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강도 높은 징계 논의"…탈당으로 조치 중단
보궐선거 후보들 우려…"유권자 냉혹한 판단할 것"
후속 조치 신중 "탈당했는데…피해자 미투도 아직"
이수정 "보궐 얼마 안 남아 의심돼…피해자 나서야"
탈당과 함께 중단된 조치에 꼬리 자르기 비판도

김병욱 의원 [뉴시스]
김병욱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김병욱 의원이 지난 7일 국민의힘을 전격 탈당한 가운데 당 지도부와 소속 후보, 의원들은 행여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탈당과 함께 중단된 당의 후속 조치에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의혹이 불거진 다음날 바로 긴급 비대위를 소집하는 등 의혹 확산 조기 차단에 나섰다. 이는 성폭행 여부와 별개로 당시 상황과 관련해 비대위 자체적으로 파악한 부적절한 행동들에 대한 정보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전날 긴급 비대위가 취소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를 하려고 했는데 일이 생겨서 다음에 하게 됐다"며 김 의원에 대해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밖에서 법적 투쟁하겠다는 의미로 탈당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당내 성 관련 의혹이 나온 것에 대한 평가와 탈당 사전 조율 여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윤리위, 당무감사위 등의 절차를 밟으라고 의결하려고 했다"며 "김병욱과 사전 논의한 바는 없었다"고 전했다. 김 의원 의혹에 대해서는 "팩트를 모른다"며 "사법기관에 조사해봐야 알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비대위원들은 강도 높은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논의하고 있었다"며 "여직원들 방에 술을 사서 들어가고, 거기서 자고 나온 행동 자체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봤다. 원칙적으로 강하게 사인을 주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비대위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김 의원의 탈당에 지도부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아마 당에서 이미 어떤 '액션'을 취해서 그런 결론(탈당)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며 "'일단 네가 무고함을 밝혀봐라'라는 식으로 하지 않았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은 성폭행 논란이 지속될 경우 보궐선거 프레임의 주요 축인 '성범죄 정당 책임론'이 흔들리고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선거 악영향 우려에 국민의힘 보궐선거 후보, 의원을 비롯한 내부 관계자들 역시 "탈당했으니 당에서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어렵다"며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피해자가 나서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당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비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후속 조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고 피해자가 피해자라고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탈당으로) 개인의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일단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고, 특히 보궐선거의 이슈 자체가 성비위 사건이다 보니 누(累)가 된다고 생각해서 탈당을 하게 된 것 같다"며 "당에서 다른 조치를 취한다는 것도 어렵다. 피해자가 제보를 하거나 고소, 고발을 한 게 아니지 않나. 밖에서 본인이 명예회복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도 "사건에 대한 내용이 (박원순 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피해자가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나"라면서 "물론 그것도 당연히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 김병욱 의원이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에서 긴급비대위도 열었는데 그런 식으로 바로바로 대처를 해오지 않았나.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한 것처럼 국민적 정서와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당이 즉각 대응하는 것에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한 후보는 "그런 일이 있었다면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 탈당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다만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탈당을 했으니 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건 국회 차원에서 할 일"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당연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유권자들도 이런 정치인과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선 냉혹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경선준비위, 성폭력대책특별위에 참여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통화에서 "확인이 된 건 아직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혹만으로 일단 탈당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지금 피해자가 안 나왔고 있는지 없는지도 불분명하지 않나. 보통 그렇게는 사건이 진행이 안 된다"고 말했다.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해서는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의심을 하게 된다. 정말 그런 사건이 있는데 안 알려졌던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피해자가 신고하고 제대로 된 형사절차를 거치면 된다"며 "보궐선거가 얼마 안 남았는데 어떤 의도로 우회해서 제보 같은 것을 주면서 말썽만 일으키고, 그렇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상당히 주의해야 한다. 왜 피해자가 '미투'(MeToo)를 하면 되는데 안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건의 사실관계가 맞다면 당이 나서서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밝혀진 바가 없지 않나. 박원순 전 시장 사건은 피해자가 나섰으니 문제가 된 것이다. 이 사건도 피해자가 나서야 우리가 뭐라도 나설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이에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 의원의 탈당은 당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비난 여론을 완화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식 행태"라며 "정정당당한 방법은 아니다. 일종의 꼼수로 넘어가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시장 선거도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고 분위기가 좋은데 고춧가루를 뿌리는 듯한 상황이 된 것"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 의원 사이에) 사전에 교감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리스크 관리 형태가 됐다"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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