만 제보자 A씨는 이 같은 문제 지적과 함께 사측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게임 유저의 80% 상당이 아동‧청소년인 상황에서 성희롱하거나 물질적으로 아동 청소년을 유인하는 일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뤄진다는 것. 이를 증거 자료로 제시하며 사측에 수십차례 신고했지만, 마땅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등 사실상 게임사가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게임사에 성희롱 관련으로 하루에도 꾸준히 수십번씩 신고하고 있지만 게임사는 방치하고 있다”며 “이를 악용한 성인들도 상당수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커스텀방 등에서 음성 대화 기능을 이용해 성적인 대화를 하는데다가, 최근에는 클랜 내 인원끼리 카카오톡 채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업데이트돼 문제가 심각하다”며 그간 축적해 온 증거자료를 제시했다. A씨 외에도 최모씨는 “아무리 신고해도 조치를 한하는데 신고 기능은 왜 만들어 놓은 것이냐”며 “어린이들이 하는 게임에 성적발언, 욕설이 너무 많아 신고를 해도 그대로다”라고 비판했다.
 

[얼음땡온라인 공식 온라인 카페]본지가 가입 후 접속하자 공개 채팅창에는 욕설과 음란성 글들이 꾸준히 노출되고 있었다.
본지가 가입 후 접속하자 공개 채팅창에는 욕설과 음란성 글들이 꾸준히 노출되고 있었다.

가입 후 접속해보니…
입증 가능한 증거 확보


이 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지난해 31일 본지는 직접 얼음땡 온라인에 가입해 접속을 시도했다. 그 결과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첫 접속으로 사용이 미숙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 채팅창에서 각종 욕설과 음란성 대화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편함을 느낀 일부 유저들은 욕설과 음란성 글을 게시하는 유저를 향해 ‘신고하겠다’는 의사표현을 했지만, 행위는 그치지 않았다. 도리어 채팅창을 ‘도배’한 아이디 ‘78*****’는 “부캐(본래 사용하던 계정이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라서 상관없다”며 의사를 표현한 이들을 대상으로 조롱 섞인 반박을 이어갔다. 본지는 사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심한 욕설과 성희롱 등의 피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심한 경우에는 인신공격을 넘어 2차 피해까지 이어지는 등 심각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미 이에 대한 처벌 기준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해결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의사 표시와 증거자료 제출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법률 전문가는 “불특정인 또는 다수의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의 공연성 측면이나, 특정성 측면에서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며 “입증이 가능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대한민국 게임 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8조 원에 달하는 등 전년 대비 9.2%가량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시장 규모가 더욱 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중에서도 특히 모바일게임 매출은 전년대비 21.4% 증가한 9조392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모바일게임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모아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와 2022년에도 국내 게임시장이 꾸준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분석하며, 2021년 18조2683억 원, 2022년 19조9125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올해 사상 첫 매출 10조 원 규모를 넘어 2022년에는 1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임 산업의 규모가 날로 확대되는 가운데, 대중은 여전히 게임과 윤리의 경계선에 선 모양새다. 게임과 윤리를 둘러싼 논의가 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만큼 이제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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