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원외 입장차 엇갈린 ‘검사 선후배’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정국을 흔드는 현안들과 관련, 집권여당 투톱이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발언에 홍준표 원내대표가 사사건건 이견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종부세 개편,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수도권 규제완화, 연말 개각론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 대표에 힘을 실어 정국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에 홍 원내대표가 제동을 거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투톱 파열음 현상’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그 내막을 짚어 봤다.

종부세 완화 문제는 박희태 대표가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9억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정부 입장을 강하게 밀어 부쳐 지난 9월 말 ‘정부 원안 처리’를 당론으로 확정했던 사안이었다. 박 대표는 당시 “종부세를 개편하지 못하면 신뢰를 상실한다”고 했고, 이 대통령은 “종부세 개편안은 잘못된 세금 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박 대표에 힘을 실었다.

홍 원내대표는 그러나 “국회의원으로서는 정책적 판단에다 정무적 판단을 곁들여야 한다”면서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안이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었다. 홍 원내대표는 최근 “종부세 과세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미 FTA 비준안 처리문제에서도 이견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선 농촌대책 후 FTA 비준이 우리의 원칙”이라며 “농촌 대책을 그동안 정부에서 단편적으로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면 22조 원을 농촌 발전대책에 쓰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한꺼번에 종합대책 발표를 하고 농민들이 확실히 인식하고 난 뒤 FTA를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이-친박 세력구도도 변수

이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한미 FTA 비준안이 외통위에 있고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국익이 걸린 사안으로 공청회를 한 뒤 상정해서 바로 처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관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해 조속한 시일 내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선 지방발전, 후 규제완화를 홍 원내대표는 수도권 일방적 규제 반대 입장을 각각 피력했다.

박 대표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에서 심한 반발이 일고 있다”면서 “지역발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한 뒤 “이 점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수도권의 경쟁력을 올려줘야 경제가 산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다급한 경제 현실에서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처였다”고 반박했다.

‘연말 개각론’은 홍 원내대표가 계속해서 치고 나가고 있는 사안이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6일 “한나라당이 현실에 안주하고 오만하고 자기 혁신을 게을리 하면 정권 교체주기가 더 빨라진다”면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국정쇄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대표는 “지난 3일 청와대 정례회동에서도 전혀 낌새를 못 느꼈다”며 “경제살리기라는 발등의 불을 끝 뒤 책임을 따질 일”이라고 반박했다.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여당 투톱의 ‘엇박자 충돌’은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큰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자,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홍 원내대표가 당내 서울시장 후보가 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표에 호의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홍 원내대표는 여전히 서울시장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MB 측에는 맹형규 전 의원, 이재오계에는 공성진 의원이 있으며, 박 전 대표 측에는 박진 의원이 버티고 있지만, 박 전 대표의 경우 박진 의원에게 확실한 지지 표명을 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홍 원내대표가 서울시장이 된 뒤 박진 의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밀어줄 수 있다는 협상의 여지를 보고 있는 것이다.


“견제와 협조 바람직한 구도”

MB 정부가 국정운영에 차질이 있을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 홍 원내대표가 제동을 거는 이유와 관련해 다소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상임위, 정책위 등 국회가 원내 중심으로 운영된 시스템에 박 대표가 원외인 점이 불리하게 작용해 생긴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시스템적으로 이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이런 점이 홍 원내대표가 박 대표보다 우월하게 생각하는 배경”이라며 “이런 면은 민주당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톱이 상호 조율아래 이견을 보인다는 주장도 나왔다. 두 사람 모두 검사 출신으로 선후배 관계고, 친박이나 친이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인물들이라는 점, 사안마다 충돌할 큰 이유가 없는 점 등이 그 같은 주장의 근거다. 서로 명분을 제공해 주며 보완제 역할을 하는 절묘한 파트너라는 것이다.

반면 “당직자 출신이 아니니 그런 말 하는 것”이라며 “서로 바쁘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로 상의하기가 쉽지 않다”며 반박하는 인사도 있다.

대변인 출신의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박 대표와 홍 원내대표가 정책적으로 수시로 충돌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박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 입장에 충실하고, 홍 원내대표는 지역구 소속의원들의 입장에 서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원론적인 것에 치우치면 원내대표가 제동을 걸고, 여론에 치우치면 대표가 제동을 거는 체제”라며 “견제와 협조가 잘 되고 있는 바람직한 구도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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