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WBOY HERO’ 코로나19 팬데믹 길들일 수 있을까

‘트렌드 코리아2021’ 저자 김난도 교수 [뉴시스]
‘트렌드 코리아2021’ 저자 김난도 교수 [뉴시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고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일요서울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김난도 교수팀이 2007년부터 15년간 트렌드 분석을 담아 발간한 책 『트렌드 코리아』를 통해 올해를 주도할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알아봤다. 2021년 10대 키워드는 ‘COWBOY HERO’다. 백신의 기원이 된 소의 해에 ‘현실을 직시하되 희망을 잃지 말자’는 의미를 담아 선정됐다. 

-10가지 트렌드 흐름 ‘비대면 확산’…신축년(辛丑年)에도 이어간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김난도 교수팀은 2021년 10대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한 ‘COWBOY HERO’를 두고 날뛰는 소를 마침내 길들이는 멋진 카우보이처럼, 시의적절한 전략으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의 위기를 헤쳐 나가길 기원한다는 뜻을 담았다. 김난도 교수팀은 “이번 10가지 트렌드의 전반적인 흐름 중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모든 트렌드가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 브이노믹스(Coming of ‘V-nomics’): 첫 키워드인 V-nomics는 바이러스의 V에서 출발한 단어로 ‘바이러스가 바꿔 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라는 의미다. 김 교수팀은 ‘업종별 특성에 따른 경기회복 유형화’를 V·U·W·S·역V 다섯 가지로 구분해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전망했다. 대면성의 정도, 대체재의 존재 여부, 기존 트렌드와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따른 분석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 특수형인 국내 여행과 화상 커뮤니케이션, 홈웨어 시장은 역V자형으로 분류된 반면, 비대면 성향이 높고 기존 트렌드와 부합하는 온라인 쇼핑과 캠핑, 호캉스, 스트리밍 서비스 등은 코로나 이후에도 더욱 성장이 가속화되는 S자형으로 분류됐다.

▲ 레이어드 홈(Omni-layered Homes): 외부 생활이 제한되면서 집의 기능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자 레이어드 홈 시대가 열렸다. 레이어드 홈은 집의 공간과 기능의 다양화를 뜻한다. 집에서 휴식과 수면, 식사를 하고 업무도 보고 운동 등 취미생활까지 즐기는 경향이 늘고 있다. 기본적인 주거 기능뿐 아니라 일과 여가까지도 접목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추세다.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집 내부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 사람들은 집안 가구배치, 공간 인테리어 등을 꾸미는 데 더욱 노력을 한다. 비용도 아끼지 않는다. 

▲ 자본주의 키즈(We Are the Money-friendly Generation): 돈과 소비에 편견이 없는 새로운 소비세대로 유행을 선도하고 비즈니스 방향을 주도하며 브랜드의 흥망을 결정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의미한다. 어릴 때부터 광고·시장·금융 등 자본주의적 요소에 친숙하고 지본주의 생리를 몸으로 체득한 세대가 소비의 주체로 성장했다. 이들은 물건을 구매하고 처분하는 방식도 남다르다. 경제와 시장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 ‘인적 자본’이 되어 경쟁하고, 경제적 불안에 시달리지만 무작정 물질주의적이거나 충동적이지만은 않다. 김 교수팀은 “이들이 새로운 경제관념으로 무장해 브이노믹스와 그 이후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거침없이 피보팅(Best We Pivot): 스포츠에서 피보팅은 몸의 일부를 축으로 고정하고 여러 방향으로 회전하며 다음 움직임을 준비하는 동작을 말한다. 피보팅은 코로나19 이후 시대 변화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업이 거침없이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피보팅을 앞으로 기업이 갖춰야 할 핵심 전략으로 꼽았다. 기존의 혁신이 5~10년 후 다가올 미래의 청사진을 그렸다면, 이제는 모호하고 불확실한 위기 상황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즉각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말 스타벅스가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배달을 시작한 것은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 롤코라이프(On This Rollercoaster Life): 젊은 세대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유행하는 이벤트나 챌린지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합류하고 상식적인 예측의 범위를 넘어서 문화를 즐긴다. 하나의 유행이 끝나면 뒤돌아보지 않고 하차한 후 다음 유행으로 서둘러 갈아탄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들은 ‘디지털 역마살’이라도 낀 것처럼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콘텐츠를 이리저리 찾아다니는 것이다. 김 교수팀은 이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사람들을 ‘롤코족’이라고도 명명했다. 김 교수팀은 “롤코라이프는 소수 젊은이들의 변덕이 아니라 상시 대응해야 할 시장의 일반적 변화가 되고 있다”며 “이제 제품과 마케팅에도 진솔하고 발 빠른 대응으로 고객의 변화에 맞춰 나갈 수 있는 ‘빠른 생애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오하운, 오늘하루운동(Your Daily Sporty Life): 브이노믹스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운동’이 급부상했다. 건강 증진과 면역력 강화뿐 아니라 자기 관리에 투철한 MZ세대의 세대적 특성을 반영한다. 운동으로 성취감을 찾으려는 경향, 관련 기기 및 플랫폼 시장의 성장 등 복합적인 원인이 일으킨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운동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유튜브 속 코치와 함께하는 홈 트레이닝(홈트)이다. SNS를 중심으로 ‘#오하운, 오늘하루운동’ 등의 해시태그 열풍도 불고 있다. 이는 혼자서 운동하는 게 아닌 운동 강의 콘텐츠를 보며 집에서 개인 운동 시간을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 N차 신상(Heading to the Resell Market): 중고시장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옛 ‘아나바다 운동’과는 차원이 다르다. 단순히 ‘남이 쓰던 상품’이 아니라 몇 번째 받아 쓰더라도 새것에 버금가는 가치를 갖고 있는 중고품은 여러 차례(N차례) 거래돼도 신상과 다름없게 받아들여진다. 최근 SNS 등을 기반으로 한 개인적인 ‘세포마켓’이 활발해지더니 이제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사고파는 리셀resell·resale(다시 팔기)로 진화했다. 단지 절약을 목적으로 하는 중고거래가 아니라 몇 번을 사고팔아도 ‘신상(신상품)’ 못지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해서 ‘N차 신상’이라는 이름이 붙은 셈이다. 리셀은 래플·드롭 같은 요즘 마케팅을 설명할 뿐 아니라, 옴니채널-세포마켓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거래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 CX 유니버스(Everyone Matters in the ‘CX Universe’): 사용자의 경험이 구축한 하나의 생태계를 뜻한다. 상품에 대한 단편적인 경험이 아닌 마치 ‘마블 유니버스’처럼 브랜드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사용자의 경험이 중심에 놓일 때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하여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혁신시키는 것)이 진정한 성과를 보일 수 있다. 

▲ 레이블링 게임(‘Real Me’: Searching for My Own Label): 최근 소비자들은 각종 테스트와 비유를 통해 자신에게 ‘레이블(딱지)’을 붙이고 해당 유형에 속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유행하는 MBTI테스트를 비롯해 마치 게임과도 같은 각종 자기진단 테스트들은 ‘레이블링 게임’ 트렌드의 출발점이다.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는가?’하는 정체성의 문제는 예전부터 소비 행태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 휴먼터치(‘Ontact’, ‘Untact’, with a Human Touch): 코로나 이후 가장 조명 받은 트렌드는 ‘언택트’ ‘온택트’다. 언택트·온택트화하는 소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손길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미다. ‘휴먼터치’란 어떻게 하면 조직관리와 경영의 많은 국면에서 최대한 사람의 숨결과 감성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트렌드다. 김 교수팀은 “숨 가쁘게 바뀌는 어려운 시대에 변화의 삼각파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마지막 키워드를 제시한다면 그 답은 바로 ‘진심이 담긴 인간의 손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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