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현실 속 하루하루 연명···불만 최고조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코로나19 영업제한조치 헌법소원 청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단체 회원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코로나19 영업제한조치 헌법소원 청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의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코로나 블루를 넘어 화를 뜻하는 ‘코로나 레드’, 막막함을 일컫는 ‘코로나 블랙’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코로나 블루가 심화되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과 불만이 폭발하는 실정이다. 일요서울은 코로나19와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신조어도 등장···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호소

자영업자들 정부 믿고, 방역 조치 협조했더니 돌아오는 건 빚뿐

정부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한 달가량 유지하고 있으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형국이다.

지난해 12월8일 시작, 지난 3일 종료 예정이었던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와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 일부 조치는 오는 17일까지로 연장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여기에서 다시 추가 연장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코로나19 여파로 힘들어 죽고 싶다”는 자영업자들의 글이 속출하고 있다.

또 “정부를 믿고, 방역 조치에 협조했더니 돌아오는 건 빚뿐이었다”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호소

들어 보니

일요서울은 지난 4일~6일 여러 자영업자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에서 원룸텔을 운영하는 60대 A씨는 “운영상 월세를 그대로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돈을 내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세입자들에게 제공하는 물품 등은 그대로지만, 월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식당‧술집 등의 심야 영업을 제한하는 ‘오후 9시 셧다운’이 시작된 뒤 ‘숨이 막힌다’는 호소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50대 B씨는 “(오후 9시 셧다운으로) 배달 주문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사실상 배달 주문은 거리두기 격상 전과 다를 바가 없다. 배달만 전문으로 하던 매장, 유명 프랜차이즈 등이나 배달 주문이 늘어난 것이지 홀 운영이 핵심이던 일반 음식점과 술집 등은 배달 건수가 (거리두기 격상 전과) 똑같거나 적은 곳도 수두룩하다. 배달 장사로는 빠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술집의 경우 사실상 밤부터 손님이 모이기 시작하는데, 지금은 전멸이나 다름없다. 겨우 있는 손님들마저 오후 8시 정도면 나갈 준비를 하기 때문에 추가 주문도 받기 애매하다”면서 “모두가 어려운 것은 백번 공감한다. 이 상황이 언제쯤 나아질지 지켜보면서, 하루하루 연명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오후 9시 셧다운으로 길거리에 사람들이 사라지자 난감한 업종은 또 있다. 바로 택시 업종이다.

개인택시 기사(자영업자로 분류) 60대 C씨는 “9시 이후로 사람들이 안 다니니까 손님이 정말 없다. 9시만 되면 거리가 깜깜하고,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며 “법인택시 기사들은 더 심하다고 한다. 아무리 정부지원금을 받아도 회사에 ‘사납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하루 15시간 정도를 운행해야지 겨우 입금할 수 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적자 이어져,

직원 월급 주기 힘들다”

카페 업종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되고, 포장과 배달만 허용되기 때문.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D씨는 “홀에서 음료를 마실 수 없다보니, 매출의 90% 이상이 홀 운영에서 발생했던 우리 가게는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손님이 거의 안 오다 보니 직원도 1명만 두고 있는 상태라 나머지 직원들은 쉬고 있다. 적자가 이어져, 유급 휴가를 주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너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30대 E씨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손님을 같은 시간에 몰아서 안 받고 있다. 거의 다 예약제다. 손님과 디자이너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 불편한 점이 여럿 있다. 컷트 시 힘들고, 서비스 음료도 못 주는 상태”라면서 “손님들이 잘 안 오는 분위기다. 특히 우리 미용실은 오피스 상권에 있어,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손님이 뚝 떨어졌다.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19로 집합금지 또는 영업이 제한된 소상공인에게 3차 재난지원금이 11일부터 지급된다.

중대본과 지자체의 방역강화로 집합금지된 소상공인에게는 300만 원, 영업이 제한된 소상공인에게는 200만 원이 지급된다. 2020년 매출이 2019년보다 줄어든 소상공인에게도 업종과 관계 없이 100만 원이 지급된다.

대상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집합금지‧영업제한과 매출감소 등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280만 명이다. 명칭은 ‘버팀목자금’이다.

해당 재난지원금은 지난해 11월30일 이전 개업한 경우로 신청 당시 휴‧폐업 상태가 아니어야 하며, 1인이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 1개 사업체만 지급된다. 또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를 위반한 업체는 지원에서 제외된다.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는 환수 대상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