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장덕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제1야당 국민의힘이 4.7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놓고 밀당이 한창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6일 경선 룰을 ‘시민 여론조사 100%’로 사실상 정했다. 후보단일화와 안철수 대표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최종적으로 후보 등록 직전에 야권이 서로 협의해서 단일화 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고집을 꺽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나 국민의힘은 '선 입당 - 후 경선'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7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두 당의 통합이 후보 단일화에 우선해야 한다. 선 통합, 후단일화가 해답"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전 의원과 당내 후보단일화 논의를 해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안철수 영입에 나섰다. 7일 오 전 시장은 “야권 단일화를 위해 안 후보께 간곡히 제안하고자 한다. 국민의 힘 당으로 들어와 달라. 합당을 결단해 주시면 더 바람직하다”면서 "입당이나 합당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저는 출마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출마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 대표를 입당시켜 후보직을 주고 싶은데, 안철수는 입당이나 합당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급할 것이 없는 안 대표와 그 진영은 요즘 '리멤버 2011'같은 분위기다.  

최근 4월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압도적인 1위다. 여야 전체 후보 조사에서도 1위이고, 야권 후보단일화 적합도 조사에서도 상대 후보보다 10%이상 높게 나온다. 안 대표는 정치입문 이후 '철수정치'가 닉네임이 될 정도로 내리막이었는데 지난해 12월초 야권 혁신플랫폼을 시작으로 야권 후보단일화, 서울시장 출마 등 3단계 이슈 선도를 통해 성공적으로 정치복귀에 성공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과 외곽 실세 김무성 전 의원 등으로 보폭을 넓히고 이제는 자신을 애써 외면하던 김종인 위원장에게 먼저 제안해 만났다. 단신으로 적진 중앙에 뛰어들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정치행보다.

안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는 '야권 후보단일화'라는 꿀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나 추세를 보면 자신이 야권 후보만 되면 야권의 4월 서울시장 선거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다. '야권 후보단일화' 이슈만 잘 관리하면 골리앗을 꺽은 다윗이 된다.

안 대표를 이길 후보가 없는 국민의힘이 '선 입당'을 고집하는 배경 역시 '후보단일화'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여론조사 100%' 경선 룰까지 바꿔 양보했다. 그런데 안 대표가 이를 거부, 야권 후보단일화가 무산되고 ‘문재인정권심판’(선거승리)이 어렵게 된다면 그로인한 후폭풍은 국민의힘 보다 안 대표에게 더 큰 상처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결국 후보단일화는 벼랑 끝에서 버티는 안 대표나 국민의힘 양측 모두에게 가장 믿을 수 있는 꿀단지다.
 

신예 마크롱을 세계적인 정치스타로 만든 2017년 프랑스 대선 때 후보단일화 파동이 있었다 . 그해 1월 프랑스 대선 후보경선 결선투표에서 브누아 아몽은 마뉘엘 발스 현직 총리를 꺾고 사회당 후보가 됐다. 그러나 지지율은 중도 좌파및 우파의 지지를 받아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약간 더 높았다. 아몽은 마크롱을 이기기 위해 2, 3위 놓고 경쟁하는 좌파당의 장 뤽 멜랑숑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시작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후보 단일화는 성사되지 못했다. EU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단일화를 놓고 논의가 한창일 때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던 마크롱은 '알제리 식민지 사죄' 발언 등으로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베르트랑 들라노에 전 파리 시장등 사회당 거물급 중도좌파 정치인들의 지지 선언이 이어지자 10%대 중반을 오가던 마크롱 인기는 급상승했다.

결국 당시 인기가 치솟던 극우파(마린 르 펜) 대통령 당선을 막는 것이 중도와 좌. 우 진영 공통의 선결과제로 떠오르자 마크롱은 극우파를 이길 수 있는 확실한 '대안 후보' 가 되어 대선에서 승리했다.

안 대표나 국민의힘 모두 후보단일화 이슈는 포기할 수 없는 꿀단지다. 그러나 이제 양측은 ‘후보단일화’라는 꿀단지를 걷어차고 국민 속으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더 이상 후보단일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렸다. 후보단일화 방식을 놓고 싸우고 경쟁할 때가 아니다. 

여권은 4월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짜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을 제기하자 거품 물고 반대하던 정청래 의원이 ‘재보궐선거 어떻게 승리할 것인지 고민부터하자’면서 노골적으로 사면론이 선거전략임을 드러냈다. 실제 4월 선거가 백신 선거, 재난지원금 선거, 주식 선거, 그리고 두 대통령 사면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사실상 후보 단일화 원칙과 방식(100% 여론조사), 시기(김종인- 후보 등록 직전)에 대해서는 안 대표나 국민의힘 모두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민도 공감한다. 남은 문제는 여권의 선거음모를 뚫고 승리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양측은 지금 더 큰 국민의 지지를, 국민과 공감할 수 있는, 유권자가 믿고 지지할 수 있는 이슈 전환에 나서야 할 때다. 후보단일화 꿀단지를 과감히 걷어차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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