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친이-친박, 박근혜 ‘무혈 쿠데타’ 임박


한나라당 의원 성향이 바뀌고 있다. 친박 인사 복당이 완료된 지난 8월 중순쯤 친이 진영에서 작성한 한나라당 의원성향 분류표를 검토하고 본지가 11월 세 째 주에 친이, 친박, 중립 의원을 대표하는 보좌진을 만나 2차 성향 분류표를 비교한 결과, 친이, 친박 진영 모두에서 이탈 현상을 보였다. 당초 친이명박계의 이탈이 심화되고 친박 진영이 세가 불어났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돌출된 셈이다. 세간에 알려진 월박(친박계로 전향), 복박(친박계로 복귀), 주이야박(낮은 친이, 밤은 친박계) 인사들을 찾기는 힘들었다. 단지 눈에 띄는 대목으로 중립성향의 의원이 2배 가까이 늘었다는 점이다. 이는 집권 초기에 친이, 친박으로 낙인찍힌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중립지대로 흘러갔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3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당내 최대 계보인 친이 그룹의 구심점이 사라진 가운데 친이계의 이탈이 있을 것으로 정치권은 예상했다. 특히 지난 공천이 계파별 안배차원에서 이뤄져 친이 진영과 친박 진영이 확연히 구분됐다.


여당 내 야당 중립지대 ‘급증’

한나라당은 친박 성향의 국회의원들을 복당시켜 원내 과반수가 넘는 172석의 거대 여당으로 탈바꿈했다. ‘무소불위’의 집권여당으로 한나라당은 실용 정부에 걸맞게 수도권 규제완화, 종부세 개편, 한미 FTA 비준 등을 의욕적으로 처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결과는 친이 진영의 분열과 ‘여당 내 야당’으로 일컬어지는 친박 진영의 ‘딴죽’으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다.

통상 기존 정치권에 성행했던 ‘야당이 사사건건 발목 잡아 국정운영이 안됐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책 혼선과 국정 운영의 기조가 엇박자를 내는 배경으로 내부에서 찾는 인사들이 많았다.

친박과 친이에 이재오계, 이상득계, 강재섭계 등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었던 세력들이 사분오열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이는 곧 ‘이재오 복귀론’으로 친이 진영의 ‘자중지란’을 여실히 보여줬다.

본지는 이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총선과 친박 복당이 완료된 시점에서 작성된 한나라당 의원 성향 분류표를 토대로 11월 한나라당의 정치 지형에 어떤 변화가 있는 지를 특별 취재했다.

[표 참조]결과적으로 보면 친박근혜계와 친이명박계 모두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 8월경에 조사된 성향 분류표에서는 친이계가 92명, 친박 59명, 중립성향이 17명의원이 존재했다. 이중 정몽준계로 분류되는 정몽준, 안효대, 여상규, 홍정욱 의원은 전체 의원수에서 제외했다. 총 168명중 60% 이상 친이명박 의원이 차지했다. 30%가 못미치게 친박근혜 의원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주 본지 조사에서는 친이명박계로 83명, 친박 의원은 51명 중립지대에는 34명으로 나타났다. 친이명박계에서 9명, 친박 의원 8명 등 거의 같은 수준의 의원들이 중립지대로 빠져나간 셈이다. 친이 진영에서 이탈한 인사들을 보면 3선부터 재선, 초선 등 다양하게 포진돼 있었다.

특히 당내 지도부인사인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의원, 정의화 의원이 포함됐고 소장파에 수도권 출신으로 남경필 의원, 김성식 의원 그리고 초선의원으로 정양석, 신상진 의원과 PK 출신으로 박민식 의원 등이 친이명박계에서 중립지대로 이동한 것으로 자체 조사됐다.


친이 수도권, 친박 TK 출신 이탈

반면 친박 진영에서 중립지대로 빠져 나간 의원들을 보면 당 지도급 인사로는 이한구 의원이 혼자였고 나머지는 비주류.초선의원이 주류를 이뤘다. 수도권에 위치한 신영수 의원을 비롯해 TK 출신인 성윤환, 이철우, 주성영, 이한구, 경남출신으로는 이주영 의원 등이 친박 진영에서 중립지대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친박 진영이 세를 얻고 있다는 점은 중립 성향의 변화로 파악될 수 있었다. 지난 8월경에 조사된 성향 분류표에서 기존 중립지대 19명 중 3명의 의원이 친박 성향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립성향의 의원들 중에서 친이 성향으로 바뀐 의원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친박 진영으로 넘어간 것으로 지목된 인사들을 보면 수도권 출신의 고위 당직을 맡았던 권영세 의원과 TK 지역구 출신인 김광림 의원, 그리고 부산 출신으로 초선 의원인 김세연 의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친이나 친박 인사들이 거의 같은 숫자만큼 중립성향으로 조사됐다는 점이다. 친이 이탈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에 대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의원들에게 그리 크게 작용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친이 진영 한 인사는 “중립지대로 간 인사들이 월박을 하기 위해 중립지대로 간 것이 아니겠느냐”며 “곧바로 친박으로 넘어가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고 친박 진영에서도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가 지지부진 할수록 박근혜 진영이 결집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8명이나 이탈한 것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했다. 사실상 8월 조사보다 숫자가 5명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한 친박 보좌진은 이와 관련 “친박 진영이 당내 힘을 얻어가면서 옥석을 가리는 과정이 아니겠느냐”며 “지난 대통령 경선과 대선, 공천 과정이 오히려 적과 아군이 분명해졌지만 세가 확장되면서 회색 지대에 머물고 있던 인사들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게 아니겠느냐”고 관측했다.

무엇보다 중립지대에 초선 의원들이 다수 차지하고 있는 것과 관련, 친이.친박 진영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의원성향 분류, 당내 혼란 반증

친이 직계로 분류되는 의원실 보좌관은 “친이 친박을 떠나 초선이 줄을 선다는 것은 정치를 잘 모르는 것”이라며 “지역구에 예산을 따야하고 정부와 협조할 사안도 많은 데 국회의원 된지 1년도 안돼서 커밍아웃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국포럼 출신의 친이직계 의원들조차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숨죽여 있는 이유가 뭐 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실제로 안국포럼 출신 12명 의원의 성향도 친이재오, 친이상득으로 나뉘어 있어 통일된 행동이 나오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편 중립지대에 있는 한 보좌관은 “한나라당 구심점이 없고 같은 친이계에서 조차 뭉치지 못하는 현실이 엄존하는 게 현실”이라며 “전당대회나 지방선거 등 큰 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의원성향을 분류하는 것은 좀 이르다”고 쓴소리를 보내기도 했다.

반면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내 일부 분위기지만 이명박 정부가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감이 실제로 존재한다”며 “노무현이 5년을 버텼는데 2년도 못 버티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토로했다. 한 마디로 당내 혼란스런 상황이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성향 조사까지 이르게 됐다는 자조섞인 푸념이다.



# 한나라당 국회의원 성향 분류(자체조사)

>> 2008년8월

친이(선수별)
이상득, 남경필, 이윤성, 정의화, 안상수, 홍준표, 박진, 윤두환, 이병석, 이인기, 임태희, 장광근, 전재희, 정진석, 조진형, 심재철, 안경률, 원유철, 최병국, 진수희, 정두언, 전여옥, 강길부, 공성진, 권경석, 김기현, 김재경, 김정권, 김정훈, 박순자, 임해규, 이군현, 이명규, 이사철, 정진섭, 신상진, 주호영, 차명진, 허천, 강명순, 강석호, 강승규, 강용석, 고승덕, 권영진, 권택기, 김금래, 김동성, 김성식, 김성태, 김성회, 김소남김영우, 김용태, 김장수, 김학용, 김효재, 박민식, 박상은, 박영아, 박준선, 임동규, 임두성, 유정현, 윤석용, 윤 영, 이달곤, 이범래, 이애주, 이정선, 이춘식, 이한성, 장제원, 정미경, 정양석, 정옥임, 정태근, 조문환, 조진래, 배영식, 배은희, 백성운, 손숙미, 신성범, 신지호, 안형환, 원희목, 유일호, 조해진, 주광덕, 진성호, 현경병(이상 92명)

중립
권영세, 원희룡, 나경원, 김충환, 박종희, 이종구, 고흥길, 강성천, 김광림, 김세연, 나성린, 이화수, 이은재, 조윤선, 허범도, 홍일표, 황영철(이상 17명)

친박
홍사덕, 김무성, 김영선, 박근혜, 박종근, 이해봉, 이경재, 황우여, 김성조, 김학송, 이인기, 이주영, 이한구, 정갑윤, 서병수, 송광호, 허태열, 진 영, 이성헌, 이혜훈, 김태환, 이계진, 장윤석, 정희수, 서상기, 안홍준, 유기준, 유승민, 유정복, 주성영, 최경환, 최구식, 한선교, 황진하, 구본철, 구상찬, 김선동, 김성수, 김옥이, 김태원, 박대해, 박보환, 윤상현, 이범관, 이정현, 이종혁, 이진복, 이철우, 이학재, 정해걸, 조원진, 조전혁, 성윤환, 손범규, 신영수, 유재중, 허원제, 현기환, 홍장표(이상 59명)

비고
정몽준포함 안효대, 여상규, 홍정욱 제외(168/172)


>> 2008년11월

친이(선수별)
이상득, 이윤성, 정의화, 안상수, 윤두환, 이병석, 이인기, 임태희, 장광근, 전재희, 정진석, 조진형, 심재철, 안경률, 원유철, 최병국, 진수희, 정두언, 전여옥, 강길부, 공성진, 권경석, 김기현, 김재경, 김정권, 김정훈, 박순자, 임해규, 이군현, 이명규, 이사철, 정진섭, 주호영, 차명진, 허천, 강명순, 강석호, 강승규, 강용석, 고승덕, 권영진, 권택기, 김금래, 김동성, 김성태, 김성회, 김소남, 김영우, 김용태, 김장수, 김학용, 김효재, 박상은, 박영아, 박준선, 임동규, 임두성, 유정현, 윤석용, 윤 영, 이달곤, 이범래, 이애주, 이정선, 이춘식, 이한성, 장제원, 정미경, 정옥임, 정태근, 조문환, 조진래, 배영식, 배은희, 백성운, 손숙미, 신성범, 신지호, 안형환, 원희목, 유일호, 조해진, 주광덕, 진성호, 현경병(이상 83명)

중립
홍준표, 김성식, 권영세, 남경필, 원희룡, 나경원, 김충환, 박종희, 박민식, 이한구, 이종구, 이주영, 고흥길, 강성천, 김광림, 김세연, 나성린, 박 진, 신상진, 장윤석, 주성영, 신영수, 성윤환, 이화수, 이은재, 임태희, 정의화, 이철우, 이종혁, 정양석, 조윤선, 허범도, 홍일표, 홍정욱, 황영철(이상 34명)

친박
홍사덕, 김무성, 김영선, 박근혜, 박종근, 이해봉, 이경재, 황우여, 김성조, 김학송, 이인기, 정갑윤, 서병수, 송광호, 허태열, 진 영, 이성헌, 이혜훈, 김태환, 이계진, 정희수, 서상기, 안홍준, 유기준, 유승민, 유정복, 최경환, 최구식, 한선교, 황진하, 구본철, 구상찬, 김선동, 김성수, 김옥이, 김태원, 박대해, 박보환, 윤상현, 이범관, 이정현, 이진복, 이학재, 정해걸, 조원진, 조전혁, 손범규, 유재중, 허원제, 현기환, 홍장표(이상 51명)

비고
정몽준 포함 안효대, 여상규, 제외
(169/172)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