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대북라디오 ‘국민통일방송’ 이광백 대표

국민통일방송 라디오 방송에 출연중인 이광백 대표 [사진=김혜진 기자]
국민통일방송 라디오 방송에 출연중인 이광백 대표 [사진=김혜진 기자]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지난 29일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공포됐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을 하거나 시각매개물을 게시하고, 전단 등을 살포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번 법안이 언론 등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북한 주민을 위한 정보주입 행위를 사실상 무력화시켜 북한 인권 개선을 저해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지난 29일 북한 주민들에 외부 정보주입 활동을 해 온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北이 싫어하는 건 전단만이 아냐…원치 않는 모든 것 금지하나”
-“기형적인 교류로는 통일·협력 어렵게 만들어”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공포됐다. 15년간 북한에 정보주입 활동을 해 온 입장에서 이번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이번 법안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 활동에 제약을 주고 열악한 인권 상황을 연장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자유로운 활동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 발전이나 민주주의 발전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정부가 법안이 가진 문제점을 심사숙고해서 재검토하기를 바란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추진을 강행한 명분으로 우리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 문제를 고려해서라고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그 점은 일리가 있지만 우리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이 방법밖에 쓸 수 없었냐는 데 의문이 있다. 무조건 금지할 게 아니라 전단 단체와 협의를 통해 비공개로 조용하게 날리도록 설득한다면 우리 주민들 불안감은 줄이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 제공 활동도 할 수 있게 된다. 그와 같은 정치적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법으로 금지한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보지 않는다. 
 또한 정부와 여당이 내세운 명분에는 중요한 허점이 있다. 우리가 전단을 날리면서 총을 쏘거나 폭력을 쓰는 것도 아닌데 전단을 날리면 북한 당국이 전단에 반발해 접경지역 주민을 협박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싫어하는 건 전단만이 아니다. 가령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안 하면 접경지역 주민을 가만 안 둔다고 주장하면, 현재 정부 논리대로라면 주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논리다. 전단금지법의 중요한 함정이 거기 있다. 북한 당국이 원치 않는 모든 행위를 한다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을 위협한다면 북한 당국의 요구를 다 들어줘야 하느냐는 논리다. 논리가 어설픈데도 강하게 추진한 이유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는 거다. 

-어떤 정치적 의도인가. 
▲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건 김여정 부부장이 전단을 얘기한 그날 오후다. 북미정상회담이 2019년에 결렬된 이후 회담이 안 열리고 있고 남북정상회담도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안 열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속적으로 북미 회담을 열겠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북한에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나. 박지원 국정원장을 앉혀 놓고 전단금지법 만들고 백신 보낸다고 하는 행위들은 임기 내에 회담을 재개하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내외 반발이 있음에도 무리하게 강행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국민통일방송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 하루에 3시간씩 단파 출력을 통해 북한 전 지역에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문화·교양·오락·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한 제3국에서 USB를 통해 정보 주입활동을 하고 있다. 북한 사회가 좀 더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로 나가기를 기대하는데 그런 사회가 되려면 북한 주민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주민이 외부 콘텐츠를 계속 접하다 보면 북한 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인식할 수 있을 것이고 북한 사회가 어디로 가야 자유롭고 풍요로운 사회가 되는지 방법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이 같은 활동을 15년째 꾸준히 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에서 라디오 방송을 들었던 사람이 있었나.
▲ 구체적으로 어느 방송을 들었다는 건 알기 어렵지만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는 사례는 있었다. 몇년 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노동자는 2년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우리 방송을 들어왔다고 했다. 

-라디오 방송뿐 아니라 제3국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USB에 콘텐츠를 담아 제공도 한다고 했는데, 전단금지법이 시행되면 이건 못하게 되는 게 아닌가.
▲ 법안대로라면 못한다. 법안을 보면 각 호에 금지 대상은 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②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③ 전단 등 살포다. 앞에 두 조항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행위라고 돼 있는데 마지막은 그냥 전단 등 살포 행위다. 이는 군사분계선 일대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하는 행위도 금지라는 거다. 또 전단 등의 항목에는 전단, USB, 송금 행위 등도 포함되는데,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탈북민이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는 것조차도 전단 행위로 보고 항목에 넣어 놓은 것이다. 
 통일부 실무자들도 그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가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니까 그때서야 서둘러 해명했다. 통일부는 법안이 아닌 ‘해석지침’에만 군사분계선 아닌 곳에서의 정보 제공이나 송금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넣는다고 했다. 법안 자체는 금지하도록 돼 있는데 해석지침으로만 쓰는 것은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누군가가 신고를 할 경우 법원에서 재판을 내릴 때 법안을 보고 판결을 내리지 않나. 통일부의 해석지침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어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정권이 외부정보 주입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북한 정권과 체제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나 풍요로움을 줄 수 있는 정책·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권력 유지에만 집중하고 ‘우리식사회주의’가 우월한 것처럼 선전하는데 이에 비판적이거나 저항하는 사람은 강력하게 통제하는 방식으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때 북한 정권 입장에서 가장 위험한 건 북한 주민 스스로가 ‘우리는 왜 자유나 풍요로움이 없지’라는 의문을 가질 때다. 정보가 막힌 북한에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얻게 되면 다른 나라와 비교하고 깨닫게 된다. 그러면 북한이 지상낙원이라는 믿음은 깨지게 되고 북한 정권과 체제에 위협이 되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그걸 용납하지 못 한다.

-최근 미국 등 국제사회 일각에서도 대북전단금지법을 비판하고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법안 관련해 전달 받은 입장이 있었나. 
▲ 현재 지원을 받고 있는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은 이번 법안이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한 비영리단체들의 활동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NED 나름대로 미국 내 다양한 사람들과 힘을 모아서 이 법을 폐기하거나 문제 조항만 개정하기 위해서 노력해 주는 걸로 알고 있다. 아니면 법안 자체를 폐기하는 것도 고려하는 것 같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달 받았다. 

-정부의 이 같은 방식이 통일을 앞당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 우리 정부는 남북 사이의 교류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교류는 정보나 문화 교류다. 그런데 현재는 주민들 간의 교류가 아닌 당국 지도자끼리만 교류하고 주민 간의 교류는 오히려 더 막고 있는 형국이다. 기형적인 교류로는 통일은 물론 협력도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2021년 국민통일방송의 목표는 무엇인가. 
▲ 북한 주민들이 더 많은 정보를 접하도록 좋은 방송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 최근 북한 주민들은 라디오보다도 USB 속에 담긴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게 일반적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지만 사실상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는 없기 때문에 올해는 북한 주민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를 우리가 직접 제작하기 위한 역량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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