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촉발 입시비리, 내가 최초로 언론사에 제보”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국민의힘은 지난해 4·15총선에서 대패한 후 김종인 위원장을 중심으로 비대위를 꾸려 6개월 넘게 이어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중도 확장을 목표로 다양한 행보를 보였다. 일요서울은 지난해 12월29일 오전 여의도 모처에서 정원석 국민의힘 청년 비대위원을 만났다. 김 위원장의 행보를 청년 정치인의 시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기 위해서다. 정 위원은 이 자리에서 그 동안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정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정 비대위원은 재작년 ‘조국 사태’를 촉발한 입시 비리를 언론에 최초로 제보해 공론화한 사실도 밝혔다. 

-“청년 정치는 기성세대가 만들어 낸 이상이자 허상”

(사진설명: 최성해 전 총장이 대상포진으로 입원할 당시 정원석 위원이 병문안 간 모습, 제공-정원석)
(사진설명: 최성해 전 총장이 대상포진으로 입원할 당시 정원석 위원이 병문안 간 모습, 제공-정원석)

 

- 2020년은 어떤 해였나. 
▲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는 많은 변화를 거쳤다. 혼란한 시기 저도 정치권에서 활동하며 총선 그리고 비대위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정치적 변동과 흐름 속에 시행착오와 성장 등 많은 경험을 했다. 

- 정치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 정치에 대해 어렸을 적부터 관심이 남달랐다. 정치는 책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 직접적인 참여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8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서 ‘조직위원장 공개 오디션’이 실시됐고 2019년 1월 강남(을) 조직위원장으로 선출됐다. 

- 정치를 무엇이라 생각하나. 
▲ 정치의 본질은 ‘종교’와 같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곧 국가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개인의 철학과 포부가 담길 수밖에 없는 하나의 정체성이고, 정당 역시 그 부분에 있어 자신의 색깔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선택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가는 국민들을 위해 책임을 다하고 끝없는 자기 절제와 실력으로 무장해야 한다.

- 어떻게 국민의힘 청년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됐나. 
▲ 4.15 총선이 끝나고 5월 초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연락이 왔다. 김 위원장이 따로 만나자고 해서 인사드릴 겸 찾아뵈었다. 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정치 현안 전반에 대해 저의 생각을 물으셨고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합류를 요청 받았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성과는 있었나. 
▲ 어려운 시국에 비대위가 자화자찬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지만 조금씩 개선된 점에 주목해 주시면 좋겠다. 우선 지난 4.15 총선 이후 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에 이어 4연패를 해 당내 패배주의와 무기력이 누적된 상황이었다. 김 위원장은 ‘한 땀 한 땀 전략’으로 기존의 누적된 패배주의를 조금씩 씻어내고 당내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 청년 정치가 기성 정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 청년 정치라는 건 따로 없다. 세상에 청년 시절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청년정치는 기성세대가 만들어 낸 이상이자 허상이다. ‘청년정신’인 진취성과 역동성이 있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모두가 청년이다. ‘청년정치’ 라벨은 기득권화 된 기존 정치가 국민을 설득할 능력과 용기가 없어 대리인으로 내세우는 병풍에 불과하다.

- 내년 4월 재보선 전망은. 
▲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근소한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안심할 순 없다. 바람이 유리하게 불어도 우리 스스로 튼튼한 돛을 만들지 못하면 배는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 정치에 몸담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 작년 정국을 혼란에 빠뜨렸던 ‘조국사태’의 발단 중 하나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표창장 위조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데 일조한 것이다. 작년(2019년) 추석 전쯤이었다. 나는 전부터 잘 알고 지냈던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 전 총장이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최 전 총장의 명의로 표창장과 허위 이력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육자로서 양심상 이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과 모른 척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 보복이나 탄압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 선택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모 언론사 기자와 함께 사건의 진위 파악을 위해 직접 동양대가 있는 경북 영주로 내려갔다. 그리고 최 총장 및 학교 관계자를 만나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동석한 기자가 사건의 전말을 확인한 후 조 전 장관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딸 표창장 위조사건을 세상에 알리게 됐다. 그렇게 전 국민을 공분에 빠뜨린 조국과 그 가족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됐다. 

- 최 전 총장이 사건 폭로 이후 여러 가지 고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 ‘조국사태’ 이후 최 전 총장이 겪은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최 전 총장은 조 전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포함한 여권 유력 인사로부터 끊임없는 회유를 받았고, 이후 그가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불이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 전 총장이 지금은 건강하지만 당시 여권의 끝없는 공격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누적돼 대상포진으로 쓰러져 한동안 외롭게 병상을 지켰다. 당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선 단 한 명도 최 전 총장의 병문안을 오지 않았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용서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최 총장이 공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세상을 바로잡는 데 일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용기와 헌신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정당이 어떻게 국민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나. 

- 어떤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싶은가.
▲ 실력과 공감을 갖춘 정치인이 되고 싶다. 정치권에 와서 보니 국민과 정치인이 바라보는 정치에 대한 이해의 괴리가 크다고 느꼈다.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닌 십수 년에 걸친 구조로 이어져 오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됐다. 그리고 여전히 정치적 해결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분들이 아직까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래서 더 배우고 실력을 키워 그런 분들의 어려움을 더 공감하고 해결해 드리고 싶다. 

- 새해 소망은 무엇인가.
▲ 당장엔 내년(2021년) 4월 서울·부산에서 치러지는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도 비대위원 자격으로 미력이나마 선거 승리에 기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재보선 이후 비대위 체제가 마무리되면 일상으로 돌아가 공부하고 성찰하며 준비하고 성장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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