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안보다 적용 대상 및 처벌 수위 완화 놓고 당내 이견
이낙연 "부족하지만 새로운 출발…앞으로 보완·개선할 것"
법사위서도 중대재해 감소 없으면 정부에 법 개정 주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1.08.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1.08.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일요서울] 더불어민주당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당초 의원 입법안보다 법 적용 대상과 처벌 수위 등이 후퇴한 것을 놓고 당내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산업재해 유가족을 볼 면목이 없다며 중대재해법 후퇴를 비판한 반면 지도부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을 모두 반영한 결과로 어느 정도 진통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노동 부문 지명직 최고위원인 박홍배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합의안에 대해 한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반발이 크다"며 "발주처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대표 이사가 안전담당이사에게 책임을 떠널길 수 있고 공무원 처벌 없는 법을 중대재해법이라 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고 밝혔다.

박 최고위원은 법 적용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이 배제된 것에 대해 "법 공포 후 3년이 지나도 전체 사업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 600만명의 노동자는 아예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법이 이대로 통과되면 근로기준법에서도 적용받지 못하는 근로 사각지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죽음마저 차별될 처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故) 김용균씨와 어머니 김미숙씨, 고 이한빛 PD와 아버지 이용관씨 등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와 유가족 이름을 차례로 호명하며 "이 땅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모든 산재 노동자와 유가족분들께 사과드린다. 당신들의 채찍을 기꺼이 맞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미흡하다고 생각한다"며 "5인 미만의 중소상공인들과 자영업들이 너무 강력하게 호소를 해서 유예 기간을 굉장히 길게 뒀다. 그래서 애초 이 문제를 주장했던 정의당과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를 볼 낯이 없다"고 말했다.

본회의에 앞서 중대재해법 심사를 위해 이날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부분을 두고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중대재해법 원안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감안한다고 해도 업종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5인 미만 사업장을 전부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대통령령에 위임이라도 해서 일부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는 빼더라도 적용이 필요한 사업장의 경우에는 이 법 적용을 받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신동근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을 일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법 적용 대상이) 축소돼 입법 효과 자체가 제한될 것"이라며 "사업체의 80%가 5인 미만 사업장이다. 종사자의 40%, 산업재해발생 사업장의 30%, 산업재해 사망자의 20%가 이곳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 분들은 급여나 고용 안정성을 보더라도 대기업에 대해서 현격하게 좋지 않다. 같은 노동을 하고도 절반 정도의 임금인 상황에서 위험까지도 이렇게 양극화시키는 법이 당초 취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위험의 외주화 등 노동자의 산재나 희생을 전제로 한 기업활동보다는 안전의무를 강화시키고자 하는 법 취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지도부는 여야 합의로 마련해 낸 중대재해법의 첫 걸음에 의미를 뒀다.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만큼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다는 구조적 한계도 강조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재계, 노동계, 소상공인계 등 이해관계자의 첨예한 입장 차이가 있다"며 "성장 위주에서 사람 중심의 선진국 경제로 전환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사회적 진통"이라고 말했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01.08. [뉴시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01.08. [뉴시스]

 

김 원내대표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도 원청에는 법이 적용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를 법 적용에서 제외한 것은 현행 산안법으로도 사업주가 직접 처벌되는 현실을 고려했다"며 "중대재해법 제정이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끝이 아닐 것이다. 살을 에는 한파 속에서 (산재) 유가족들도 이제 단식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법사위 중대재해법 여야 합의를 이끈 백혜련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굉장히 많은 계층과 기업,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모든 공공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당사자 모두 100% 만족하는 법을 만들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백 의원은 "국민의힘과 합의를 할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후퇴했다고 느낄 수 있지만 노동계와 재계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며 "기업과 각 기관, 많은 자영업자에게 다 적용될 수 있는 법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에게 하청을 준 원청업체의 책임자는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는다"며 "원래 발의 취지도 위험과 책임의 외주화 방지다. 법의 제정 취지에 그렇게 어긋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은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당 안팎의 논란이 큰 만큼 향후 보완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최고위에서 "여야가 노동계와 경제계, 시민사회의 의견을 고루 들어 조정하고 만장일치로 합의한 내용인데 그러다보니 노동계와 경제계 양측의 반발을 사고 당내외 의원들의 의견도 분분하다"며 "부족하지만 중대재해를 예방해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새로운 출발로 삼고 앞으로 보완·개선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민주당은 정부에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중대재해가 감소하지 않을 경우 보완 입법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소병철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와 고용노동부에 "법안이 통과가 된다면 두 부처에서 거기에 대한 보완책을 내주셔야지 국민도 안심한다"며 "3년이나 5년 등 기간을 정해서 5인 미만 사업장의 재해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발표하고 만약 재해가 줄어들지 않으면 그때 가서 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답변이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소속인 윤호중 법사위원장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앞으로 6개월이든 1년이든 5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가 줄어들지 않고 계속 발생한다면 이 법을 개정하는데 동의하시겠냐"고 물었고 추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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